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해 보면서 납품 못해"… 인슐린 운송 대란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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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22.06.26 06:00 | 수정 2022.06.27 09:21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제시한 ‘생물학적제제 운송 강화’ 정책의 계도기간이 점차 끝나가고 있지만 다국적제약사 참여가 아직까지 이뤄지고 있지 않아 인슐린 등 약국 납품을 포기하는 의약품유통업체들이 속출할 것으로 보인다.

의약품유통업체들이 ‘생물학적제제 운송 강화’로 인해 역마진이 생기자 인슐린 납품을 중단을 고민하고 있다. / 픽사베이
올해부터 실시되는 생물학적제제 운송 강화로 고정비가 꾸준히 상승하고 있는데다, 약국 거래 중 발생하는 카드 수수료로 인해 역마진까지 생겨 의약품유통업체들은 더이상 인슐린 공급을 유지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현 상황이 지속되면 추후 의약품을 전달 받지 못해 직접적인 피해를 볼 환자들이 늘어날 전망이다.

한국의약품유통협회와 관련업계에 따르면 최근 생물학적제제 배송과 관련해서 다국적제약사 3곳에게 ‘생물학적 제제 공급 관련 제약·도매유통업계간 상생·협력 요청’ 공문을 발송했다. 의약품유통업체들이 인슐린 등 생물학적제제를 유통하기 위해 들어가는 투자비용을 더이상 감당하지 못해 국내에 인슐린을 공급하고 있는 다국적 기업에 손을 내민 것이다.

의약품유통협회는 공문을 통해 "인슐린 제제 및 생물학적 제제 등을 보관·배송하기 위해 적정 온도 유지를 위한 냉장차량 준비, 수송용기 교체, 자동온도기록장치 구비, 외부온도계 설치 등 많은 비용투자를 하고 있다"며 "하지만 인건비, 물류비 상승 등으로 인슐린제제 등 생물학적제제 판매에 많은 부담을 느끼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유통현장의 인건비, 물류비용 상승, 4%에 달하는 약국거래시 카드수수료 및 금융비용이 발생함에 따라, 현재의 마진으로는 생물학적 제제를 공급할수록 관련 비용을 충당하기에도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의약품유통협회는 "의약품유통업계와의 파트너쉽 관계가 깊은 신뢰로 변함없이 지속될 수 있는 계기가 되도록, 현실적인 마진 인상, 배송비용 협조 등 다각적인 지원을 해 달라"고 호소했다.

앞서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난해 7월 생물학적 제제의 보관 및 수송 관리를 강화하는 내용의 ‘생물학적 제제 등의 제조·판매관리 규칙’ 개정안 공포했다. 개정안에 따르면 2022년 1월 17일부터 생물학적 제제를 배송하는 유통업체들은 수송용기에 자동온도기록장치를 필수로 설치하고 그 기록을 2년간 보관해야 한다.

‘생물학적제제 등의 제조·판매관리 규칙’은 약사법 제47조 제1항에 근거해 만들어졌다. 약사법 제47조 제1항에는 의약품 등의 유통 체계 확립과 판매 질서 유지를 위해 지켜야 할 사항이 명시돼있다. 그 가운데에는 ‘불량·위해 의약품 유통 금지, 의약품 도매상의 의약품 유통품질관리기준 준수 등 의약품 등의 안전 및 품질 관련 유통관리에 관한 사항으로서 총리령으로 정하는 사항’이 포함돼있다.

만약 약사법 제 47조를 준수하지 않으면 형사 처벌이 가능해진다. 약사법 제95조는 동법 제47조제1항을 위반한 경우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즉 계도기간 일지라도 법리상 처벌은 불가피할 수 있다.

주요 개정사항은 ▲수송설비에 자동온도기록장치 설치, 외부에서 내부의 온도변화를 관찰할 수 있도록 조치, 자동온도기록장치 온도 조작금지 ▲설치된 자동온도기록장치에 대해 주기적으로 검정·교정 실시 ▲수송설비를 사전에 검증 등이다.

문제는 중소기업이 대부분인 의약품유통업체들이 변화한 의약품 환경에 맞춰 생물학적제제 유통을 유지할 수 없는 상황이다. 낮아진 유통 마진에 코로나19 이후 인건비와 물류비가 상승하면서 과거 1약국 2~3배송은 고사하고 1일 1약국 배송마저 힘들어진 상황이다.

대표적인 생물학적제제는 당뇨병 환자들이 흔히 쓰는 ‘인슐린’이다. 지난해 콜드체인 규정을 강화할 당시 규제의 초점은 백신에 맞춰져 있었다. 백신류의 관한 운송 규정은 개정안이 구체화하면서 생물학적제제 전체로 넓어졌고, 이 과정에서 환자들이 약국에서 빈번히 구매하는 인슐린 제제도 대상에 포함됐다.

이에 의약품유통협회는 다국적 제약사에 상생·협력을 요청하며, 생물학적제제 유통 비용을 함께 부담하기를 요구해왔다. 하지만 반년 가까이 지난 상황에서도 해당 제약사들은 침묵을 유지하고 있다.

국내에 인슐린을 판매하고 있는 업체는 노보디스크제약, 사노피-아벤티스, 릴리 등 대부분 다국적 제약사들이다. 특히 이들이 납품하고 있는 인슐린은 영유아 당뇨 환자 등 1형 당뇨 환자들이 주된 대상으로, 유통에 문제가 생길 시 사회적 파장이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 관계자는 "아무리 인슐린 유통이 사회적으로 중요하다고 해도 업체들이 손해를 보면서까지 납품을 유지할 이유는 없다"며 "보건복지부와 식약처 등 정부가 직접 개입해 현 상태를 해결하지 않는 한 인슐린 대란은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김동명 기자 simalo@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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