‘1강 3중’

2022년 한해 일정이 3분 1 가량 지난 가운데, 국내 증권업계의 기업공개(IPO) 시장 우열도 서서히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KB증권의 우세 속에 2위 자리 싸움이 치열한 상황. 전통 강자로 불리던 빅3 (NH·미래·한국투자) 중 현재까지는 미래에셋증권이 조금 앞서지만, 향후 NH투자증권이 치고 나갈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5일 기업공시채널 카인드(KIND)에 따르면 이날까지 IPO 주관 실적 1위는 KB증권이다. 3건의 딜을 주관해 공모금액은 총 12조7969억원에 달했다. 국내 주식시장에서 사상 최대 규모의 IPO인 LG에너지솔루션을 주관한 덕분이다.

LG에너지솔루션의 공모금액은 12조7500억원. 작년 코스피·코스닥 시장의 총 공모금액(20조8000억원)의 60%를 차지한다. 게다가 LG에너지솔루션 주관사에 빅3가 포함되지 않아 KB증권이 순위 경쟁에서 앞서나갈 수 있게 됐다. 미래에셋증권만이 인수단에 이름을 올렸다.

작년 공모총액 8조9136억원으로 1위였던 미래에셋증권은 1221억원으로 2위로 한 계단 내려왔다. 한국투자증권과 NH투자증권은 공모총액 각각 979억원, 761억원으로 3위와 4위를 차지했다. 세 곳 모두 1위인 KB증권과 차이가 크다.

일반적으로 공모주 시장이 연초에 활발하지 않아 하반기로 갈수록 순위가 구체화 되는 모습을 보이지만 LG에너지솔루션의 공모 규모가 커 일찌감치 1위가 확정됐다는 것이 업계의 분석이다.

이에 IPO 전통 강자들은 2위 경쟁에 집중하고 있다. 거래소에 따르면 이날까지 예비심사 승인을 받은 뒤 공모 일정이 구체화되지 않은 곳과 예비심사 승인을 기다리고 있는 기업은 총 47개사다.

이 중 절반 이상인 27개사를 빅3 증권사가 주관한다. NH투자증권은 한국투자증권과 공동 주관하는 컬리를 포함해 총 13개사를 주관한다. 통상적으로 예비심사가 45영업일 가량 소요되는 것을 고려하면 올해 안에는 상장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 이어 한국투자증권이 컬리를 포함해 8개사로 뒤를 이었고 미래에셋증권은 7개사의 상장을 준비하고 있다.

가장 두각을 드러내고 있는 곳은 NH투자증권이다. LG에너지솔루션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대어급 기업을 다수 확보했기 때문이다.

우선 SK쉴더스가 가장 먼저 증시에 입성할 것으로 보인다. SK쉴더스의 공모규모는 8402억~1조516억원이다. 밴드 상단에서 공모가가 결정될 경우 LG에너지솔루션에 이어 올해 두 번째 조 단위 공모주다. SK그룹 계열사인 원스토어도 상장을 앞두고 있다. 밴드 상단 기준 공모규모는 2777억원이다. NH투자증권은 SK쉴더스와 원스토어의 공동 대표주관사를 맡았다.

현대오일뱅크와 컬리도 주목할 만한 딜로 언급된다. 현대오일뱅크는 KB증권과 공동대표주관을 맡았다. 시장에서는 시가총액이 10조원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작년 12월 13일 예비심사를 청구해 승인을 기다리고 있다.

온라인 장보기 애플리케이션(앱) 마켓컬리를 운영하고 있는 컬리는 지난 3월 예비심사를 청구해 하반기 중 상장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컬리 역시 시가총액이 4~6조원대로 예상되는 대어급 공모주다. 기업가치가 3조원으로 추산되는 교보생명도 예비심사를 청구한 상태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LG에너지솔루션의 공모 규모가 압도적이라 빅3 증권사들이 많은 딜을 주관해도 KB증권을 뛰어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결국 올해 IPO 주관 시장은 2위 싸움이 더 치열해질 것으로 한 번에 큰 실적을 쌓을 수 있는 대어급 기업을 얼마나 상장시키느냐가 중요해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민아 기자 jkim@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