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학무의 테크리딩] 테라와 루나의 교훈(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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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학무 미래에셋벤처투자 벤처캐피탈리스트
입력 2022.05.25 06:00
기술이 세상을 빠르게 바꾸고 있다. 기술을 직접 개발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각자의 영역에서 필요한 만큼의 기술에 대한 이해가 필요한 세상이 되었다. 학생은 미래의 직업을 선택하기 위해, 이미 직업을 가진 사람은 각자 직업의 미래 예상을 위해 세상을 바꾸는 기술에 대해 이해해야만 한다. IT조선은 [이학무의 테크리딩]을 통해서 기술을 이해하기 위한 기초 다지기와 이를 기반으로 필수적인 기술 이해 방법을 제공한다. <편집자주>

가상자산 시장은 지속 성장할 것이고, 결제 수단인 스테이블 코인의 필요성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하지만 앞서 살펴본 ‘테라와 루나의 교훈(상)’ 칼럼에서 언급한 것처럼 테더나 다이(DAI) 코인의 경우처럼 블록체인의 스마트 컨트렉트로 통제하지 못하는 불확실성은 성장의 발목을 잡는 요인이 될 수 있다. 시장 규모가 커지면 커질수록 위험도 그만큼 커지게 되고, 회계 감사를 받는다 하더라도 예금과 대출 물량 불일치에 따른 위험을 시스템으로 막기 어려운 탓이다.

테더 측은 단기 미 국채로 345억달러(43조6770억원), 기업 어음 242억달러(30조6372억원), 현금 42억달러(5조3172억원)의 자산을 보유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자산 명세는 직원이 3명에 불과한 카리브해 영국령 케이맨 제도에 있는 회사에서 승인됐고, 보유 자산에 대한 감사은 공개되지 않았다. 자산의 규모가 커지는 것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최근 9조원에 달하는 인출 사태가 발생했는데, 이것 역시 포괄적인 위험에 대한 관리 차원에서 투자자가 회수한 자금으로 추정할 수 있다. 알고리즘 기반 스테이블 코인의 불안정성이 확인되는 순간 인출이 발생한 셈인데, 이는 담보 기반의 스테이블 코인 역시 그리 안정적이지 않다고 생각하는 투자자가 많다는 것을 확인시켜 주는 꼴이다. 따라서 우리가 상상하는 가상세계를 포함할 수 있는 스테이블 코인은 블록체인 내에서 모든 계약을 통제할 수 있는 알고리즘 방식이 될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루나 사태를 통한 몇 가지 교훈은 반드시 보완이 돼야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발행량 통제 장치다. 전편에서 언급한 것처럼, 이번 붕괴의 가장 직접적인 요인은 과도한 발행량을 통제하지 못한 것이라고 본다. 시스템이 통제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선 발행은 버블을 만들고, 이후 붕괴를 촉발한다. 적절한 수준의 발행이 발생할 수 있는 기준을 만들고 이를 스마트 컨트랙트에도 반영해야 한다.

적정 발행량과 관련한 기준은 기존 경제체계의 국내총생산(GDP), 통화량, 통화유통속도 개념을 차용해 볼 필요가 있다. GDP는 화폐적인 관점에서 특정 화폐가 만들어내는 부가가치의 합으로 볼 수 있다. 유사한 개념을 테라에 적용해 보면, 테라 생태계가 만들어 내는 부가가치가 있어야 하고 GDP와 유사한 개념인 부가가치 합계에 비례한 화폐 발행량 조절 기능이 필요하다. 기존의 화폐는 경제활동이 먼저 있고 이를 보완하는 화폐시스템이 도입됐지만, 가상화폐는 화폐가 먼저 나온 후 관련 경제시스템이 도입되는 구조다. 즉 발행화폐 기준으로 경제규모를 산정하는 식의 접근이 필요하다.

이런 관점에서 테라의 예를 살펴보면, 시스템 붕괴 직전 테라 시가총액은 23조원 규모였는데 이는 화폐관점에서는 M2 통화량에 준한다. 앵커 플랫폼을 통해 통화가 공급되는 구조를 감안하면 금융기관을 통한 파생통화도 포함할 수 있다. 23조원의 발행 통화량에 준하는 GDP에 상응하는 경제규모를 추산하려면 적정 화폐유통속도를 곱해서 구할 수 있다. 구체적인 수치는 은행시스템의 각 국가별 경제 지배력에 따라 차이가 발생한다.

미국은 1.0 전후이고, 한국·일본·중국은 0.4~0.6쯤이다. 보수적으로 하단 기준을 적용하면 10조원 정도의 경제규모로 볼 수 있다. 다시 말해 테라 기반으로 10조원 규모의 부가가치가 발생하는 산업이 있었어야 한다.

하지만 테라 기반으로 부가가치를 만든 산업은 디파이(DeFi)인 앵커 플랫폼이 거의 유일했고, 그마저도 사업 모델이 불안정하다. 시스템의 안정성에 기여하지 못하고 위험도가 높아질 수밖에 없었던 셈이다. 물론 이와 같은 접근은 결제에 중심을 두고 있는 스테이블 코인에 더욱 집중된다.

반면, 비트코인은 가치저장 기능도 있고 이더리움은 블록체인의 거버넌스(주요한 의사결정 및 거래검증과 블럭생성) 역할을 크게 담당한다. 이들 역시 결제 역할을 담당하는 만큼 생태계 내에서 만들어내는 부가가치가 반드시 있어야 문제가 생기지 않는다.

최근 1개월 간의 테라 코인 가치 변화를 나타내는 그래프 / 코인마켓캡 홈페이지
새로운 산업 시장 전망을 할 때 과거의 틀에 집착해서는 안된다. 새로운 관점으로 볼 수 있어야 기회를 잡을 수 있다. 하지만 과거의 기준을 아예 무시할 수 없기에 전망이 쉽지가 않다. 화폐 시스템의 경우 경제가 돌아가는 화폐가 나왔고 이후 경제 확장을 돕는 금융이 도입됐지만, 이를 그대로 가상화폐나 가상자산 시장에 적용할 수는 없다. 테라의 경우를 보면, 화폐인 테라가 먼저 나온 후 이를 활용하는 금융 서비스인 앵커 플랫폼이 활성화됐다. 일각에서는 테라 자체가 품은 경제체계가 없기 때문에 어차피 문제가 발생할 수밖에 없었다고 가치를 폄하하지만, 새로운 산업을 그렇게만 해석하면 앞으로 다가올 기회 역시 사라지게 된다.

오랫동안 쌓아온 인간의 경험과 행동 패턴이 순식간에 완전히 바뀌지는 않겠지만, 생각의 틀을 조금만 바꾸면 새로운 기회도 발견할 수 있다. 화폐가 발행된 후 이를 지원하는 금융이 도입되었다고 하면, 과거와 다른 순서이긴 하지만 앞서 설명한 것처럼 10조원 규모의 관련 산업이 나왔다면 문제가 없었을 것이다. 어찌 보면 가상화폐는 화폐유통 속도가 일반 화폐보다 더 빠르기 때문에 더 큰 산업 구조가 만들어질 수 있다. 최소로 잡아 10조원 규모라는 말이다.

이런 측면에서 블록체인 기반 화폐 시스템의 마지막 퍼즐은 산업에 있다. ‘산업-화폐-금융’ 순서는 아니지만 어느 것 하나 빠져서는 안된다. 테라처럼 산업이 빠진 상황에서는 사상누각이 될 수 있다. 신산업은 블록체인 기술과 연관이 있어야 하고, 블록체인으로 제공될 때 더 높은 가치를 매길 수 있다. 이런 산업의 대표적인 예가 바로 대체불가능토큰(NFT, Non-Fungible Token)이다. 향후 블록체인 생태계에서 부가가치를 생성하는 핵심적인 역할은 NFT 또는 NFT 관련 서비스가 될 것이다.

NFT는 크게 세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첫째는 예술작품 영역을 디지털로 대체하는 것이다. 국내 미술품 시장은 연간 1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이 시장을 디지털로 확장하면서 만들어 가는 부가가치도 상당히 큰 시장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둘째 ‘지루한 원숭이 요트 클럽(BAYC, Bored Ape Yacht Club) 및 메타콩즈’와 같은 커뮤니티 NFT다. 커뮤니티 NFT는 웹 3.0(탈 중앙화와 개인의 콘텐츠 소유를 특징으로 하는 새로운 인터넷 세상)을 주도할 핵심적인 개념으로, 현재 대중화한 플랫폼 시장의 상당 부분을 중장기적으로 대체할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플랫폼 시장 규모가 미술품 시장 규모(1조원)보다 훨씬 큰 만큼, 향후 창출할 부가가치는 이보다 더 큰 금액이 된다. 다만, 아직은 사업모델 개발 단계인 만큼 시간이 필요하다. BAYC 및 메타콩즈는 NFT 및 가상자산의 성장에 확신이 있는 커뮤니티라는 측면에서 운영과 관련한 결속력이 높지만, 다른 주제로 커뮤니티를 확장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 모든 사용자가 블록체인 기술에 편하게 접근할 수 있는 수준은 아니라는 점도 한계다.

세 번째는 유틸리티 NFT로, 기존 티켓이나 상품권과 같은 유가증권은 물론 일부 QR 코드를 대체하는 NFT로 이해하면 된다. 티켓을 굳이 NFT로 발행할 필요가 있는지 퍼뜩 이해하기 어려울 수 있지만, NFT로 발행할 경우 티켓 유통과 사용의 효율성이 더 높아진다. 지금의 티켓 구매자는 온라인으로 예매한 후 해당 예매번호로 현장에서 지류 티켓을 받거나 우편으로 배송 받는 식으로 티켓을 습득한다. 그런데 급한 일이 생겨 공연 시작 직전 취소할 경우 고액의 수수료를 지불해야 한다. 개인간 거래에 나설 경우 구매자가 진짜 티켓인지 아닌지 신뢰하지 못하는 문제도 발생할 수 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가장 좋은 방안이 바로 유틸리티 NFT다. 최초 발행자 지갑이 공연 기획자인 것만 확인이 되면, 해당 티켓의 진위 여부는 쉽게 확인할 수 있고 2차 거래도 쉽게 이뤄질 수 있다. 이런 형태는 티켓 시장은 물론 다양한 유가증권에도 적용 가능하다.

보관이 쉽다는 점도 유틸리티 NFT의 장점 중 하나다. 지금까지는 많은 공연을 관람하고 공연 티켓을 보관하기 불편했는데, NFT로 티켓을 발급하면 특정 지갑에 의미 있는 컬렉션을 모을 수 있고 이를 컬렉션 하기도 손쉽다.

이런 측면을 고려할 때, 유틸리티 NFT는 커뮤니티 NFT가 그 영역을 확장하는 것보다 더 빠르게 적용될 수 있다. 중단기적으로 블록체인 기반 화폐 시스템의 마지막 퍼즐 역할을 할 가능성이 높다. 다만 유틸리티 NFT는 투자하는 도구라기 보다 실제 사용하는 데 초점을 둔 만큼, 가격 변동 가능성이 낮아야 한다.

반면 예술 NFT와 커뮤니티 NFT는 투자 아이템적인 성격이 강하다. 가상화폐로 표시되는 가치뿐 아니라 NFT 가격을 표시하는 가상화폐의 가치 변동성도 충분히 감내할 수 있는 셈이다. 예를 들어 1이더리움 짜리 NFT가 2이더리움이 되고, 추가적으로 이더리움의 가치 자체가 2배로 오를 경우, 기존 1이더리움의 법정화폐 기준 가치는 4배 늘어난다. 투자자산으로 더 매력적인 것이다. 하지만 유틸리티 NFT의 경우, 실제 사용성에 중점을 두고 있는 것이기 때문에 가격 변동성이 높지 않거나 아예 없어야 한다. 이때 필요한 가상화폐가 바로 스테이블 코인이다.

이번 테나 및 루나 사태는 많은 시사점을 준다. 결과론적인 말이지만, 테라가 연간 10조원 이상 규모의 부가가치 산업를 품었다면 생태계가 붕괴하는 일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코인의 가치가 부가가치와 비교해 과도하게 높지 않은지 지속해서 확인해야 할 것이다.

이학무 미래에셋벤처투자 벤처캐피탈리스트 leehakmoo@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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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학무 미래에셋벤처투자 벤처캐피탈리스트는 반도체, 핸드폰, 디스플레이 등 IT 산업뿐 아니라 전기차, 배터리 및 신재생에너지 산업까지 다수의 성장산업 분야 애널리스트로 20년 이상 활약했다. 최근까지 미래에셋증권 애널리스트로 활약했다. 공학을 전공한 그는 그동안의 경험을 바탕으로 세상을 이끄는(lead) 기술 읽기(read)를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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