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세대 보안 기술인 양자암호 사업에서 힘을 주는 SK텔레콤이 본격적인 시장 생태계를 조성하고자 관련 강소기업과 손잡았다. 국방과 공공 등 다수 분야에서 양자난수생성기(QRNG) 기술로 국내 레퍼런스를 확보하며 관련 시장을 창출하고 장기적으로는 글로벌 시장 진출을 내다본다는 계획이다. 가장 빠르게 가시화할 수 있는 활용 분야로는 국방 사업을 꼽았다.

김동우 SK텔레콤 혁신사업개발1팀장 QRNG 사업 전략을 발표하고 있다. / 김평화 기자
김동우 SK텔레콤 혁신사업개발1팀장 QRNG 사업 전략을 발표하고 있다. / 김평화 기자
SKT, QRNG 먹거리 위해 시장 생태계 확대 나선다

SK텔레콤은 24일 서울 중구 삼화타워에서 언론 설명회를 열고 양자암호 사업 전략과 향후 계획을 밝혔다. 이 자리에는 SK텔레콤이 양자암호 사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협력 중인 ▲IDQ ▲KCS ▲옥타코 ▲비트리 등 강소기업이 함께 참석했다.

SK텔레콤은 양자암호 사업 기술 중 QRNG 사업 확대에 주력했다. QRNG는 양자 특성을 활용해 패턴이 없는 순수 난수를 만드는 기술이다. 제3자가 해킹을 시도해 난수를 탈취해도 패턴이 없기에 해석이 불가능하다. 차세대 보안 기술로 평가받는 배경이다.

SK텔레콤은 2018년 QRNG 기술을 세계 최초로 상용화한 보안 기업인 IDQ를 인수했다. 이후 5G 가입자 인증 서버에 QRNG를 적용하는 등의 사업을 진행하다 2019년 말 IDQ와 QRNG 칩을 선보였다. 2020년에는 삼성전자와 QRNG 칩을 품은 양자 보안 스마트폰인 갤럭시 퀀텀을 내놨다. 갤럭시 퀀텀 시리즈는 올해까지 3세대 모델까지 나온 상태다.

SK텔레콤은 이같은 성과에 안주하지 않고 QRNG 활용 분야와 관련 시장 확대를 내다본다. QRNG 칩을 고도화하면서 국내외 QRNG 시장 생태계를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이 과정에서 관련 강소기업과의 협력 과제를 구체화한다. QRNG 시장을 키우고 먹거리를 늘려야 사업 추진에 동력을 얻을 수 있다는 판단이다.

김동우 SK텔레콤 혁신사업개발1팀장은 "QRNG는 시드(seed)와 같다. SK텔레콤이 모든 영역을 알지 못하기에 각 영역에서 현재 잘하는 업체와의 상생, 협력이 중요하다고 봤다"며 "해외 시장에 먼저 진출하기엔 초기 기술인 만큼 레퍼런스를 쌓아야 하는 부분이 있어서 (강소기업과의) 상생, 협력을 통해 시장 확대와 제품 다변화 쪽으로 가려 한다"고 말했다.

양자암호 원칩 개발로 조성할 수 있는 신규 사업 분야 안내 이미지 / 김평화 기자
양자암호 원칩 개발로 조성할 수 있는 신규 사업 분야 안내 이미지 / 김평화 기자
2023년 양자암호 원칩 개발해 국방·공공 분야 진출

SK텔레콤은 QRNG 시장 생태계를 조성하고자 IDQ뿐 아니라 KCS, 옥타코, 비트리 등과 협력한다. 하드웨어 암호칩(KE7) 개발사인 KCS와는 2023년 KE7에 QRNG 칩을 탑재한 양자암호 원칩을 선보인다. KE7이 이미 국정원으로부터 2단계 암호모듈검증(KCMVP)을 획득한 만큼 양자암호 원칩 관련 KCMVP 인증을 빠르게 획득해 원가 비용을 낮추면서 상품성을 높인다.

김한직 KCS 상무는 "KE7은 KCMVP 레벨2로 국내에서 보안이 가장 강한 칩이다. 여기에 QRNG 칩을 넣으면 KCMVP 변경을 해야 하지만 전체를 다 새로 받을 필요 없이 QRNG 관련 내용만 변경하면 되는 만큼 (인증 획득까지) 오래 걸리지 않을 듯하다"며 "2023년 상반기까지 인증을 마치겠다"고 말했다.

SK텔레콤과 KCS는 양자암호 원칩을 국방과 공공, 민수 시장 등 다양한 산업 분야에 활용할 계획이다. 군 무기 체계 데이터 암호화와 한국전력(한전) 배전 시스템 보안 강화를 위해 양자암호 원칩을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본다. IP 카메라와 홈패드 등에도 활용을 내다본다.

김 상무는 "가장 빠르게 적용 가능한 분야는 국방 분야다"며 "KCS에서 군 무기 체계 관련 과제를 진행 중인데, 탱크 조준 관련 정보라든지 군 무기 관련 데이터가 보안이 안 돼 있는 경우가 있어 양자암호 원칩을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왼쪽부터 김동우 SK텔레콤 팀장과 임상윤 IDQ 사장, 김한직 KCS 상무, 유미영 옥타코 이사, 김희걸 비트리 부사장이 기자 질의를 받고 있다. / 김평화 기자
왼쪽부터 김동우 SK텔레콤 팀장과 임상윤 IDQ 사장, 김한직 KCS 상무, 유미영 옥타코 이사, 김희걸 비트리 부사장이 기자 질의를 받고 있다. / 김평화 기자
2024년 차세대 QRNG 칩 나온다…QRNG 품은 지문인식 보안키로는 글로벌 진출

SK텔레콤과 2016년부터 QRNG 사업에서 파트너십을 맺고 있는 비트리는 QRNG 칩 고도화에 참여한다. 비트리는 SK텔레콤과 갤럭시 퀀텀 시리즈에 탑재한 QRNG 칩을 기반으로 2024년 차세대 QRNG 칩을 선보일 계획이다. 기존 대비 크기는 더 작되 성능을 개선하면서 단가는 낮추는 게 목표다. 이를 통해 모바일뿐 아니라 다양한 기기 및 산업 분야에서 활용처를 넓힌다.

김희걸 비트리 부사장은 "2024년까지 QRNG 생태계를 확장하는 미션을 갖고 여러 분야에서 QRNG 관련 고객의 VOC(피드백)를 받아들여 어떻게 좋은 제품을 개발할지 고민하고 있다"며 "은행권이라든지 CCTV, 로봇 등 기타 분야까지 쓸 수 있어야 한다는 목표로 차세대 QRNG를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SK텔레콤은 이 과정에서 삼성전자뿐 아니라 다양한 스마트폰 제조사 모델에 QRNG 칩을 포함하는 안을 내다본다. 김 팀장은 "퀀텀 기술과 관련해 삼성전자와 협력 중인데, 바람은 삼성전자에서 단말 라인업을 확장할 뿐 아니라 글로벌 제조사와 이런 형태의 단말기를 만들어가는 것을 논의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생체인증 기업 옥타코는 국내 QRNG 기술을 활용해 글로벌 시장에 진출하는 사례를 만든다. 옥타코는 카드형 지문 보안키(FIDO)에 QRNG를 결합해 보안성을 높인 지문인식 보안키(이지퀀트)를 선보인 곳이다. 이지퀀트는 경기도청과 대전상수도 사업본부 등에 활용되고 있다.

옥타코는 QNRG 제품을 고도화해 다양한 사업을 글로벌 단위로 확장한다는 계획이다. 마이크로소프트의 MS 365나 구글 클라우드 등의 글로벌 오피스 플랫폼에 QRNG를 결합한 FIDO 기술을 탑재하는 것이 목표다. 미국 연방정부 인증 서비스에도 해당 기술을 도입을 노린다. QRNG 지문 인증 장치를 개발, 인도 대국민 인증 서비스인 아다하르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것도 목표다.

유미영 옥타코 이사는 "세계 최초로 QRNG를 적용한 기술을 제공하고 있다 보니 (미국과 영국 등 글로벌에서) 관심이 높은 상태다"며 "인도는 전국민 주민등록 사업인 아다하르 사업에 (QRNG 기술 적용을) 제안했는데, 공식 벤더가 되길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유타코에서 QRNG 기술을 적용한 이지퀀트 기술 설명 안내 이미지 / 김평화 기자
유타코에서 QRNG 기술을 적용한 이지퀀트 기술 설명 안내 이미지 / 김평화 기자
SKT "QRNG 칩에서 소프트웨어 라이선스로 갈 것"

SK텔레콤은 강소기업과의 협력으로 QRNG 국내외 시장을 확대하면서 궁극적으로는 주도 사업자로서 관련 시장을 선도하는 데 주력하겠다는 계획이다. 양자암호 분야에서 새로운 미래 혁신 기술 관련 사업 기회를 창출하고 선도 사업자로서 깃발을 꽂는 역할을 하는 것이 목표다.

SK텔레콤은 이 과정에서 다양한 사업자가 QRNG 관련 사업을 진행, 시장 크기를 키우는 것이 중요하다고 전했다. 특정 사업자가 홀로 조성해 키울 수 없는 시장인 만큼 다양한 사업자가 경쟁 구도에서 더 나은 제품을 생산하면서 시장을 키우는 것이 맞다는 설명이다.

SK텔레콤은 향후 물리 기반의 QRNG 칩을 선보이는 것에서 나아가 소프트웨어 분야로 QRNG 적용을 확대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열어놨다.

김 팀장은 "지금은 QRNG가 칩 기반이라면 향후에는 소프트웨어 라이선스 부분으로 가야 할 것으로 본다"며 "기술 관련 파트너십을 확대하고자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김평화 기자 peaceit@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