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펜션은 고객이 도착하면 먼저 웰컴 드링크를 제공한다. 어떤 호텔은 객실에 과일바구니나 무료 와인을 두기도 한다. 또 어떤 곳은 수건으로 양이나 코끼리, 토끼 등 다양한 동물 모양을 예쁘게 만들어 침대에 놓아 고객을 즐겁게 하기도 한다. 이렇게 고객을 환대하고 접대하는 경영을 ‘호스피탈리티 경영(hospitality Management)’ 이라고 한다. 주로 호텔 등 관광업계에서 많이 활용하고 있는 경영기법이다. 외국에는 호스피탈리티 경영을 전문적으로 교육하는 호스피탈리티 경영대학교도 있고 우리나라 여러 대학에서도 호스피탈리티 경영학과를 두고 있다.

호스피탈리티 경영기법을 커피 업계에도 도입하자는 논의가 있다. 고객이 주문한 음료를 만들어 고객에게 단순히 제공하는 서비스를 넘어 고객의 니즈를 충족하고 그들의 만족도를 높일 수 있도록 다양한 환대 기법을 도입하자는 것이다. 스타벅스에서 완성된 음료를 고객에게 전달할 때 고객의 이름을 불러 음료를 전달하는 것도 이러한 환대 기법의 하나로 볼 수 있다. 고객이 대우받는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도록 고객의 정서적인 면까지 고려하여 환대를 하게 되면 자연스럽게 고객은 긍정적인 감정을 가지게 되고 재방문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사실 커피 업계에서 호스피탈리티 서비스라 하여 기존 서비스와 차별화된 완전히 새로운 개념의 서비스라고 보기는 어렵다. 단순히 커피를 마시기 위하여 카페에 오는 고객이 있는 반면 친구를 만나거나 사교의 목적으로 방문하는 고객도 있다. 또 잠시 쉬어가기 위하여 오는 고객도 있다. 이처럼 카페를 방문하는 고객의 목적이 모두 다르기 때문에 환대도 고객의 니즈에 맞출 필요가 있다.

아침에 바삐 출근하면서 커피를 구매해가는 손님에게 환대한답시고 이리저리 말을 거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이럴 때에는 빠르게 음료를 만들어 제공하는 것이 훨씬 좋은 환대 방법이다. 다소 여유가 있는 오후 시간대에는 고객과 여유를 가지고 정서적인 유대 관계를 형성할 수도 있다.

보통 고객이 들어서면 안부 인사를 물으며 주문을 받고 음료를 만들어 제공한다. 대부분 음료를 제공하고 나면 할 일을 끝낸 것으로 여긴다. 하지만 주문을 받을 때부터 고객의 선호도, 즉 진한 커피를 선호하는지 마일드한 맛을 즐기는지를 묻는다. 또 고객이 음료를 즐기는 동안에도 원하는대로 맛이 나는지를 묻고, 음료가 더 필요한지, 혹시 음료에 어떤 문제가 있는지 등을 물어 고객의 의견을 묻는다. 이런 행동 하나하나가 호스피탈리티를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고객이 대접받는다는 느낌을 가지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런 환대를 받은 고객은 단골 손님이 되기 쉽다.

판매자가 말을 걸어주고 과도하게 환대를 하는 것을 부담스럽게 생각하는 고객도 있을 수 있다. 그러므로 호스피탈리티 서비스를 하는 경우에도 고객의 특성을 잘 파악하고 고객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접근해야 한다.

요즈음 커피 시장은 스페셜티커피를 중심으로 급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또한 외국에서 유행하는 새로운 커피 문화가 실시간으로 소개되어 도입되기도 한다. 개성을 가진 커피 맛을 낼 수 있도록 로스팅 연구를 하는 소규모 커피 전문점도 늘고 있다. 또한 자신이 추구하는 커피 맛과 향미를 내기 위하여 핸드드립 기법 등 기술을 끊임없이 연마하는 바리스타도 많이 있다. 그러므로 앞으로 고객은 지금보다도 훨씬 맛있는 다양한 고급커피를 접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여기에 찾아온 고객을 환대하고 관계를 잘 형성함으로써 고객과 교감하는 호스피탈리티 서비스까지 추가되면 커피 음료 시장은 크게 성장할 것으로 믿는다.

레슬리여키스와 찰스데커(LESLIE A. YERKES, CHARLES DECKER)는 ‘잭아저씨네 작은 커피집’이라는 책에서 성공적인 경영의 요소로 4P, 즉 열정(Passion), 사람(People), 친밀(Personal), 제품(Product)을 들고 있다. 가게를 찾는 손님들과 직원들 사이에 친밀한 관계를 맺는 인간적인 연결고리가 고객의 충성도를 만들어낸다는 것이다. 이에 의하면, 일단 고객이 카페에 오면 마치 자기 한 사람만을 위한 커피점에 온 것 같다는 느낌을 받게 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가능한 한 고객의 이름을 기억하고 어떤 음료를 즐기는지를 알고서 한사람 한사람을 중요하게 대접하여야 한다. 고객의 특성을 알고 미리 커피를 준비해서 건네주면, 일은 더 빨리 이루어지고 기다리는 시간을 줄일 수 있게 된다. 그러면 고객은 카페 공동체에 속한다는 느낌을 받게 될 것이다. 특히, 근황을 물어보고 함께 기뻐하고 걱정하는 등 개인적인 이야기까지 알고 있으면 마치 친구와 함께 쇼핑하는 기분 좋은 느낌까지 갖게 된다. 그러면 고객은 가족과 같은 편안한 분위기 속에서 즐겁게 재 방문이 이루어지게 된다는 것이다.

국제호텔경영저널의 ‘호스피탈리티 경험 측정’을 다룬 논문에 의하면, 환영, 편안함, 공감성, 오심, 인정, 자율성, 경이로움, 효율성, 엔터테인먼트 측정 단위 중에서 하나라도 기대를 능가하거나 진정으로 감동을 받았다면 호스피탈리티를 체험한 것으로 간주하고 있다. 호스피탈리티 서비스가 주로 호텔과 같은 숙박업 운영에서 비롯되었지만 카페 운영에도 충분히 적용 가능하다는 것이다.

커피 판매점에서도 전통적인 단순한 고객서비스 차원을 넘는 호스피탈리티 서비스로 나아가야 한다는 것은 결국은 고객을 더 극진히 모시자는 것이므로 바람직한 것으로 생각된다. 그러나 두 서비스가 마치 다른 서비스인 것처럼 굳이 개념적으로 구분할 필요까지 있는지는 의문이다. 결국 카페 경영자 측면에서 서비스의 목적은 고객을 보다 환대함으로써 충성 고객으로 만들자는 것이다. 그러려면 우선 고객에게 친근하게 가까이 다가가려는 노력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 사람에 따라 친근하게 대화를 나누는 문화에 낯설어 하는 사람도 있을 수 있으므로 먼저 고객의 성향을 잘 살피고 그에 맞는 서비스를 제공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고객이 매장을 들어설 때부터 매장을 떠날 때까지 친근한 공동체의식을 느꼈다면 그 매장은 이미 성공적으로 호스피탈리티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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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혜경 칼럼니스트는 이화여대에서 교육공학을 전공하고, 서울벤처대학원대학교 커피산업전공으로 보건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동원과학기술대학교 커피바리스타제과과와 전주기전대학교 호텔소믈리에바리스타과 조교수로 재직하였고, 한림성심대학 바리스타음료전공 겸임교수로 재직중이다. 바리스타 1급 실기평가위원, 한국커피협회 학술위원회 편집위원장, 한국커피협회 이사를 맡고있다. 서초동 ‘젬인브라운’이라는 까페와 석촌동에 ‘신혜경 커피아카데미 ‘를 운영하며, 저서로 <그린커피>, <커피매니아 되기(1)>, <커피매니아 되기(2)>가 있다. cooykiwi1@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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