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금융시장 불안으로 국내 주식시장도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이에 상장 철회 기업이 잇따르면서 기업공개(IPO) 전통 강자 빅3 NH투자증권, 미래에셋증권, 한국투자증권도 고전을 거듭, 체면을 구기고 있다.

1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원스토어와 태림페이퍼가 상장철회를 결정했다. 양사는 지난 9~10일 최종 공모가 결정을 위한 기관 수요예측을 진행했지만 저조한 성적을 거뒀다. 원스토어는 희망 공모가 밴드가 3만4300~4만1700원이었으나 대부분의 기관들이 밴드 하단 미만의 가격을 써낸 것으로 알려졌다. 태림페이퍼도 희망 공모가 밴드 (1만9000~2만2000원)가 비싸다는 지적을 받으며 참여 기관 자체가 적었다는 평가다.

원스토어와 태림페이퍼가 수요예측 단계에서 고배를 마시면서 올해 상장을 철회한 기업은 총 6곳이 됐다. 지난 1월 말 현대엔지니어링을 시작으로 보로노이, 대명에너지, SK쉴더스가 뒤를 이었다.

상장 걸림돌 된 고평가 논란..."주관사 책임도 有"

올해 상장 철회 기업주관사
올해 상장 철회 기업주관사
이들 기업의 발목을 잡은 것은 공모 과정에서 나온 고평가 논란이다. 현대엔지니어링은 희망 공모가 산정을 위한 비교기업 선정에서 삼성엔지니어링, GS건설, 대우건설 등 국내 3개사 외에도 해외 건설사 9곳을 포함했다. 9개 해외기업의 평균 EV/EBITDA는 13.8배로다. 국내 3사 평균(5.1배)에 비해 크게 높은 수준으로 해외기업을 통해 전체 EV/EBITDA를 끌어올리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일부 제기되기도 했다.

SK쉴더스와 원스토어, 태림페이퍼 역시 고평가 논란이 수요예측 참패에 큰 영향을 줬다는 분석이다. 이들 모두 비교기업 선정이 적절하지 않았다는 우려를 받았었다.

일각에서는 증권가 IPO 빅3인 NH투자증권, 미래에셋증권, 한국투자증권이 이번 상장철회로 체면을 구긴 것 아니냐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이들 기업의 주관사 대부분이 해당 3사이기 때문이다.

작년 주관실적 1위인 미래에셋증권은 보로노이와 현대엔지니어링의 대표주관을 맡았었다. NH투자증권은 SK쉴더스, 원스토어에 대표주관사로 참여했고 한국투자증권은 대명에너지와 보로노이의 주관사였다. 태림페이퍼는 신한금융투자와 하나금융투자가 공동대표주관사다. 이밖에 KB증권이 현대엔지니어링의, 삼성증권이 대명에너지 주관사로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한편 대신증권이 주관한 가온칩스는 공모 흥행에 성공해 눈길을 끈다. 지난 2~3일 진행한 수요예측에서 경쟁률 1847.12대 1을 기록하면서 올해 두 번째로 높은 경쟁률을 보였다. 공모가는 희망 밴드(1만1000~1만3000원)을 초과한 1만4000원에 확정했다. 열기는 일반청약으로도 이어지며 2183대 1의 높은 경쟁률을 기록하며 흥행에 성공했다. 대신증권은 작년 IPO 주관 실적 7위(공모금액 7614억원)를 기록했다.

시장 관계자는 "시장에서 바라보는 가치 대비 높게 몸값을 산정한 것이 자금이 부족한 시장 상황과 맞물리며 수요예측에서 부진한 성적을 낸 것"이라며 "발행사의 의지도 중요하지만 주관사의 몸값 산정 실패의 책임도 어느 정도 있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IPO 주관 부진, 실적 하락에 추가 악재될 것

빅3가 줄줄이 대어급 기업 상장에 실패하면서 이들 증권사의 실적에도 빨간불이 켜졌다는 관측도 나온다. 시장 악화로 실적이 부진한 상황에서 힘을 보태줄 IPO 수익마저 줄어들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미래에셋증권은 작년 인수 및 주선 수수료로 544억원을 벌었다. 2019년 83억원, 2020년 263억원이었지만 시장 활성화와 대형 딜 수임 등으로 실적이 좋아졌다. 미래에셋증권은 작년 IPO 주관 실적 1위로 총 공모규모는 8조9136억원이었다. 한국투자증권과 NH투자증권도 지난해 인수수수료로 각각 466억원, 382억원을 벌어들이며 전년 대비 각각 83.5%, 148.2% 늘어났다.

올해 1분기 실적 부진을 일부 방어한 것도 IPO 실적을 포함한 기업금융(IB) 부문이었다. 미래에셋증권의 1분기 순이익은 197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3.6% 감소했다. 브로커리지 수수료 수익이 41.9% 줄어들고 시장 변동성 확대 등으로 채권 및 파생상품 관련 손실이 발생하면서 운용손익이 13.3% 줄어든 영향이다. 반면 IB 부문 수수료 수익은 전년 동기 대비 37.6% 증가했다.

한국투자증권도 1분기 순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21.7% 하락한 2745억원으로 나타났다. 브로커리지와 자산관리, 운용부문이 전년 동기 대비 각각 42.19%, 35.53%, 34.13% 감소한 영향이다. 그나마 IB부문이 전년 동기(1859억원) 대비 12.32% 증가한 2088억원을 기록하면서 추가 실적 하락을 방어했다. NH투자증권 역시 위탁수수료가 급감하면서 순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60.3% 감소한 1023억원으로 나타났다.

익명을 요구한 시장 관계자는 "공모가가 상단 혹은 그 이상에서 결정되면 증권사가 받아가는 수수료도 많아지고 공모가 흥행할 경우 성과수수료도 받을 수 있지만 올해 시장 환경을 봤을 때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증권사 실적에서 IPO 주관 수익이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진 않아 주관 실적이 감소가 증권사 전체에 타격을 입힐 만큼의 위력을 발휘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다만 전년 대비 수익 감소가 전망되는 현 상황에서 실적에 추가적인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김민아 기자 jkim@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