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적인 기업공개(IPO) 명가 NH투자증권이 명예회복을 위해 절치부심하고 있다. 글로벌 증시의 변동성 확대로 올 들어 신통치 않은 실적을 보였지만, 두 건의 IPO를 연이어 대표주관하면서 자존심 회복에 나설 것이란 각오다.

2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NH투자증권은 다음 달 중 코스닥 시장 상장 예정인 에이치피에스피와 루닛의 단독주관을 맡았다. 에이치피에스피는 오는 29~30일, 루닛은 다음 달 7~8일 수요예측을 진행한다.

에이치피에스피는 반도체 고압 열처리 공정기술을 갖고 있는 소부장(소재·부품·장비) 기업이다. 지난해 매출액 917억원, 영업이익 452억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50%, 82.4% 증가했다. 1분기 매출액은 371억원, 영업이익 212억원이다. 총 300만주를 공모하며 주당 공모 희망 밴드는 2만3000~2만5000원이다.

루닛은 의료 인공지능(AI) 기업으로 암 진단을 위한 AI 영상분석 솔루션 ‘루닛 인사이트’를 대표 제품으로 갖고 있다. 작년 매출액 66억3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364% 증가했다. 1분기 매출액은 29억7600만원. 총 121만4300주를 공모하며 희망 공모가 밴드는 4만4000~4만9000원이다.

NH투자증권의 올해 주관 성적은 신통치 않다. 한국거래소 기업공시시스템에 따르면 NH투자증권은 올해 총 3건(비씨엔씨, 이지트로닉스, 범한퓨얼셀)의 IPO를 주관했다. 공모총액은 1615억원으로 전년 동기(1조5621억원)와 비교하면 10분의 1 수준으로 크게 줄었다. 지난달 인플레이션 우려에 따른 금리 인상 기조에 증시가 급격히 빠지기 시작하면서 대어급 IPO인 SK쉴더스와 원스토어가 공모를 철회한 것이 뼈아팠다.

그나마 지난 17일 범한퓨얼셀이 흥행에 성공하면서 간신히 체면치레했다. 이를 계기로 IPO 실적 회복에 물꼬를 틀지 주목된다. 우선 에이치피에스피는 최근 소부장 기업의 흥행 흐름을 이어갈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다.

지난 5월 이후 수요예측에 성공한 기업들 대부분이 소부장 기업이었다. 가온칩스(1847대 1), 범한퓨얼셀(751대 1), 레이저쎌(1443대 1), 넥스트칩(1623대 1) 등은 높은 경쟁률을 기록했다. 청약에서도 평균 1617대 1의 경쟁률을 내면서 흥행에 성공했다.

이들은 상장 이후에도 좋은 성적을 이어갔다. 가온칩스는 공모가(1만4000원)보다 72.5% 높은 2만4150원에 시초가를 형성했다. 이보다 12.2% 오른 2만7100원에 상장 첫날 장을 마쳤다. 범한퓨얼셀도 공모가(4만원)보다 높은 4만1000원에서 시초가를 형성했고 이보다 17% 오른 4만7950원에 거래를 마쳤다.

다만 루닛의 경우 다소간의 우려가 있다. 신라젠 이후 바이오 기업 악재가 연이어 터지며 투심이 가라앉은 분위기다. 최근 공모를 실시한 보로노이는 수요예측 경쟁률 28.4대 1을 기록하며 공모가를 희망 밴드 하단에서 결정했다. 청약에서도 5.6대 1이라는 낮은 경쟁률을 보였다.

NH투자증권은 에이치피에스피 환불일을 고려한 청약 일정 설정 전략을 내놨다. 소부장 기업으로 들어온 자금을 루닛으로 연결시키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에이치피에스피는 다음달 6~7일 청약을 받은 뒤 11일 증거금을 환불한다. 루닛의 청약 첫날은 이 다음날인 12일이다. 통상 한 주관사에서 진행하는 공모 일정이 연달아 배치되면 후속 IPO로 환불된 증거금이 옮겨갈 가능성이 높다.

시장 관계자는 "최근 금리인상 우려와 증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성장성이 좋고 실적을 내고 있는 기업에 투자자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며 "특히 확실한 실적을 내는 소부장 기업에 투심이 몰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바이오 부문 투심은 좋지 않지만 유니콘 특례 상장 1호인 보로노이가 코스닥 상장을 앞두고 있다"며 "보로노이의 주가가 좋은 흐름을 보인다면 바이오기업 IPO 부활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김민아 기자 jkim@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