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프트웨어 전문 매거진 ‘마이크로소프트웨어’ 2000년 1월호 표지 / IT조선 DB
소프트웨어 전문 매거진 ‘마이크로소프트웨어’ 2000년 1월호 표지 / IT조선 DB
‘그때 그 시절 IT’은 소프트웨어 전문 매거진 ‘마이크로소프트웨어(이하 마소)’의 기사를 살펴보고 IT 환경의 빠른 변화를 짚어보는 코너입니다. 마소는 1983년 세상에 등장해 IT 역사를 담고 있습니다. IT조선은 브랜드를 인수해 2017년부터 계간지로 발행했습니다. ‘그때 그 시절 IT’ 코너는 매주 주말 찾아갑니다. [편집자 주]

① "21세기를 밝혀줄 64비트 프로세서" 2000년 1월호

컴퓨팅 환경에 대해 잘은 몰라도 32비트와 64비트는 한번쯤 듣거나 봤을 것이다. 대부분은 윈도 운영체제 또는 프로그램을 설치할 때 접하게 된다. 32비트와 64비트 설치 옵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할 때 말이다.

우리는 대부분 32비트와 64비트의 차이를 모르고 ‘그냥 대충’ 설치한다. 사실 어떤 옵션을 선택해도 컴퓨터를 사용하는 데는 문제가 발생한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32비트, 64비트는 CPU가 한 번에 데이터를 처리하는 양을 말한다. 수치로 표현하면 32비트는 2의 32승, 64비트는 2의 64승이다. 이렇게만 표현하면 둘의 차이가 느껴지지 않는다. 32비트와 64비트의 가장 큰 차이는 메모리(RAM) 인식률로, 32비트는 최대 4GB까지만 인식한다. 8GB 메모리가 장착돼 있어도 절반만 활용한다는 것이다. 62비트는 수치상으로만 본다면 2의 64승의 수치까지 인식한다.

2000년 20세기의 끝이자 21세기의 시작이라고 불리던 2000년 1월 컴퓨팅 환경은 큰 변화를 겪는다. 64비트의 출현이다.

마이크로소프트웨어 2000년 1월호 ‘21세기를 밝혀줄 64비트 프로세서’ 기사 / IT조선 DB
마이크로소프트웨어 2000년 1월호 ‘21세기를 밝혀줄 64비트 프로세서’ 기사 / IT조선 DB
64비트 과연 빠른 성능 보여줄까?

1999년 인텔과 AMD는 64비트 프로세서를 개발하고 있었다. 처음 64비트 프로세서가 출시된 시기는 2001년이지만 세기가 바뀌었던 2000년 1월은 ‘64비트 시대로의 전환’이라는 수식을 붙이기 안성맞춤이었다.

당시 이 글의 필자(컴투스 이영일)는 64비트가 32비트의 2배 성능을 발휘하기는 힘들다고 적었다. 이유는 4GB까지의 메모리만 사용할 수 있는 32비트와 달리 64비트는 그 이상을 사용할 수 있지만, 4GB 이상의 데이터나 프로그램을 관리해야 하는 애플리케이션 자체가 드물다는 것이다.

공학이나 과학 쪽 애플리케이션의 경우는 다르겠지만, 일반적인 사람들이 사용하는 대부분의 애플리케이션은 그 애플리케이션이 사용하는 메모리의 크기가 4GB까지 가지 않는다고도 적었다.

두 번째로는 64비트에 맞는 운영 시스템이 없다는 것이다. 지금이야 모든 운영체제가 64비트용이지만 당시만 해도 32비트 기반 운영체제 환경이었다.

인텔과 AMD의 64비트 프로세서 계획

인텔과 AMD는 늘 프로세서 출시 경쟁을 한다. 당시 인텔은 아이태니엄(Itanium)이라는 코드명으로 64비트 프로세서를 개발하고 있었다. 아이태니엄은 인텔의 IA-64 아키텍처를 적용한 최초의 64비트 프로세서였다.

IA-64는 32비트와 호환되는 x64와 달리 오로지 64비트만을 지원한다. 인텔은 IA-64를 휴렛팩커드(HP)와 공동 개발했고 향후 컴퓨팅(서버와 일반용) 시장의 새로운 아키텍처가 될 것으로 기대했지만 ‘인생은 뜻대로만 되지 않는다’는 만고불변의 진리를 여지없이 증명해 보였다. 32비트 미지원 문제도 그중 하나였다.

AMD도 64비트 아키텍처 ‘K8’을 개발했다. 글에서는 곧 공개될 예정인 K8이 서버 및 워크스테이션 시장을 본격적으로 공략하기 위한 프로세서이며, 이 부문 시장은 AMD가 만성적자에서 허덕이는 현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서라도 반드시 진출해야 하는 고마진, 고부가가치 시장이라고 적었다.

당시 AMD와 인텔의 운명은 엇갈렸다. AMD는 32비트가 호환되는 아키텍처 덕분에 시장점유율을 끌어올릴 수 있었으나 인텔은 큰 실패를 맛봤다.

물론 이 글에서는 "IA-64는 인텔 명실상부 인텔 최초의 64비트 프로세서다. 초기 샘플 단계여서 아직까지 그 성능에 대한 자료는 많이 없지만 IA-64 프로세서는 마이크로소프트의 윈도 200과 썬(Sun)의 솔라리스, 리눅스 등에서 지원될 예정이다"고 기대감을 표시했다.

이제는 64비트 시대

마이크로소프트는 2006년 윈도 비스타부터 본격적으로 64비트를 지원했다. 32비트는 윈도10까지 지원했고, 윈도11부터는 64비트만 지원하고 있다.

이제 32비트는 찾아보기 힘들게 됐다. 그리고 인텔과 AMD는 여전히 기술 경쟁을 펼치며 컴퓨팅 환경을 발전시켜 나가고 있다.

조상록 기자 jsrok@chosunbiz.com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