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가 주력으로 미는 OLED(올레드) TV가 매년 고속 성장을 이어간다. 매 분기마다 최대 출하량을 기록하며 대세 TV로 떠오른다는 평가를 받는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OLED TV는 올해 1분기 출하량 148만6000대를 기록했다. 2021년 동기 대비 24.7% 늘어난 것으로, 같은 기간 세계 LCD TV 출하량이 5% 줄어든 것과 대조적이다.

하지만 OLED에 주력하는 LG전자의 속내는 여전히 편치 않다. OLED TV 판매 증대의 가시적 성과가 대부분 LG전자 나홀로 성장한 결과물인 탓이다. 글로벌 TV 제조사들이 아직 OLED 비중 확대에 적극 나서지 않는다는 점은 향후 LG전자 TV사업 성장 동력 확보의 불안요소다.

LG 올레드 에보 라이프스타일 이미지 / LG전자
LG 올레드 에보 라이프스타일 이미지 / LG전자
옴디아는 올해 올레드 TV 출하량이 800만대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해 652만5600대보다 22% 이상 늘어난 수준이다. 하지만 이는 전체 TV 시장 출하량인 2억1570만대의 4%에 못 미치는 규모다. 여전히 2억대가 넘는 출하량을 LCD 기반 TV가 책임진다는 얘기다. OLED TV 시장이 급격한 성장가도에 오르려면 LG전자 외 다른 제조사의 진출 및 비중확대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되는 이유다.

LG전자는 올해 1분기 전체 OLED TV 시장에서 출하량 기준 점유율 62.2%를 차지했다. 148만6100대 중 92만4600대가 LG전자의 판매량으로 집계됐다. 소니(29만6000대)가 19.9%, 필립스(7만7500대)는 5.2% 비중으로 뒤를 이었다.

LG전자가 60%가 넘는 점유율로 매번 판매량을 늘려가는 반면 타 제조사의 성장세는 기대에 못 미친 수준이다. 실제 지난해 4분기 OLED TV 출하량 비중을 보면 LG전자가 62.5%, 소니는 20.9%, 필립스는 4.5%로 올해 1분기와 비슷한 추세를 보였다. 2021년 OLED TV 시장 3위(5.7%)를 달성한 파나소닉은 올해 1분기에는 필립스보다 낮은 점유율을 기록하며 명단에서 빠졌다.

OLED TV 판매 증대를 위한 가격 인하 탓에 LG전자의 TV 수익성은 판매량이 급증한 효과를 누리지 못하고 악화하는 추세다. LG전자 TV사업을 담당하는 HE사업본부의 2020년 4분기 영업이익은 1921억원을 달성했지만, 2021년 4분기 영업이익은 1627억원에 그치며 18% 이상 줄었다.

조주완 LG전자 사장 / LG전자
조주완 LG전자 사장 / LG전자
LG전자의 고민을 풀어줄 해결사는 아이러니하게도 경쟁사인 삼성전자가 꼽힌다. 삼성전자는 글로벌 TV 시장에서 꾸준히 30% 이상 점유율을 기록하며 2021년까지 16년 연속 1위에 올랐다. 삼성전자가 OLED TV 사업에 적극 나설 경우 OLED TV 시장이 탄력을 받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1년 넘게 끌어온 삼성전자와 LG디스플레이의 OLED TV 협상은 지지부진하다. LCD 패널 가격이 급격한 하락세에 접어들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최근 LG디스플레이 측에 TV용 OLED 패널 공급을 요청할 수 있다며 납품 제안 가능성을 열어뒀지만, 아직 급하지 않다는 태도로 일관 중이다.

삼성전자 내부에 정통한 관계자는 "삼성전자는 LG디스플레이와 OLED 패널 거래 협상 시점에 크게 개의치 않고 있다"며 "연내 LG디스플레이의 패널을 탑재한 OLED TV가 나올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다"고 말했다.

전자업계에서는 결국 OLED 패널 공급사인 LG디스플레이의 원가절감 여력과 협상력에 LG전자 OLED TV의 미래가 달렸다고 본다. 삼성을 비롯해 중국, 일본 제조사의 OLED TV 시장 진입이 절실하다는 평가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최근 TV 시장은 대형화와 8K로 전환으로 급격한 변화의 시기를 맞고 있다"며 "LCD 패널 가격의 지속적인 하락과 안정화는 OLED TV 시장의 성장에 악재로 작용할 것이고, 70인치대 대형 제품에서 가격 경쟁력 문제를 극복하지 못한다면 LG전자 TV사업의 미래는 어두울 수 있다"고 말했다.

이광영 기자 gwang0e@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