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이번 주중 세계 최초로 차세대 게이트올어라운드(GAA·Gate-All-Around) 기반 3나노미터(㎚=10억분의 1m) 공정 양산에 돌입한다. 파운드리 1위 대만 TSMC를 추격할 승부수로, 삼성전자가 향후 점유율 격차를 얼마나 줄일 수 있을지에 관심이 쏠린다.

28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빠르면 30일 3나노 공정이 적용된 최첨단 반도체 웨이퍼의 대량 생산을 시작한다. 당일 양산 소식을 알리면서 고객사까지 공개할지 여부가 관심사다. 수율은 그동안 공식적으로 공개한 적 없는 만큼, 이번에도 공개 가능성이 낮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는 이번 주중 GAA 기반 3나노 공정 양산 소식을 알릴 것이다"라며 "양산이 곧 고객사 확보를 뜻하는 만큼 해당 고객사를 밝히는 내용을 놓고 마지막 조율을 거치는 중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대통령의 서명이 적힌 GAA(Gate-All-Around) 기반 세계 최초 3나노 반도체 시제품 / 조선일보DB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대통령의 서명이 적힌 GAA(Gate-All-Around) 기반 세계 최초 3나노 반도체 시제품 / 조선일보DB
삼성전자의 GAA 기반 3나노 공정은 TSMC의 핀펫(FinFET) 방식 대비 칩 면적을 줄이고 소비전력은 감소시키면서 성능은 높인 것이 특징이다. GAA 기술을 적용한 1세대 3나노 공정인 3GAE의 경우 7나노 핀펫 대비 소비전력 50%, 칩 면적 45%의 감소 효과와 35%의 성능 향상을 이뤄낼 수 있다.

올해 초 시장에서는 삼성전자의 3나노 테스트 양산 라인의 수율이 10%대에 불과하고, 특히 고객사에 본격 공급할 제품으로 여겨지는 2세대 3나노 공정인 3GAP(3나노 Gate-All-Around Plus)가 2024년까지도 외부 고객 전달이 어렵다는 소문이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 삼성전자 3나노 공정 수율이 30%대 후반까지 치솟아 조기 안정화에 돌입한 것 아니냐는 설이 돈다. 경계현 삼성전자 DS부문 사장은 한 매체와 인터뷰에서 ‘수율이 30%대 후반이라는 얘기가 있다’는 질문에 "그것도 의미를 진짜로 다음에 말씀드리겠다"고 밝힌 바 있다.

반도체 업계에서는 최근 알려진 수율이 삼성전자 3나노 공정의 전반적 수율을 뜻하는 것은 아니라고 해석한다. 메모리와 달리 파운드리는 HPC(고성능 컴퓨팅), 모바일, IoT 등 칩마다 요구하는 성능과 전력효율이 다르다. 고객사가 요구한 칩의 성능과 전력효율 수준을 최적화 시키는 데 집중해 특정 분야에서 수율을 높였을 수 있지만, 나머지 분야에선 상시 공급이 가능한 수준으로 수율을 확보하지 못했을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이번 양산이 일회성 고객 확보로 그치지 않으려면 램프업(수율 향상을 통한 생산량 확대) 시점을 최대한 앞당겨 TSMC와 첨단 공정 경쟁에서 꾸준히 앞서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삼성전자가 순조롭게 3나노 양산에 돌입하고 퀄컴, 엔비디아 등 고객사의 수주를 확보한다면 TSMC와 벌어진 점유율 격차를 빠르게 줄일 수 있을 전망이다.

시장조사업체 트랜드포스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올해 1분기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 16.3%를 기록하며 2021년 4분기(18.3%)보다 2%포인트 하락했다. 반면 TSMC는 올해 1분기 53.6%의 점유율로 전분기 대비 1.5% 상승하며 삼성전자와의 격차를 벌렸다.

삼성전자가 양산 계획에 맞춰 수율을 끌어올리지 못하면, TSMC와 인텔과 사이에서 샌드위치 신세로 전락할 것이란 위기감도 고조된다. 인텔은 2나노 공정 도입 계획을 2024년 상반기, 차기 공정인 1.8나노 상용화 계획을 2024년 하반기로 앞당길 예정이다.

이광영 기자 gwang0e@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