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흑자전환, 업비트 제휴효과…악재 딛고 상장 안착 험난 예상

국내 1호 인터넷은행 케이뱅크가 유가증권 상장에 도전장을 냈다. 카카오뱅크의 주가 하락과 가상자산 악재, 증시 불황, 규제 강화 움직임 속에서 상장을 추진하는 것으로 무사히 증시에 입성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케이뱅크는 지난달 30일 유가증권 시장 상장을 위한 상장예비심사청구서를 제출했다. 상장 대표 주관사는 NH투자증권, 씨티증권, JP모건이다. 삼성증권이 공동주관 업무를 맡는다.

통상 거래소의 심사 기간이 45영업일인 점을 고려하면 오는 9월 중 예비심사를 통과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후 증권신고서 제출 후 수요예측 등 공모청약에 돌입할 예정이다. 특별한 지연 사유가 없다면 연내 상장이 가능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케이뱅크는 2017년 4월 출범한 국내 1호 인터넷전문은행으로 지난 5월 말 기준 고객수는 772만명이다. 최대주주는 지분 34%를 보유한 BC카드이며 우리은행(12.8%), 베인캐피탈(8.2%) 등도 주요 주주다.

작년 흑자 달성 발판…업비트 제휴효과, 추가 성장 여력 글쎄

케이뱅크는 지난해 흑자전환에 성공한 것을 무기로 IPO를 추진하고 있다. 작년 영업이익 245억원, 순이익 225억원을 기록했다. 2020년에는 영업손실 1054억원, 순손실 1054억원을 각각 기록했었다. 가파른 고객 증가에 따른 외형 성장이 흑자 전환의 핵심 요소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1분기 순이익은 245억원으로 지난해 연간 순이익을 뛰어넘었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케이뱅크의 IPO 성공 가능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다수 나오고 있다. 각종 악재가 놓여있기 때문이다.

앞서 상장한 카카오뱅크의 주가 하락이 위험 요인이 될 것으로 보인다. 카카오뱅크는 케이뱅크와 같은 인터넷은행업을 영위하고있는 비교기업이다. 해당 기업의 주가가 하락하면 케이뱅크의 몸값 역시 낮아질 가능성이 높다. 작년 8월 상장한 카카오뱅크는 지난달 말 종가는 3만250원으로 올해 들어 48.8% 추락했다.

최근에는 증권사에서 사실상 매도 의견까지 나왔다. 이병건 DB금융투자 연구원은 지난달 말 보고서를 통해 "은행 규제를 받고 있는 이상 은행의 성장 논리를 적용할 수밖에 없다"며 "성장 초기단계를 지나면서 대출만기연장 부담으로 성장률이 하락하고 이 때문에 낮아진 자본효율성 때문에 기회비용이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시장수익률 하회 투자의견을 내고 목표주가를 2만4600원으로 내려잡았다.

성장성에도 의구심을 보이는 시각도 있다. 지난해 케이뱅크의 외형 성장이 업비트와 맺은 실명 계좌 제휴로 예금 잔액이 급증한 덕분이라는 것이다.

작년 말 케이뱅크의 예수금은 11조3175억원으로 이 중 법인 예수금이 6조6492억원(58.8%), 개인 예수금이 4조6682억원(41.3%)으로 집계됐다. 법인 예수금 비중이 높은 이유는 고객이 케이뱅크를 통해 업비트에 보유하고 있는 금액이 법인 예수금 항목으로 분류되기 때문이다. 2020년 말 케이뱅크의 예수금은 3조7453억원으로 이 중 법인 예수금은 29%에 불과했다.

올해 가상자산 시장이 크게 부진하면서 케이뱅크의 예수금 증가세에도 제동이 걸렸다. 금융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케이뱅크의 1분기 말 기준 원화 예수금은 11조 5446억원으로 지난해 말 대비 2% 증가하는데 그쳤다. 같은 기간 카카오뱅크와 토스뱅크의 원화 예수금은 각각 10%, 52.3% 늘었다.

금리상승에 대출 성장 제동…피해갈 수 없는 규제 이슈

믿었던 신용대출도 금리상승으로 성장 정체기를 맞았다. 김현기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그동안 인터넷전문은행은 신용대출 기반으로 성장해 왔지만 현재 국면에서는 신용대출 중 타깃으로 한 중저신용자 대출 비중을 맞추기 위해 성장을 큰 폭으로 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신용대출 외의 성장 기반 확보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여기에 규제도 감안해야 할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기존 은행권 반발로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등 금융당국에서 ‘동일기능, 동일규제’ 적용을 사실상 기정사실화 하고 있다. 당장 법제화가 어렵다면 기관별로 기관 단위로 규제의 틀을 마련하는 하이브리드 모형까지 검토에 나선 상황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플랫폼 업체나 지급결제 업체, 인터넷 전문은행 등 여러 빅테크의 참여가 늘어나는 과정에서 기존 사업자와의 공정경쟁 차별 문제가 나타나고 있다"며 "금융 소비자 입장에서 이러한 빅테크 업체와 거래할 경우, 피해는 없는 지 보다 면밀히 들여다 볼 필요는 있다"고 말했다.

장외 주식 시장에서도 부진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비상장주식 거래 플랫폼 서울거래 비상장에 따르면 케이뱅크 주식은 1일 현재 주당 1만4800원에 거래 중이다. IPO 절차에 돌입했다고 밝힌 올해 초 2만원대에서 거래되던 것과 비교하면 약 25% 이상 하락한 수치다.

김민아 기자 jkim@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