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 빅테크 업체 지분 중 상당 비율은 오너의 친인척이 아닌 전문 투자사 등이 가진다. 넷마블을 비롯해 카카오·네이버·넥슨 등 최근 급성장하고 있는 IT 기업 대부분이 그러하다. 그런데 최근 IT 벤처로 시작한 토종 소프트웨어(SW) 기업 내부 분위기는 다르다. 보통 IT기업 하면 전문경영인 체제로 회사를 운영하는 등 기존 기업과 다른 운영 전략을 채택할 것이라는 평가도 있지만, 1세대 창업자의 뒤를 이어 2세들이 회사 경영의 중심에 서는 경우도 자주 확인된다. 한글과컴퓨터, NHN, 다우키움그룹, 윈스, 마크애니 등이 대표적인 2세 경영 체제에 돌입하는 회사다. 상장기업의 경영 승계는 민감한 이슈다. 경영 능력이 미숙한 2세가 승계할 경우 회사의 존폐를 위협할 수 있는 탓이다. 경영 수업과 함께 자질까지 검증 받은 경우라면 사정이 달라진다. 주주들이 승계 자체를 마다할 이유가 없다. IT조선은 최근 2세 승계가 이뤄졌거나 승계를 준비 중인 토종SW 기업 관련 주요 이슈를 짚어보고, 회사의 미래에 대해 심층 분석했다. [편집자주]

김익래 다우키움그룹 회장의 두 자녀가 부친의 전폭적인 지지 속에 승계에 나섰다. 그룹이 계열사들을 적극 동원해 2세 승계구도를 다진다.

다우키움그룹은 IT 계열사인 한국정보인증, 다우기술, 다우인큐브, 다우데이타, 사람인HR 등과 금융계열사 키움증권, 키움투자자산운용, 키움저축은행, 키움인베스트먼트 등을 보유한 그룹이다.

김익래 다우키움그룹의 장남 김동준 키움인베스트먼트 대표는 2010년 초부터 그룹 계열사에서 경영수업을 받았다. 김 대표는 2014년 IT서비스 전문업체인 다우기술에서 차장으로 근무했고, 2016년 다우기술 이사, 2017년 다우데이타 상무, 2018년 다우데이타 전무를 거쳤다. IT 계열사에서 경험을 쌓은 그는 2018년부터 금융 계열사에서 경영수업을 받았다. 그해 3월 키움인베스트먼트와 키움PE 대표에 올랐다. 1984년 1월 24일생인 김 대표는 만 37세에 사장이 됐다.

김 대표의 누나인 1982년생 김진이 키움자산운용 상무는 2018년 이사대우에서 2019년 이사로 승진했다. 남매가 나란히 빠른 승진 수순을 밟았다.

이머니 회사소개 화면 / 이머니
이머니 회사소개 화면 / 이머니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자료를 보면, 김동준 대표 승계의 기반이 되는 핵심 계열사 이머니는 계속해서 그룹 계열사 지분을 매입하며 지배력을 키워나간다. 올해 2~3월에도 네 차례에 걸쳐 다우기술의 주식을 장내 매수했다.

이머니 지분 구조를 살펴보면, 김동준 대표(33.13%)와 두 딸 김진현·진이(각각 6.02%)씨를 비롯한 오너일가 지분은 45.18%다. 자기 지분 비율이 54.82%인 사실상 오너일가 소유 기업이다. 2003년 다우인터넷의 금융사업부문을 분할하면서 설립된 회사로, 온라인 정보제공업과 위험관리시스템(RMS) 사업을 영위한다.

다우키움그룹은 다우데이타-다우기술-키움증권으로 이어지는 지배구조를 가졌는데, 이머니는 다우키움그룹 지배구조 중심에 있는 다우데이타의 최대주주다. 그룹의 지배구조 최상단에 김 대표가 자리하는 셈이다.

다우키움그룹의 지배구조를 나타내는 표. 지배구조 정점에는 2세 승계에 나선 김동준 대표가 있다. / IT조선 DB
다우키움그룹의 지배구조를 나타내는 표. 지배구조 정점에는 2세 승계에 나선 김동준 대표가 있다. / IT조선 DB
이머니는 2011년부터 다우데이타 지분을 꾸준히 매입했다. 김익래 회장은 2021년 본인 명의의 다우데이타 주식 200만주를 자녀들에게 증여하며 승계를 위한 지배구조 변경 작업을 마무리했다. 김 대표는 120만주, 두 딸은 40만주씩 받았다. 이로 인해 김 대표의 지분은 3.39%에서 6.53%로 늘었고, 지분이 없었던 김진현·진이씨는 다우데이타 지분을 각각 1.04%씩을 보유하게 됐다.

김 회장의 다우데이타 지분은 31.79%에서 26.57%로 줄어들며 2대 주주가 됐고, 장남인 김동준 대표가 최대주주인 이머니가 다우키움그룹 지배구조의 꼭대기에 올라섰다. 사실상 김 대표의 승계를 위한 10여년 간의 장기 프로젝트가 마무리 수순을 밟은 것이다. 김익래 회장은 다우데이타 지분을 이머니에 매각하며 승계 작업을 직간접적으로 지원했다.

다우데이타가 매년 지급하는 배당금은 오너일가의 쏠쏠한 수익원이다. 다우데이타의 현금배당금 총액은 2019년부터 2021년까지 각각 69억원, 96억원, 115억원으로 꾸준히 증가했다. 다우데이타의 특수관계인 보유 주식은 67.05%다. 연간 배당금의 절반 이상이 오너일가의 주머니로 흘러간 셈이다.

김익래 회장은 1986년 다우기술을 창업한 벤처1세대다. 2000년 키움닷컴증권을 인수하며 금융으로 사업을 확장했다. 부친의 승부사적 기질을 김 대표가 물려받았는지는 아직 확인할 길이 없지만, 2018년부터 김 대표가 맡고 있는 키움인베스트먼트의 실적 지표는 나쁘지 않다. 키움인베스트먼트는 김 부사장이 대표로 취임한 이후 실적이 개선됐다.

키움인베스트먼트의 최근 4년간 실적을 살펴보면 ▲2018년 영업수익 126억원, 영업이익 63억원▲2019년 영업수익 129억원, 영업이익 82억원 ▲2020년 영업수익 143억원, 영업이익 96원 ▲2021년 영업수익 192억원, 영업이익 118억원 이었다.

일각에서는 키움인베스트먼트 실적만으로 김 대표의 경영 능력을 평가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계열사의 지원을 받고 있는 탓이다. 올 초 키움증권은 키움인베스트먼트 펀드에 300억원의 현금을 출자했다. 2020년에는 계열사 지원에도 국책펀드 선정에서 번번이 탈락해 고전을 면치 못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계열사의 지원사격이 없더라도 온전한 독립 성과를 보여줘야 할 시점이다.

다우기술과 키움증권과의 내부거래는 최근까지도 활발하다. 그룹의 모태인 다우기술은 김 대표가 경영수업을 받은 기업이며, 증권 계열사들을 거느린 키움증권의 최대주주기도 하다.

금융감독원(금감원) 전자공시시스템을 보면, 키움증권은 2021년 다우기술에 전산운영비 등 명목으로 692억원을 지급했다. 이는 다우기술 2021년 매출(개별기준) 2729억원의 25.3%를 차지한다.

키움증권은 매년 다우기술에 수백원대의 일감을 맡기고 있으며, 연간 수백억원에 달하는 배당금도 지급한다. 최근 공시를 보면 2021년 324억원, 2020년 211억원 규모의 배당금을 다우기술에 지급했다.

김 대표가 최대주주인 이머니 역시 비중은 적지만 계열사 일감을 꾸준히 챙기고 있다. 이머니가 공시한 ‘대규모기업집단 공시'를 보면 최근 3년간 내부거래액(내부거래율)은 ▲2019년 14억4000만원(13.1%) ▲2020년 14억6500만원(13.6%)▲2021년 14억6300만원(11.2%)이다.

하지만 감사보고서 상 특수관계자와의 거래내역을 보면 수치가 달라진다. 이자와 배당금 같은 매출외 수익을 포함해 공시하기 때문이다.

이머니가 특수관계자로부터 이자수익과 배당수익을 포함해 2021년 벌어들인 수익은 63억원이다. 2020년에는 83억원이었다. 결국 연간 매출의 절반 규모 수준의 수익을 계열사 덕분에 내고 있는 셈이다.

이머니는 계열사로부터 매년 두둑한 배당금을 챙긴다. 덕분에 최대주주인 김 대표를 비롯한 오너일가에게 돌아가는 돈은 매년 수십억원에 달한다. 2021년 기준 다우기술은 이머니에 8120만원의 배당금을 지급했으며, 다우데이타는 이머니를 비롯한 주요 경영진에 46억원의 배당금을 줬다. 그 결과 2021년 이머니의 배당금 수익은 48억원이었으며, 2020년에는 69억원으로 더 많은 돈을 챙겼다.

이머니는 계열사 지원을 발판삼아 차곡차곡 쌓인 이익잉여금을 기반으로 꾸준히 현금 배당을 한다. 2021년과 2020년 18억원씩 현금배당을 실시했다. 대부분 오너일가에게 돌아가는 돈인 셈이다. 자칫 오너일가 기업이 계열사의 지원을 이용해 돈을 챙기는 것처럼 비쳐질 수 있는 대목이다.

이머니 관계자는 "공정거래위원회 (공시) 매뉴얼 상 내부거래 매출 기준에 이자수익 같은 부분은 들어가지 않아 공시 내용에 차이가 있는 것이다"며 "내부거래를 통해 올린 매출이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적기 때문에 계열사를 통해 배불린다는 해석은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류은주 기자 riswell@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