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분 상승' 의료용 대마… 합법화 바람 타고 부작용 논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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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22.07.05 06:00
태국정부가 6월부터 대마(hemp)를 마약류에서 제외시키면서 다양한 국가들이 대마에 대한 규제를 낮추는 추세다. 국내에서도 의료 목적에 한해 대마 육성 사업을 추진하고자 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대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세계 각국이 대마를 합법화 하면서 국내에서도 의료용 대마 연구 개발과 관련한 움직임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 픽사베이
제약바이오 업계에 따르면 대마 사용을 본격적으로 합법화한 태국이 대마를 활용한 불면증 치료제 개발에 나섰다. 최근 태국 정부는 2조4000억밧(88조7000억원) 규모의 세계 수면제 시장을 겨냥해, 대마를 활용한 수면제를 연구 중인 ‘차오프라야 아파이푸벳 병원’에 지원 의사를 밝혔다.

쁘라윳 짠오차 총리는 해당 병원을 방문해 "대마 사용이 의료산업에 도움이 되고 경제도 활성화할 수 있다"며 "대마 합법화로 인한 실보다 득이 클 것이다"고 설명했다. 차오프라야 아파이푸벳 병원은 약초와 전통적인 방법을 이용해 환자를 치료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이 병원은 이미 기존 수면제를 대신할 대마 추출물을 연구 중이었고, 대마를 첨가한 음식을 판매하는 레스토랑도 운영 중이다. 연구진은 2020년부터 대마초 오일을 불면증 환자에게 사용한 결과 인상적인 결과를 얻었다고 방콕포스트는 보도했다.

태국 정부는 이번 연구를 성공적으로 마치면 불면증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이 수면제에 덜 의존하게 되는 동시에 막대한 규모의 세계 수면제 시장에 태국 기업이 진입하는 기회를 잡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처럼 태국 정부가 직접 대대적인 대마 사업을 육성하고 있는 이유는 지난달부터 가정집에서 대마초 재배를 허용할 정도로 대마 규제를 대폭 낮췄기 때문이다. 태국은 2018년 의료용 대마 재배·사용을 아시아 국가 중 처음으로 합법화했고, 지난달 9일부터는 대마를 마약류에서 제외했다.

태국에서는 대마 제품이 향정신성 화학물질인 테트라하이드로칸나비놀(THC)을 0.2% 넘게 함유할 경우에만 불법 마약류로 분류한다. 단, 모두에게 대마 사용을 허용한 것은 아니다. 20세 미만 또는 임산부에게 대마를 제공하거나 팔다가 적발될 경우, 1년 이하 징역형 또는 2만밧(73만원)의 벌금을 물어야 한다.

스페인도 6개월 내에 약국에서 대마초 구입이 가능해질 전망이다. AFP통신은 스페인 국회의원들이 대마초의 의료적 사용을 확대해야 한다는 내용의 문서를 승인하면서, 앞으로 6개월 안에 대마초를 약국에서 판매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고 보도했다.

스페인은 현재 병원에서 대마초 유도체를 함유한 두 가지 약만 처방할 수 있다. 하나는 다발성 경화증과 관련된 근육 경직증을 치료하기 위한 것이고, 다른 하나는 뇌전증 발작에 쓰인다. 스페인 의회 보건위원회가 최근 승인한 해당 문건은 향후 보건 당국이 이제까지 판매 허가가 안 되던 대마초 추출물 또는 표준화된 제제 판매를 허용하도록 하는 것이 골자다.

스페인 제약 기관인 AEMPS는 ‘의학적 대마초 제공’이라는 사회적 변화를 시행하기에 앞서 6개월의 시간을 준다고 명시했다. 또한 대마초의 의료적 사용 분야를 넓힐 수 있도록 더 많은 연구를 촉구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스위스 정부는 8월부터 의료용 대마초에 대한 규정을 간소화한다. 이전까지 대마를 의료용으로 사용하기 위해서는 연방보건국(FOPH) 허가를 받아야 했지만, 절차가 너무 느리다는 여론이 급증해 스위스 정부가 의료용 대마에 한해 허가 절차를 생략하는 예외규정을 세웠다.

국내에서도 의료용 대마 생산을 위한 연구가 성공하면서 대마 산업화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농촌진흥청은 최근 의료용 대마 식물체 개발을 위한 육종 기술을 개발해 특허출원하고, 이 기술로 만든 국산 의료용 대마 식물체 2자원을 국내 연구기관에 분양했다.

대마는 용도에 따라 ▲줄기를 활용하는 섬유용 ▲씨앗을 활용하는 종실용 ▲꽃과 잎에서 추출한 유용 성분(칸나비디올, CBD)을 의약품, 화장품 등의 원료로 사용하는 의료용으로 구분한다.

국내에서는 현행법상 의료성분의 산업 활용은 불가하며 연구 목적으로만 활용이 가능하다. 그간 우리나라는 의료용 대마의 기술 표준화와 산업화를 위한 자원이 없어 북아메리카나 유럽에서 도입한 자원을 연구에 활용해 왔다.

이에 농진청은 2020년부터 국산 의료용 대마 품종 개발을 목표로 연구 사업을 진행해 왔으며, 올 3월 대마 육종에 필요한 기술 특허 2건을 출원하고 이 기술을 활용해 의료용 대마 자원을 육성하는 데 성공했다.

이 기술을 통해 의료성분인 칸나비디올을 9% 이상 함유한 ‘칸나비디올 고 함유 대마(IT 342820)’와 중독 성분인 테트라하이드로칸나비놀이 0.3% 미만으로 적은 ‘테트라하이드로칸나비놀 저 함유 대마(IT 342821)’ 등 2자원을 육성했다.

칸나비디올은 대마에서 가장 활용도가 높은 기능성분으로 소아뇌전증 치료제인 ‘에피디올렉스(Epidiolex)’의 주성분이다. 해외에서는 염증이나 우울증·불면증 완화 효과가 알려져 식품 등에 이용하고 있다. 반면 테트라하이드로칸나비놀은 진통·진정 효과가 있으나 도취성분으로 중독성이 있어 대마 산업화의 장애 요인이 되고 있다.

이번에 개발한 자원은 섬유용 대마 ‘청삼’과 달리 줄기가 짧고 가지가 많은 특성(단간·다분지형)이 있어 시설 안에서 여러 단으로 재배할 수 있다. 디지털 농업기술을 활용하면 연간 3~4회 이상(보통 노지에서는 1회)도 생산이 가능하다.

농진청은 이들 의료용 대마를 농업유전자원센터에 기탁해 생명자원 등록을 마쳤으며, 대마의 재배, 분석, 생리활성 연구에 활용할 수 있도록 국내 연구기관에 분양할 계획이다.

의료용 대마를 국내에서 직접 생산하게되면 희귀·난치병 환자들에게 사용하는 고가 치료제에 대한 가격 부담을 줄일 수 있다. 한국희귀·필수의약품센터에 따르면 에피디올렉스의 연간 수입 규모는 10억원에 달한다.

일각에서는 갑작스럽게 의료용 대마 규제를 풀게 되면 적지않은 부작용을 겪을 것이란 지적도 존재한다. 실제로 벨기에와 네덜란드는 대마 사용이 합법화 돼 있는데, 유럽 내 합법인 나라에서 불법인 나라로 공공연히 대마초가 유통되는 게 현실이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의료용 대마를 합법화하는 나라들이 늘면서 국내에서도 대마를 목적에 따라 허가하는 정책들이 다수 논의 중이다"며 "다만 최근 태국 등에서 대마 과복용 등으로 문제가 속출하고 있는 만큼 안전한 대마 사용을 위해 실효성있는 규제 마련이 필수일 것이다"고 말했다.

김동명 기자 simalo@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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