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 빅테크 업체 지분 중 상당 비율은 오너의 친인척이 아닌 전문 투자사 등이 가진다. 넷마블을 비롯해 카카오·네이버·넥슨 등 최근 급성장하고 있는 IT 기업 대부분이 그러하다. 그런데 최근 IT 벤처로 시작한 토종 소프트웨어(SW) 기업 내부 분위기는 다르다. 보통 IT기업 하면 전문경영인 체제로 회사를 운영하는 등 기존 기업과 다른 운영 전략을 채택할 것이라는 평가도 있지만, 1세대 창업자의 뒤를 이어 2세들이 회사 경영의 중심에 서는 경우도 확인된다. 한글과컴퓨터, NHN, 다우키움그룹, 윈스, 마크애니 등이 대표적인 2세 경영 체제에 돌입하는 회사다. 상장기업의 경영 승계는 민감한 이슈다. 경영 능력이 미숙한 2세가 승계할 경우 회사의 존폐를 위협할 수 있는 탓이다. 경영 수업과 함께 자질까지 검증 받은 경우라면 사정이 달라진다. 주주들이 승계 자체를 마다할 이유가 없다. IT조선은 최근 2세 승계가 이뤄졌거나 승계를 준비 중인 토종SW 기업 관련 주요 현안을 짚어보고, 앞으로의 숙제를 심층 분석했다. [편집자주]

강소 보안기업으로 평가받는 마크애니가 ‘최고’ 대표 중심의 2세경영 체제에 돌입했다. 최 대표는 실력있는 3040 세대를 발탁해 회사 경영에 나설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마크애니 지분 상당 비율은 여전히 아버지인 최종욱 창업자가 보유했다. 최 대표가 회사 주요 인사를 할 때 한계는 있겠지만, 경영 고문 등 요직에 있던 강원도 출신 인사들 대부분 자리에서 물러났다. 최고 대표는 최근 주춤하는 경영실적을 향상시키는 등 조직 전반에 활력을 불어넣겠다는 의지를 보인다.

마크애니는 문서보안솔루션(DRM)을 기반으로 성장해 위변조 방지 보안 솔루션과 CCTV 보안관리 솔루션을 주력으로 한다. 최근에는 영상 스트리밍 서비스와 CCTV 영상 등 멀티미디어 콘텐츠 보안과 블록체인으로 영역을 확장해가고 있다. 직원수 170명 안팎의 중소기업이지만 400건이 넘는 국내외 특허를 보유하고 50개가 넘는 기술 인증을 받으며 14개 국가 3500고객사를 보유한 강소기업으로 자리매김 했다.

최고 대표 / 마크애니
최고 대표 / 마크애니
최근 2세 경영의 포문을 연 마크애니는 3040 젊은 인력들을 중용하려는 움직임을 보인다.

마크애니는 2021년 7월 최고 대표를 공동 대표로 선임하며 2세 경영을 본격화했다. 최고 대표는 최종욱 대표의 장남이다. 2021년 말 기준 마크애니의 지분구조를 보면 대표이사 및 특수관계자가 51.72%를 보유하고 있다. 지분의 절반 이상을 오너일가가 소유하고 있으므로 가족기업에 가깝다.

마크애니 창업주인 최종욱 대표는 아주대 공업경영학과(현 산업공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USC에서 1988년 경영정보시스템 박사학위를 받았다. 이후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연구실장을 거쳐 1991년부터 상명대 소프트웨어학부 교수를 역임했다. 교수로 재직하던 중 연구실 학생들과 함께 대학 벤처로 사업을 시작해 1999년 마크애니를 설립했다.

마크애니에는 최종욱 대표의 고향인 강원도 출신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최종욱 전 대표는 강릉고등학교 출신으로 동문회장도 역임한 바 있다. 그러다 보니 마크애니에 최종욱 대표와의 지연으로 입사한 직원들이 많았다는 것이 내부의 증언이다.

하지만 최고 대표는 젊은 직원들을 팀장급과 요직에 앉히며 분위기 쇄신에 나서고 있다. 가족회사, 올드한 경영진이란 이미지를 지우기 위한 행보로 풀이된다. 오너일가가 최대주주고 부자과 함께 경영을 하다 보니 ‘가족 기업'이라는 꼬리표가 붙는다.

마크애니 내부 사정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강원도 출신 직원들이 재직 중이거나 했던 것은 사실이다"며 "최근에는 젊은 사람들을 요직에 앉히며 분위기를 바꾸고 있다"고 말했다.

주춤하는 마크애니의 실적도 최고 대표가 풀어야 할 숙제다. 마크애니는 2021년 연결기준 237억원의 매출 28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10년 전인 2011년 매출 131억원보다는 성장했지만, 2019년 매출 262억원, 영업이익 58억원보다는 오히려 줄어든 규모다.

최고 대표는 엄연히 말하면 보안전문가는 아니다. 그는 퍼듀대를 졸업하고 하버드 경영학 석사(MBA) 과정을 마쳤다. 삼성SDS, 미국과 중국 IT 스타트업 등에서 경험을 쌓았다. 최고 대표는 2016년부터 회사 경영에 본격적으로 참여하며 신사업에 드라이브를 걸기 시작했다. 신사업과 실적에서 가시적인 성과를 내야 경영능력을 안팎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

마크애니 관계자는 "마크애니 임원진은 대기업, 금융권 등에서 CFO 이상 경력을 지닌 분들로 구성돼 있으며, 실력과 능력 위주로 임원진을 채용하고 있다"며 "강원도 출신 임원은 없으며, 타 기업 재무 임원으로 계시다가 마크애니에서 재무팀장으로 역량을 발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최고 대표는 더욱 다양한 의견 수렴을 위해 여러 연령대로 팀과 임원진을 구성해 나가고 있다"며 "마케팅팀 팀장과 프로덕트 오너(PO)팀 대부분이 30~40대로 이뤄져 있으며, 앞으로도 연령대 구분 없이 젊은 임원의 새로운 사고와 시니어 임원의 노하우로 사업과 경영을 꾸려나갈 예정이다"고 말했다.

류은주 기자 riswell@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