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 빅테크 업체 지분 중 상당 비율은 오너의 친인척이 아닌 전문 투자사 등이 가진다. 넷마블을 비롯해 카카오·네이버·넥슨 등 최근 급성장하고 있는 IT 기업 대부분이 그러하다. 그런데 최근 IT 벤처로 시작한 토종 소프트웨어(SW) 기업 내부 분위기는 다르다. 보통 IT기업 하면 전문경영인 체제로 회사를 운영하는 등 기존 기업과 다른 운영 전략을 채택할 것이라는 평가도 있지만, 1세대 창업자의 뒤를 이어 2세들이 회사 경영의 중심에 서는 경우도 확인된다. 한글과컴퓨터, NHN, 다우키움그룹, 윈스, 마크애니 등이 대표적인 2세 경영 체제에 돌입하는 회사다. 상장기업의 경영 승계는 민감한 이슈다. 경영 능력이 미숙한 2세가 승계할 경우 회사의 존폐를 위협할 수 있는 탓이다. 경영 수업과 함께 자질까지 검증 받은 경우라면 사정이 달라진다. 주주들이 승계 자체를 마다할 이유가 없다. IT조선은 최근 2세 승계가 이뤄졌거나 승계를 준비 중인 토종SW 기업 관련 주요 현안을 짚어보고, 앞으로의 숙제를 심층 분석했다. [편집자주]

윈스, 조카 경영서 2세 경영으로 재편
회사 안팎에서 ‘매각설’ 확산

2세 경영체제에 돌입한 국내 정보보안 4위(매출 기준) 기업 윈스가 매각설의 중심에 섰다. 김을재 회장의 뒤를 이어 아들인 김보연 대표 중심으로 회사가 재편됐다. 김 대표 이전에는 김 회장의 조카인 김대연 대표가 회사를 경영했는데, 조카 경영에서 2세 경영으로 전환을 하자마자 터져나온 매각설에 내부 분위기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사측은 단순 루머라고 일축했지만, 회사 안팎에서 매각 이슈가 불거졌다.

김보연 윈스 대표 / 윈스
김보연 윈스 대표 / 윈스
1998년 설립된 윈스는 네트워크 보안 솔루션 전문기업이며, 침입방지솔루션(IPS)를 주력 비즈니스 모데롤 삼았다. 올해 1000억원 이상의 매출을 기록할 것이라는 기대를 받는다.

2월 취임한 김보연 대표는 윈스의 최대주주인 금양통신 김을재 회장의 아들이다. 1976년생으로 연세대학교 신문방송학과 캘리포니아대학교 경영대학원(MBA)을 전공했다. 2006년부터 2012년까지 NH농협은행에서 근무한 뒤 금양통신을 거쳐 2013년 윈스에 합류했다. 그는 2020년 3월 정기 주총에서 사내이사로 신규 선임됐다.

같은해 김보연 대표는 최고운영책임자(COO)로 승진하며 국내외 사업과 관제, 기술, 인사 기획 등 회사 전반 사업을 총괄했다. 2022년 2월 김대연 대표가 사임하고 김보연 대표가 새로 취임했다.

2000년부터 윈스를 이끌어 온 김대연 전 대표는 김을재 금양통신 회장의 조카다. 윈스는 김 회장의 조카에서 아들로 대표가 바뀌며 사촌경영에서 2세 경영으로 전환했다. 윈스는 김을재 대표가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는 금양통신이 최대주주(21.73%)다. 김을재 회장이 3.69%, 김대연 전 대표가 3.85%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김보연 대표의 윈스 주식 보유 여부는 아직 공시에서 확인되지 않는다. 김 대표가 취임한 후 경영을 승계했지만, 지배구조 측면에서의 완전한 승계는 이뤄지지 않은 셈이다.

윈스에서 7년쯤 경영수업을 받은 김 대표는 김대연 전 대표에 이어 클라우드 사업에 공을 들인다. 윈스는 올초 클라우드 사업 전면 강화를 골자로 하는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윈스는 최근 실적도 좋은 편이다. 3년 연속 최대 실적을 경신하며 성장세를 이어간다. 2021년 연결기준 연간 매출 964억원, 영업이익 210억원을 기록했다. 전년대비 2.7%, 12%씩 증가한 수치다. 2022년 1분기도 전년대비 21.5% 증가한 매출 174억원을 기록하며 선방했다. 신사업인 클라우드 관제 서비스 매출 신장이 올해까지 이어진다면 올해 연매출 1000억원 클럽에 합류할 가능성이 높다.

윈스의 사업 분위기는 나쁘지 않지만 내부 직원들의 분위기는 진퇴일로다. 퇴사자나 윈스 내부 관계자를 통해 계속해서 매각설이 흘러나오는 탓이다.

IB 업계 등에서도 윈스 매각과 관련한 분위기가 전해진다. 루머의 실체는 없지만, 행동주의펀드인 KCGI와 방상 2위 기업 LIG넥스원 등이 윈스 인수에 나서는 것 아니냐는 평가가 있다. KCGI는 2021년 12월 윈스의 주식과 전환사채권을 사들이며 지분 15.4%를 보유한 2대 주주가 됐다. KCGI는 과거 이노와이어리스를 입수합병 때 LIG넥스원과 협력을 했었는데, 윈스 관련 M&A를 추진할 때도 공동 행동에 나설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윈스 측은 매각설과 관련해 근거없는 소문이라고 일축했다. 윈스 한 관계자는 "어디서 그런 소문이 자꾸 나오는지 모르겠으나 사실이 아니다"며 "매각 관련 계획이 없다"고 말했다.

류은주 기자 riswell@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