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전문몰을 운영하는 ‘컴퓨존’은 2020년 매출 1조288억원을 기록했다. 업계 최초의 1조원 기록이다. PC전문몰을 운영하는 구조에서 결코 달성하기 쉽지 않은 매출 규모다.

이 기업에게 매출 1조원 달성 요인을 물었다. ‘카테고리의 확장’이라고 답했다. 컴퓨존은 회사명에서 알 수 있듯 PC를 주로 판매하는 기업이다. 하지만 현재는 PC 관련 제품은 물론 TV·냉장고·세탁기 등의 가전제품부터 카메라·스마트폰·영상기기 등의 IT 기기를 판매한다. 확장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가구·레저 용품·캠핑·자동차 용품 등 그야말로 종합 쇼핑몰이라고 할 정도로 많은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정말로 기업은 이렇게 다양한 제품으로 카테고리 영역을 확장했기 때문에 매출 1조원을 달성할 수 있었을까?

페이팔 창업자 피터 틸(Peter Thiel)은 ‘제로투원’이라는 책을 통해 이렇게 말한다.

"0에서 1이 되는 것은 ‘새로운 것을 창조하는 것’을 말한다. 뭔가 새로운 것을 만들면 세상은 0에서 1이 되며, 새로운 것을 창조하는 회사를 만들어야 성공할 수 있다. 기존의 모범 사례를 따라하고 점진적으로 발전해 봤자 세상은 1에서 n으로 익숙한 것이 하나 더 늘어날 뿐이다."

피터 틸의 ‘0에서 1이 되는’ 주장을 증명할 수 있는 기업들은 많다.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페이스북, 아마존닷컴, 테슬라, 에어비앤비 등이 대표적이다.

다시 컴퓨존으로 돌아와보자. 0에서 1이 되었던 요인이 과연 카테고리 영역의 무한한 확장이었을까? 그게 맞다면 같은 시기에 같은 아이템으로 사업을 했던 A사, B사와 같은 PC전문몰 또한 다양한 제품을 판매하고 있음에도 왜 매출 1조원을 달성하지 못했을까?

15년 전에도 이들 기업은 업계 선두를 다투며 경쟁했다. 당시 그들의 매출은 크게 차이 나지 않았다. 결과는 어떠한가.

매출 1조원이 말하는 것은 무엇일까. 물론 컴퓨존의 매출 1조원 달성을 ‘0에서 1이 되는’ 것으로만 설명할 수는 없다. 여러 노력이 더해졌음은 분명한 일이다.

지금 PC 시장은 다시금 최악의 시기를 겪고 있다. 지난 2년 간 ‘코로나 수혜’를 받았던 PC 업계가 급격한 수요 감소로 매출 하락의 위기를 겪고 있다. 소매업 중 상당수는 폐업을 신청했고, 그마저도 여력이 안돼 간판만 유지하고 있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하지만 이 같은 상황에서도 새로운 시도를 통해 성장 발판을 마련하는 업체들도 분명 존재한다. 그들은 기존의 시장 안에서 ‘0에서 1이 되는’ 요소를 만들었다.

0에서 1이 될 새로운 무언가는 분명히 있을 것이라는 믿음으로 작금의 어려운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노력이 이어지기를 기대해본다.

조상록 기자 jsrok@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