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자산 거래소, 증권형 토큰 상장 안한다…심사 기준은 비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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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22.07.04 06:00 | 수정 2022.07.04 13:54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거래소) 대부분이 증권형 토큰(STO, Security Token Offering)으로 해석될 가능성이 있는 경우, 거래를 지원하지 않는 것으로 확인됐다. 정부가 일찌감치 증권형 토큰에 자본시장법을 적용한다고 하자 굳이 규제 리스크를 질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업계 전문가들은 증권형 토큰 규제가 거래소에 미치는 충격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본다. 다만 증권형 토큰의 범위를 넓힐 경우, 대규모 상장 폐지에 따른 투자자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에 거래소들도 투자자 보호를 위해 증권형 토큰 정책 기준을 공개해야 한다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4일 업비트, 빗썸, 코인원, 코빗, 고팍스 등 원화마켓을 운영하는 5대 가상자산 거래소에 따르면, 이들 거래소들은 증권형 토큰으로 분류될 소지가 있는 가상자산을 상장하지 않는 정책을 시행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업비트, 코인원, 고팍스 등 세 곳은 외부 법률 자문을 거쳐 증권형 토큰이 아니라는 내용의 의견을 받은 경우에만 가상자산을 상장하고 있다. 빗썸은 심사 과정에서 증권형 토큰 여부를 강제하지 않지만, 심사 과정에서 참고한다. 코빗은 내부 법무팀이 증권형 토큰 여부를 검토한다.

추가로 체크리스트를 통해 증권형 토큰 여부를 판단하는 곳은 업비트, 코빗, 고팍스 세 곳이다. 업비트는 사내 변호사를 통해 증권형 토큰 여부를 별도 검증한다.

한 거래소 관계자는 "증권형인지 판단하는 체크리스트가 있고, 내부에서 사내 변호사가 외부에서 법무법인이 증권성 여부를 확인한다"며 "양쪽 법률 검토 결과 증권형 토큰이 아니라고 판단할 때만 거래를 지원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증권형 토큰에 대한 법률 검토서 등은 국가의 법적인 판단을 구속하지 않는다는 게 유의할 점이다. 유권해석이나 입법 혹은 소송 과정에서 검토 의견서가 뒤집혀 증권형 토큰으로 해석될 수 있다는 얘기다.

권단 DKL파트너스 법률사무소 대표 변호사는 "가이드라인이 나와도 다툼이 있을 경우 증권형 토큰 해당 여부는 법원의 최종 판단을 거쳐야 확정된다. 증권형 토큰 가이드라인은 기존 자본시장법 상 증권 해당 여부를 사전에 자율적으로 점검하도록 하는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법률 의견서는 증권형 토큰을 상장하기 않기 위해 최선의 주의의무를 다했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 현행법을 위반할 고의가 없다고 주장할 수 있는 근거가 될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증권형 토큰 비상장 정책은 금융위원회가 지난해 6월 증권형 토큰에 대한 규제를 예고한 데 따른 조치다. 당시 금융당국은 증권형 토큰의 구체적인 기준을 마련하기 위해 전문가 의견을 수렴한다고 밝힌 바 있다. 싱가포르가 가상자산 결제 서비스법을 시행하면서 증권형 토큰을 별도 규제한다는 내용이 알려졌는데, 금융당국도 관련 규제를 도입할 지 여부를 논의했다.

증권형 토큰이란 증권의 속성을 가진 가상자산을 의미한다. 금융위는 가상자산이 증권형 토큰에 해당하는 경우 자본시장법으로 규제한다는 방침이다. 증권형 토큰은 증권으로 취급돼 한국거래소와 예탁결제원의 관할에 속하게 된다. 이 경우 거래소는 증권형 토큰을 상장할 수 없다. 기존에 상장한 가상자산이 증권형 토큰으로 분류될 경우 상장을 폐지해야 한다.

최근 윤석열 대통령이 증권형 토큰 규제를 국정과제로 내세우고, 루나(LUNA) 폭락 사태로 투자자 보호 필요성이 대두되면서 금융위도 증권형 토큰 기준 마련에 속도를 내고 있다.

증권형 토큰 규제가 본격화할 경우 대규모 상장 폐지가 이어질 것이란 우려가 나오는 가운데, 현실적으로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견해도 적지 않다. 국내 자본시장법이 증권성 여부를 판단하는 미국 대법원의 하위테스트(Howey Test)와 규율 체계가 차이가 있는 데다, 법을 엄격하게 적용할 경우 대규모 투자자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거래소들이 증권형 토큰 해당 여부에 대한 심사 기준 등을 투명하게 공개해야 하지 않느냐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거래소들은 가상자산 상장 기준을 홈페이지를 통해 안내하고 있을 뿐, 증권형 토큰과 관련된 심사 내용은 공개하지 않고 있다. 대외비라는 이유에서다.

금융감독원 금융소비자보호처장을 지냈던 문정숙 숙명여대 명예교수는 "금융위원회가 가상자산 시장에 대한 입장이 명확치 않다보니 사업자들도 섣불리 증권형 토큰이나 대체불가능토큰(NFT)에 대한 기준을 공개하지 어렵다는 한계가 존재한다"면서도 "금융당국은 증권형 토큰 가이드라인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미리 최소한의 기준을 공개하도록 하는 등 투자자 보호 방안을 마련하고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사업자와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당부했다.

조아라 기자 archo@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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