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 비만 인구 증가로 각국의 보건당국이 고민에 빠진 가운데 국내외 기업들이 차세대 비만치료제 연구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비만치료제 시장도 덩달아 급성장 할 것으로 보여 해당 영역에서 블록버스터(매출 1조 이상 기록 의약품) 신약이 탄생할지 관심이 집중된다.

전세계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비만 치료제 개발에 속속 뛰어들고 있다. / 픽사베이
전세계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비만 치료제 개발에 속속 뛰어들고 있다. / 픽사베이
한국바이오협회와 관련 업계에 따르면 세계 비만치료제 시장 규모는 2021년 32억달러(4조630억원)에서 2026년 46억달러(5조8406억원)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전 세계 비만 유병률은 1975년 이후 3배 증가했으며, 미국 내에서는 인구 3분의 2 이상 비만으로 판명, 성인 3분의 1과 청소년 20%는 당뇨를 앓고 있는 등 비만이 심각한 사회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비만이나 과체중은 심장병, 뇌졸중 및 당뇨병을 비롯해 일부 주요 사망 원인과 관련된 심각한 건강 문제이며, 특정 유형의 암 위험 증가와도 연관된다. 비만 원인으로 인정된 환경적 요인은 신체활동 부족과 고열량 음식 섭취 증가 등이 대표적이고 ▲수면부족 ▲만성 스트레스 ▲항간질 및 항정신성 약물 사용 등은 체중증가를 촉진하는 요인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항비만(Anti-Obesity) 치료제 개발이 쉽지 않다는 점이다. 항비만 약물 개발은 식욕을 조절하는 분자 메커니즘을 타겟으로 하지만, 이들 중 대부분은 심혈관계 부작용, 자살위험 증가 또는 약물 의존 및 남용 가능성 증가 등의 부작용이 동반되기 때문이다.

1996년 FDA(미국식품의약국)로부터 승인받은 항비만 약물인 펜플루라민은 심각한 부작용 사례가 속출하면서 사용이 금지됐으며, 1997년 시부트라민 역시 심혈관 위험 보고로 인해 승인이 철회된 바 있다.

이에 다양한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효과적이면서도 안전한 항비만 치료제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지난해 9월 기준 FDA가 현재까지 승인한 비만 치료제는 10개다. 메트포르민, 조니사 마이드 및 기타 GLP-1 RA와 같은 허가된 약물 대부분은 일반적으로 당뇨 치료제로 사용되고 있으며, 처방의사의 전문적 판단하에 오프라벨(의약품관리제도)로 비만치료를 위해 처방되고 있다.

전세계 비만치료제 1위는 노보노디스크가 개발한 ‘삭센다(성분명 리라글루티드)’다. 당뇨 치료제로 개발된 삭센다는 임상과정에서 체중 감량 효과가 나타나 비만 치료 적응증을 허가 받았다.

노보노디스크는 지난해 FDA로부터 비만이나 과체중이 있는 성인의 만성 체중관리를 위한 주사제인 ‘위고비’도 승인받았다. GLP-1 RA계열 약물인 위고비는 비만치료제의 게임체인저로 불리는데, 혈액-뇌 장벽을 통과할 수 있어, 체중 감량 효능을 높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GLP-1은 췌장에서 인슐린 방출을 증가시키고 식욕 감소를 일으키는 뇌 수용체를 표적으로 삼는 등 여러 가지 효과가 있다. 포만감 또는 충만감의 감각을 초래하며 천연 GLP-1 호르몬수치로 가능한 것보다 훨씬 오래 지속된다.

웨고비의 2022년 1분기 글로벌 매출은 1억9800만달러(2507억원)로, 같은 기간 삭센다(2억8350만달러) 매출에 근접한 수준으로 올라선 상태다. 노보노디스크 전체 비만 매출 역시 107% 증가했다.

최근에는 일라이 릴리의 마운자로(성분명 티르제파타이드)가 FDA 문턱을 넘어 기대감을 늘리고 있다. 위고비가 GLP-1에만 작용한다면, 티르제파타이드는 GLP-1과 또 다른 호르몬인 GIP에 이중 작용하기 때문이다.

과거 의약계에서는 GIP가 별다른 효능을 갖고 있지 않다고 알려져 있었는데, GLP-1과 함께 사용하면 혈당과 체중을 낮추는 효과가 있다는 연구결과들이 나오면서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비만치료제 개발에 도전장을 낸 국내 기업 중 가장 앞서고 있는 곳은 한미약품이다. 한미약품은 당초 당뇨병 치료제로 개발한 ‘에페글레나타이드’에서 혈당조절 외에도 체중감량 효과를 확인했다. 에페글레나타이드는 현재 다국가 임상3상을 마친 상태다.

LG화학은 유전성 희귀 비만치료제 ‘LR19021’을 개발하고 있다. LR19021은 포만감 신호에 작용해 식욕을 억제한다. 현재 미국 임상1상을 진행하고 있으며 연내 결과를 발표할 계획이다.

광동제약은 최근 의료용 마이크로니들 플랫폼 업체 쿼드메디슨과 패치형 비만치료제를 개발키로 했으며, 펩트론은 삭센다를 1주일에 한번 주사하면 되는 지속형 제제로 개발 중이다.

휴메딕스는 HLB제약과 함께 GLP-1 계열 장기지속형 비만치료제를 개발 중이다. 대원제약은 최근 비만 및 당뇨 치료제 개발 기업인 글라세움의 비마약성 비만치료제 신약 후보물질 ‘HSG4112’를 도입했다.

박봉현 한국바이오협회 책임연구원은 "비만이나 과체중은 심장병, 뇌졸중 및 당뇨병을 비롯해 일부 주요 사망 원인과 관련된 심각한 건강 문제로 특정 유형의 암 위험 증가와도 관련돼 있다"며 "지난해부터 게임 체인저로 소개되는 획기적인 비만치료제가 승인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종종 불충분한 효능과 불확실한 안전성을 제공하고 약물에 대한 내성이 큰 것으로 입증돼 장기적인 약물 요법은 극복할 수 없는 과제로 남아 있다"고 지적했다.

김동명 기자 simalo@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