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나사태 해부]①추락한 권도형, 어떻게 코인판 ‘한국계 머스크’ 됐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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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22.05.16 16:00
[편집자주] 국내 스테이블 코인으로 한 때 촉망받았던 테라(Terra)가 글로벌 가상자산 시장의 블랙홀이 됐다. 50조원에 달하는 시가총액이 순식간에 무너졌다. 글로벌 가상자산 거래소 마운트곡스 해킹 사건(2014년) 이후 8년 만에 글로벌 크립토 시장에 미친 초대형 충격파다. 테라의 성장과 붕괴, 그리고 앞으로 글로벌 가상자산 시장에 미칠 영향 등을 짚어봤다.

테라(UST, 테라USD)는 다른 스테이블 코인(Stable coin)처럼 법정화폐를 준비금으로 두지 않는 ‘알고리즘 기반’ 스테이블 코인이다. 테라의 생태계가 유지되리라는 신뢰가 깔려있어야 가능한 시나리오다. 글로벌 경제가 안정적이고, 비트코인이 성장세를 보이며, 투자 환경이 시장 우호적이라는 외부환경이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는 구조다.

알고리즘 시나리오가 가능했던 이유는 신종코로나 바이러스(코로나 19) 충격으로 시장에 유동성이 공급된 영향이 크다는 분석이다. 가상자산 시장이 활황을 보이면서 ‘내가 스스로를 구원해야 하는’ 테라의 알고리즘이 돌아갈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됐다. 테라는 탄생 2년여 만에 글로벌 가상자산 시가총액 6위를 기록하며 초대형 프로젝트가 됐다.


테라와 루나를 설계한 권도형 테라폼랩스 대표(사진)는 서울에서 고등학교를 나와 도미, 스탠퍼드대학에서 컴퓨터공학을 전공했다. 이후 애플과 마이크로소프트(MS)에서 엔지니어로 근무했고, 2018년 소셜커머스 티몬의 신현성 대표와 테라폼랩스를 설립했다. 한 때 가상자산 업계에서 ‘한국의 일론 머스크’라 불리며 주목 받았지만 이번 사태를 계기로 평가는 180도 달라졌다. 애플과 MS를 거친 그의 이력도 부풀려 진 것 아니냐는 얘기도 나온다.

달러와 1대1 연동된 스테이블 코인 테라…원리는?

테라는 1달러를 유지하는 스테이블 코인이다. 자매 코인인 루나(LUNA)의 발행량에 따라 가격을 유지한다. 원리는 다음과 같다.

1달러이던 테라가 0.9달러가 됐다고 가정해보자. 가격이 떨어진다는 의미는 테라를 보유하려는 사람이 줄었다는 뜻이다. 그만큼 시장에 매물로 나온 테라 물량이 많아진 것이기도 하다.

테라의 가격을 올리려면 시장에 나와있는 테라 물량을 거둬들이면 된다. 기업이 주가를 올리기 위해 자사주를 매입하거나 주식을 소각해 유통 물량을 줄이는 원리와 비슷하다.

테라 발행사인 테라폼랩스는 테라의 물량을 조절할 수 있도록 또 다른 코인을 설계했다. 아파트가 매물로 나올 때마다 누군가가 아파트를 사들이도록 판을 짜는 식이다. 그게 루나(LUNA)다.

테라가 1달러 아래로 떨어지면 테라는 루나로 바뀐다. 그러면 시장에 나온 테라의 물량은 줄고 테라의 가격이 올라간다. 시장에서 테라가 줄어든 만큼 루나는 늘어난다. 그러면 루나의 가격은 떨어진다.

반대도 마찬가지다. 1.1달러가 된 테라를 1달러로 떨어트리려면 시장에 테라를 풀어야 한다. 루나를 테라로 바꾸면 된다. 그럼 시장에 나온 루나의 물량이 줄고 가격이 올라간다.

그럼 누가 루나와 테라를 바꿀까? 투자자다. 투자자는 테라가 0.9달러로 떨어지면 1달러 어치의 루나로 바꿀 수 있다. 알고리즘을 기반으로 테라의 액면가가 1달러라고 인정해주는 것이다. 투자자는 0.1달러의 차익을 남길 수 있다. 테라는 이같은 원리로 달러와 1대1 가치를 유지해왔다. 이를 페깅(Pegging)이라고 한다.

연 20% 이자 줄게요…테라 수요 폭증

달러 페깅이 유지되려면 루나와 테라의 시세 차익을 노리는 투자자들이 계속 유입돼거나 유지돼야 한다. 테라 생태계가 투자자를 끌어들일 수 있었던 요인은 인센티브다. 그 중 핵심은 앵커 프로토콜(Anchor Protocol)이다. 앵커는 프로토콜은 저축∙대출 플랫폼이다. 앵커 프로토콜에 테라를 맡기면 연 20%의 이자를 받을 수 있다.

투자자들은 앞다퉈 테라를 구입하고 앵커 프로토콜에 테라를 맡겼다. 한때 앵커 프로토콜 예치금(TVL)은 27조원을 웃돌았다. 이더리움에 이은 두 번째 규모다.

루나 수요도 늘었다. 이더리움이나 루나를 담보로 맡기면, 담보가치의 60%까지 테라를 빌릴 수 있어서다. 연 평균 대출 이자는 11.8%로 테라 예치 이자의 절반에 불과하다. 투자자들은 빌린 테라를 또 다시 앵커 프로토콜에 예치해 수익을 낼 수 있었다. 이러한 구조가 루나 가치를 떠받치는 지지대 역할을 하기도 했다.

그렇다면 테라는 무슨 돈으로 이자를 지급했을까? 대출자들이 담보로 맡긴 루나와 이더리움을 스테이킹(Staking)해 받은 이자를 지급했다. 만약 이자로 줄 자금이 부족하면 준비금으로 마련한 비트코인(BTC)을 팔아 충당하겠다는 계획을 냈다.


테라는 2019년 4월 메인넷이 공식 출시됐다. 테라와 루나가 본격적으로 성장하던 시기는 코로나19로 시장에 상당한 유동성이 공급돼 투자 환경이 활황을 보이던 때와 비슷하다. 시중에 풀려나온 자금이 대거 가상자산 시장으로 흡수되면서 테라는 투자 수요를 흡수할 수 있었다는 평가다.

테라와 루나의 수요가 모두 늘면서 루나 가격이 급등했다. 루나는 2020년 말까지 주로 1000원을 넘기지 않는 선에서 거래됐다. 지난해 초부터 급등 랠리를 이어가다 작년 말 글로벌 시총 10위권에 진입했다.

루나는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지난 3월 14만1000원으로 최고가를 갈아치우며 최저가 165원 대비 무려 850배 가량 치솟았다. 시가총액 383억달러, 한화로 49조원으로 글로벌 코인 순위 6위를 기록하는 기염을 토했다. 네이버 시가총액을 넘어서는 규모다.

조아라 기자 archo@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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