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차량 공유업체 쏘카가 모빌리티 플랫폼 업체로는 처음으로 IPO에 도전한다. 인플레이션 우려로 글로벌 증시가 모두 침체국면을 맞은 상황. 상장을 준비하던 다른 업체들도 철회로 돌아서며 섣불리 나서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쏘카의 도전은 이례적인 일로 받아들여진다. 쏘카의 상장이 침체된 IPO 시장에 활기를 북돋을 수 있을지, 아니면 쏘카 역시 하락장의 제물이 될지 업계 시각으로 들여다 봤다.

유가증권 시장 유니콘 특례상장 1호 기업 쏘카도 고평가 논란을 피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몸값 산정과정에서 사업 유사도가 낮은 비교기업을 포함, 가치를 부풀린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쏘카 비교기업 현황 / 신영빈 기자
쏘카 비교기업 현황 / 신영빈 기자
쏘카가 지난달 24일 제출한 증권신고서에 따르면 희망 공모가 밴드는 3만4000~4만5000원이다. 이를 기준으로 한 시가총액은 1조2046억~1조5499억원에 달한다.

쏘카는 희망 공모가액 산출을 위한 평가방법으로 매출액 대비 기업가치 비율(EV/Sales)을 사용했다. 해당 기업의 기업가치가 매출액의 몇 배인가를 나타내는 지표로 해당 기업이 속한 산업의 패러다임 변화로 높은 성장성에 대한 시장의 평가 등이 반영됐다.

시장에서는 쏘카의 비교기업이 적절하지 않다고 지적한다. 사업 유사성이 적은 기업을 비교기업으로 포함해 EV/Sales 거래배수 평균을 끌어올리는 근거로 삼은 것 아니냐는 것이다.

쏘카가 비교기업으로 선정한 곳은 우버(Uber), 리프트(Lyft), 그랩(Grab), 고투(Goto), 버드 글로벌(Bird Global), 헬비즈(Helbiz), 오비고, 삼사라(Samsara), 우한 코테이 인포매틱스(Wuha Kotei Informatics), 오로라 이노베이션(Aurora Innovation) 등 10곳이다. 이들의 평균 EV/Sales 거래배수 평균인 8배를 적용한 주당 평가가액은 6만8074원이다. 쏘카는 여기에 할인율 33.9~50%를 적용, 희망 공모가액 밴드를 산출했다.

이 중 EV/Sales 거래배수가 높은 곳은 오비고(18.3배), 오로라(17.8배), 고투(17.1배) 등 3곳이다. 고투는 인도네시아 최대 모빌리티 기업 고젝과 이커머스 기업 토코피디아가 합병해 설립한 회사로 음식 및 상품 배달, 물류, 핀테크 등 다양한 사업 분야를 아우르고 있다. 최근 사업연도 매출은 모빌리티에서 60% 이커머스에서 37% 발생했다. 오비고와 오로라는 각각 스마트카 소프트웨어 플랫폼과 자율주행 솔루션에서 매출 100%가 발생했다.

반면 쏘카의 올해 1분기 사업부문별 매출 현황을 보면 카셰어링에서 전체 매출의 97.4%가 발생했다. 카셰어링은 ▲초단기 및 월 단위 차량 대여 서비스 ▲렌터카 업체와 쏘카 회원의 중개 ▲카셰어링 영업에 사용한 차량 매각 등을 주요 사업으로 포함한다. 몸값을 높인 3개 기업과 사업 유사성이 적은 부문에서 주로 매출이 발생한 셈이다.

쏘카와 비슷한 비즈니스를 영위하는 국내 렌터카 업체와 비교해도 쏘카의 몸값은 높은 수준이다. 지난 5일 종가 기준 롯데렌탈의 시가총액은 1조4104억원, SK렌터카는 3859억원이다. 쏘카의 밴드 상단 기준 시가총액(1조5499억원)을 밑도는 수치다. 올해 1분기 기준 롯데렌탈과 SK렌터카가 각각 705억원, 229억원의 영업이익을 낸 흑자기업이라는 것을 반영하면 적자 기업인 쏘카의 몸값이 낮지 않음을 알 수 있다.

이러한 점을 의식했는지 쏘카는 높은 할인율을 적용하면서 공모가 범위를 소폭 낮췄다. 쏘카의 할인율은 33.9~50%로 최근 5년간 유가증권 상장 기업의 평균 할인율이 22~35% 수준임을 감안하면 꽤 높게 설정됐다. 시장 친화적인 몸값을 위해 할인 폭을 확대했다는 것이 쏘카의 설명이다.

주관사인 미래에셋증권 관계자는 "쏘카의 사업 형태가 렌터카 회사들과 유사한 점도 있지만 운영 관점에서 보면 완전 비대면으로 차를 빌리고 반납하는 등 대부분의 의사결정을 데이터를 갖고 하는 회사"라며 "전통적인 렌터카 회사가 아닌 IT에 강점이 있는 모빌리티 플랫폼이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이어, "국내 렌터카 회사는 대부분 장기 렌터카 비중이 높아 업 자체가 차이가 있다고 봤다"며 "쏘카의 100% 자회사로 마이크로모빌리티 공유 플랫폼 일레클을 운영하는 나인투원을 보유하고 있는 것 등을 고려해 관련 사업을 하는 기업을 비교기업으로 추가했다"고 강조했다.

김민아 기자 jkim@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