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자산 거래소의 공동협의체 출범이 실무진, 특히 정부와 정치권을 상대로 한 대관 업무의 협력으로 이어질 지 업계가 관심있게 지켜보고 있다. 지금까지 거래소의 대관 업무는 사실상 독과점 거래소인 업비트의 주무대 였기 때문이다.

정부여당은 다양한 사업자들과 투명하게 소통해 합의점을 도출, 이를 법안에 반영하겠다는 방침이다. 그간 가상자산 사업자들은 서로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해 좀처럼 한 목소리를 내지 못했다. 정권 교체와 루나(LUNA) 사태를 계기로 경쟁 속에서도 협의를 이뤄내야 공생이 가능하다는 의견이 업계에 확산하고 있다.

이석우 두나무 대표, 가상자산 거래소 대관루트 개척

28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까지 가상자산 사업자의 대관 활동은 업비트 운영사인 두나무 이석우 대표를 주축으로 이뤄졌다. 이석우 대표는 정부와 정치권, 그리고 언론과의 소통 능력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중앙일보 기자 출신으로 NHN에서 법무담당 이사로 대관 활동을 한 이 대표는 카카오 관계사인 블록체인 핀테크 기업 두나무 대표로 옮기면서 업비트를 1위 기업으로 올려 놓았다.

이석우 대표는 적극적 행보는 부친의 영향이 적지 않았을 것이란 분석이다. 그의 부친인 이수정 전 문화부 장관은 한국일보와 MBC에서 기자생활을 하다 주 영국 공보관, 대통령 공보 수석을 지냈다. 이력이 말해주듯 이수정 전 장관은 상당한 필력과 정무적 감각, 상황 분석력을 갖췄으며 대인관계도 원만하다는 평을 받았다.

두나무에서는 대관협력 담당 이사가 이석우 대표를 묵묵히 보좌했다. 그는 박영선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출신으로 문재인 정부 시절 대여 소통을 담당하는 한편, 한국블록체인협회와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며 국내 가상자산 사업자의 입장을 대변 했다.

당시만 해도 가상자산 사업자가 정부여당의 문을 두드리기에는 문턱이 상당히 높았다. 인력을 구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었지만, 업비트는 이석우 대표를 중심으로 대관에 상당히 신경을 썼다는 후문이다. 다른 거래소들은 사업에 치중하느라 대관에 소홀했던 면도 없지 않다.

자연스럽게 업비트를 중심으로 규제 자문이 이뤄지고 인적 네트워크가 형성됐다고 업계 관계자들은 진단한다. 이는 업비트가 인터넷 은행 제휴, 가상자산 사업자 신고수리, 트래블를 등 각종 규제 사안에서 특혜를 받고 있다는 논란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의혹을 파고 들며 견제에 나선 인물이 윤창현 국민의힘 국회의원과 노웅래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이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 직후, 업비트는 윤창현 의원의 동문인 권태근씨를 대관 담당, 대외협력실 고문으로 영입하는 등, 또 한 번 탁월한 대응 능력을 보여줬다.

대관 인력 대폭 강화로 규제 이슈에 조직적 대응

윤창현 의원과 대전고를 같이 다닌 권 고문은 윤희숙 국민의힘 의원실의 보좌관 출신이다. 권 고문을 포함해 현재 업비트의 대관 라인은 국민의힘 출신의 대외협력실장과 앞서 언급한 대관 담당 이사 등 세 명을 중심으로 구축됐다. 새 정부와의 소통을 강화한다는 복안이다.

업비트를 제외한 사업자들 중에는 빗썸 전 대표인 허백영 비즈니스 사업총괄 사장과 이준행 고팍스(스트리미) 대표가 대관 활동을 주로 이어왔다. 허백영 사장은 한국블록체인협회 가상자산 거래소 운영위원장으로, 이준행 대표는 한국핀테크산업협회 부회장으로 활동한 이력이 있다.

다른 사업자들이 뒤늦게 대관 인력 강화에 나선 건 지난해 가상자산 사업자 신고수리를 앞두고서다. 허백영 사장은 전국경제인연합회에서 대관업무를 담당하던 임원급 인사를, 비슷한 시기 코인원은 국민의힘 출신을 대관담당 실장으로 영입했다. 코빗은 홍보 실장이 대관도 함께 맡고 있다. 고팍스는 이준행 대표가 대관 업무를 주도하고 임원들이 보좌하는 방식으로 이뤄지고 있다.

작년까지 신고수리에 전념하던 대관 담당자들은 올 3월 트래블룰 시행을 계기로 활동 영역이 더욱 넓어졌다. 업비트가 트래블룰 합작법인 코드를 탈퇴하면서 사업자 간 갈등이 커진 가운데, 솔루션 연계를 두고 금융당국과 이해관계를 조율하는 과정에서 대관의 중요성이 부각됐고 사업자 간 교류도 늘었다.

이후 대통령직인수위원회와 금융당국, 국회 등에서 가상자산 규제 논의가 본격화되면서 거래소간 협력은 더욱 중요해졌다. 빗썸과 코인원, 코빗 등 거래소들도 정부 및 정치권과의 접점을 넓히면서 규제 이슈에 조직적으로 대응에 나섰다. 이들은 정보 수집 능력이 고도화되고 시장 이해도 또한 높아 업계를 대변하는 적임자로 자리잡았다는 평가도 뒤따른다.

블록체인 업계 관계자는 "공동협의체를 통해 사업자와 정부여당 소통이 공식화되면서 체계가 잡히고 있다"며 "루나 이후 투자자 보호 중요성 문제가 심각하게 다뤄지면서 공동으로 제도화 과정에 참여하고 있는 점이 고무적이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담당자는 "대관 활동을 바탕으로 사내에 정보를 공유하고, 나아가 규제 이슈에 빠르게 대처하는 속도전이 중요해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또 "공동협의체 사업자들은 경쟁을 통해 자사의 거래 환경 수준을 높이면서도, 투자자 보호 안건 등 사회적 책임이 요구되는 사안에 대해 머리를 맞대 시장 신뢰를 높일 것"이라고 전했다.

조아라 기자 archo@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