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다음주 중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3나노미터(㎚=10억분의 1m) 공정 양산에 돌입한다. 최근 반도체 업계에 삼성전자가 양산 일정을 연기했다는 소문이 흘러나오자 이를 적극 해명하는 모양새다.

하지만 업계 일각에서는 3나노 양산 시작을 수율(결함없는 합격품 비율) 안정화로 해석해서는 안된다고 지적한다. 오히려 삼성전자가 시장 우려를 잠재우기 위해 낮은 수율에도 일부 고객사와 양산에 협의하며 단기 처방에 나선 것 아니냐는 평가가 있다. 삼성전자가 양산 계획에 차질이 없다고 발표 했지만, 대만 TSMC와의 첨단공정 경쟁에서 한발 앞섰다고 보기 어려운 처지다.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항공사진 / 삼성전자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항공사진 / 삼성전자
22일 반도체 업계 발언을 종합하면, 삼성전자는 다음 주 중 차세대 GAA(Gate-All-Around) 기반 3나노 공정 양산을 공식 발표할 가능성이 높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3나노 양산 일정은 예정대로 차질없이 진행되고 있으며, 상반기 중 양산을 시작한다"고 말했다.

삼성전자의 GAA 기반 3나노 공정은 TSMC의 핀펫(FinFET) 방식 대비 칩 면적을 줄이고 소비전력은 감소시키면서 성능은 높인 것이 특징이다. GAA 기술을 적용한 1세대 3나노 공정인 3GAE의 경우 7나노 핀펫 대비 소비전력 50%, 칩 면적 45%의 감소 효과와 35%의 성능 향상을 이뤄낼 수 있다.

삼성전자는 3나노 양산 시점에 대해선 자신감을 드러냈지만, 4나노와 마찬가지로 구체적인 수율에 대해선 함구하고 있다. 반도체 업계 일각에서는 이를 낮은 수율로 인한 손해를 감당하더라도 3나노 웨이퍼를 계속 투입하겠다는 뜻으로 받아들인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다품종 소량생산이 특징인 파운드리 사업 특성상 ‘충분한 수율’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고객사가 만족하는 수준의 수율을 달성했기에 양산 일정이 예정대로 진행된다는 것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메모리와 달리 파운드리는 HPC(고성능 컴퓨팅), 모바일, IoT 등 칩마다 요구하는 성능과 전력효율이 다르다"며 "적정 수율은 고객사가 원하는 성능과 전력효율 수준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같은 삼성전자의 3나노 양산 돌입 소식이 삼성전자 관련 시장의 우려를 완전히 잠재우기는 어렵다. 대만 TSMC와 첨단공정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한 최대 관건은 램프업(수율 향상을 통한 생산량 확대) 시점을 얼마나 앞당길 수 있느냐이지, 단순 양산 시점이 아니기 때문이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GAA 기반 3나노 공정에서 양품이 조금이라도 나오게 되면 적자가 발생하더라도 양산 자체는 가능하다"며 "퀄컴, 엔비디아 등 고객사 물량 확보를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양산 돌입 후 램프업까지 걸리는 시간을 최대한 단축할 수 있는 역량이다"라고 강조했다.

앞서 시장에서는 삼성전자의 최첨단 4나노 공정의 수율 확보가 예상보다 지연되면서 미국 퀄컴이 당초 삼성전자에 맡기려던 3나노 공정의 차세대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위탁생산을 대만 TSMC에 맡겼다는 소문이 나왔다. 당시 삼성전자의 3나노 테스트 양산 라인의 수율이 10%대에 불과하고, 특히 3나노 2세대 제품은 2024년까지도 외부 고객 전달이 어렵다는 설이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4월 28일 열린 1분기 실적 발표 콘퍼런스콜에서 시장 우려 일축에 나섰다. 강문수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 부사장은 파운드리 선단 공정 수율과 관련 "4나노는 초기 램프업이 지연된 면이 있지만, 조기 안정화에 주력해 예상한 수율 향상 곡선 내로 진입했다"며 "3나노 공정은 선단 공정 개발 체계 개선을 통해 수율 램프업 기간을 단축하고, 공급 안정화를 추진 중이다"라고 밝혔다.

이광영 기자 gwang0e@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