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지지부진하던 증권주들 가운데 나 홀로 상승세를 보이던 메리츠증권이 최근 두 달새 추락을 거듭하고 있다. 자사주 소각이라는 카드까지 내밀었지만 주가는 좀처럼 회복하지 못하는 모양새다.

2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종가 기준 메리츠증권은 전 거래일 대비 0.94% 내린 4755원에 장을 마감했다. 이틀 연속 오르는가 싶더니 사흘 만에 다시 하락 전환했다. 23일 기록한 주가 4655원은 연중 최저치다.

메리츠증권은 지난 21일 장 마감 후 공시를 통해 보유 중인 2008만주에 대해 소각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소각 예정금액은 약 997억6451만원으로 자사주 신탁 계약을 통해 취득한 금액을 기준으로 했다. 자사주 소각 예정일은 오는 30일이다.

이는 올 들어 두 번째 자사주 소각이다. 메리츠증권은 지난 3월 17일에도 보유 중인 자사주 2194만주를 소각하기로 했다고 공시한 바 있다. 소각금액은 998억원. 당시 종가 기준 주식 가액은 약 1299억원에 달했다.

같은 공시임에도 불구, 주가는 다르게 반응했다. 3월 자사주 소각 공시 이튿날인 18일 전 거래일(5920원) 대비 1.3% 오른 6000원에 장을 마감했다. 소각 예정일인 24일이 지난 후에는 7거래일 연속 상승하며 4월 14일 장중 7010원까지 상승, 52주 신고가 기록을 다시 세웠다.

반면 두 번째 소각 공시 다음날인 지난 22일 메리츠증권의 종가는 전 거래일(4935원)보다 3.4% 내린 4765원에 거래를 마쳤다. 다음날인 23일에도 2.3% 추가 하락하며 4655원으로 장을 마감했다. 이번엔 자사주 소각 공시가 주가 견인에 별다른 영향을 주지 못했다.

메리츠증권은 지난해부터 자사주 취득과 소각이라는 나름의 주주 환원책으로 주가를 부양해 왔다. 지난해 자사주 소각을 전제로 총 3400억원 규모의 자사주 취득 신탁계약을 완료했고 올해 3월에도 1000억원 규모의 자사주를 매입했다.

이는 주가를 끌어올리며 업계 시총 순위를 뒤흔들었다. 지난 3월 25일 메리츠증권의 시가총액은 4조2608억원을 기록, 기존 2위였던 한국금융지주(4조2519억원)를 근소한 차이로 제쳤다. 1위인 미래에셋증권과도 5000억원까지 격차를 좁히기도 했다.

하지만 이후 상승분을 모두 반납했다. 메리츠증권의 종가 기준 올해 최고가는 6980원(4월 14일)이었다. 현재 주가(28일 종가)는 고점 대비 31.9% 하락했다. 주요 증권사인 미래에셋증권(-20.4%), 한국금융지주(-23%), 삼성증권(-22.6%), NH투자증권(-23.8%), 키움증권(-19.7%), 대신증권(-18.2%) 등에 비해 큰 하락폭이다.

시장에서는 자사주 소각 이후 반짝 오르다 하락한 주가를 놓고, 결국 일시적 호재 였던 것 아니냐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6억5979만주나 되는 상장 주식수에 비해 소각 물량도 그다지 크지 않았다는 분석도 나온다. 더군다나 추가 하락 우려도 적지 않다. 자사주 소각 공시 직후 공매도 잔고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지난 22일 기준 코스피 공매도 거래대금 비중 상위 50위 중 13위를 메리츠증권이 차지했다. 전체 거래대금 대비 공매도 거래대금 비중은 22.1%로 집계됐다. 증권업종 중 상위 50위 안에 포함된 것은 메리츠증권이 유일했다. 공매도는 주가 하락 시 수익을 낼 수 있는 매매기업으로 공매도 잔고가 오르는 것은 앞으로 주가가 떨어질 것이라고 예상하는 투자자가 많다는 의미다.

김인 BNK투자증권 연구원은 "오히려 다른 증권주들의 주가가 하락하고 있을 때 메리츠증권은 호실적과 자사주 소각 등으로 주가 하락을 방어한 상황이었다"며 "다만 그런 이슈들이 끝나면서 다른 증권주들의 하락분이 이제 반영되기 시작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최근 발표한 자사주 소각이 좋은 이슈이기는 하지만 증권주 전체적으로 2분기 실적에 대한 우려가 있어 이 호재가 주가에 반영되고 있지 않은 것"이라며 "좋은 이슈도 끝나 다른 증권주와 같은 흐름으로 가고 있는 모습"이라고 덧붙였다.

김민아 기자 jkim@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