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프트웨어 전문 매거진 ‘마이크로소프트웨어’ 1991년 8월호 표지 / IT조선 DB
소프트웨어 전문 매거진 ‘마이크로소프트웨어’ 1991년 8월호 표지 / IT조선 DB
‘그때 그 시절 IT’는 소프트웨어 전문 매거진 ‘마이크로소프트웨어(이하 마소)’의 기사를 살펴보고 IT 환경의 빠른 변화를 짚어보는 코너입니다. 마소는 1983년 세상에 등장해 IT 역사를 담고 있습니다. IT조선은 브랜드를 인수해 2017년부터 계간지로 발행했습니다. ‘그때 그 시절 IT’ 코너는 매주 주말 찾아갑니다. [편집자 주]

[그때 그 시절 IT]

​​​​애플과 IBM. 개인용 PC시장에서 둘 중 하나는 사실 상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지만 다른 하나는 우리의 컴퓨팅 일상을 지배하다시피 하는 이름이 됐다. 한 때 두 기업은 영원한 숙적이라 불릴 만큼 적대적이었다. 개인용 PC 시장에서는 두 기업이 거의 전부였다. 물론 절대적 우위를 점한 기업은 IBM이었다. 당시(1980-90년), 컴퓨터의 80%는 IBM이라는 로고가 박혀 있었다.

애플과 IBM 로고를 합성한 이미지 / IT조선 DB
애플과 IBM 로고를 합성한 이미지 / IT조선 DB
애플은 비록 점유율 측면에서 10~15% 수준이었지만 하드웨어는 물론 OS까지 독자적으로 운영하고 있었고, 그 수준도 IBM보다 한 수 위였다. 매킨토시는 MS-DOS, 심지어는 유니스 환경에서도 사용 가능한 강력한 호환성을 가지고 있었다.

두 기업은 팽팽한 경쟁 구도를 유지했다. 하지만 영원히 팽팽할 것 같았던 경쟁의 끈이 한 때는 느슨해지다 못해 한 데 뭉쳤을 때가 있었다. 1991년이다. 1991년 8월호 마이크로소프트웨어에는 ‘IBM과 애플의 악수’라는 제목으로 이와 관련된 내용이 실렸다. 

글은 이렇게 시작하고 있다.
"지난 6월 10일(1991년) 미국 컴퓨터 역사 상 충격적인 일이 벌어졌다. 소프트웨어의 일인자 마이크로소프트사가 IBM PC용 MS-DOS 버전 5.0의 등장을 자축하고 있을 때, 뉴욕 주의 IBM 본사에서는 애플사의 중역과 IBM사의 중역이 의미 심장한 악수를 나누고 있었다. IBM사와 애플 컴퓨터사가 손을 잡는다? 세상 오래 살고 볼 일이다."

왜 손 잡았나?

당시 컴퓨팅 시장 일인자는 IBM이었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표면적으로 보이는 것일뿐 사실상 키를 쥐고 있는 기업은 마이크로소프트였다. IBM PC에는 MS-DOS, 윈도를, 애플에는 워드와 엑셀 프로그램을 공급하고 있었다.

더욱이 마이크로소프트의 윈도와 인텔의 CPU가 결합한 ‘윈텔(Windows + Intel)’이 시장 지배력을 키워나가고 있던 시기였다. 윈도와 인텔 CPU를 기반으로 한 PC를 여러 기업들에서 생산하기 시작했다. IBM은 더 이상 자사의 PC만이 컴퓨팅의 답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았고, 애플은 모토로라의 68000 시리즈(프로세서)에 한계를 느끼던 시기였다.

타도 윈텔

애플과 IBM의 이례적인 만남은 그 해 가을 AIM(Apple, IBM, Motorola) 동맹 결성으로 이어졌다. 동맹의 목표는 ‘타도 윈텔’이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윈도와 인텔 로고를 합성한 이미지 / quora 갈무리
마이크로소프트의 윈도와 인텔 로고를 합성한 이미지 / quora 갈무리
세 기업은 곧바로 새로운 PC 표준 구축을 위한 개발에 들어갔고, 2년 뒤는 1993년 ‘PowerPC’ 아키텍처를 완성했다. PowerPC는 세 기업이 공동으로 개발한 IBM RISC 마이크로프로세서 기반의 CPU 및 아키텍처다.

애플, IBM, 모토로라가 동맹 후 만든 첫 프로세서 ‘PowerPC 601’ / Wikimedia Commons
애플, IBM, 모토로라가 동맹 후 만든 첫 프로세서 ‘PowerPC 601’ / Wikimedia Commons
애플이 PowerPC 기반 컴퓨터 매킨토시를 발표하고, IBM이 PowerPC 후속작도 준비하는 등 한동안 윈텔과는 다른 PC 시장을 형성해 나갔으나 결과는, 2006년 애플이 PowerPC를 포기하고 인텔 CPU를 탑재하기 시작한 것으로 대신할 수 있을 것 같다.

2022년, IBM과 애플은 너무도 다른 길을 가고 있지만 당시 두 기업의 ‘악수’에 세상은 PC 시장을 다시금 변화시킬 만큼 큰 기대를 가졌었던 것 같다.

‘IBM과 애플의 악수’ 기사의 맺음말로 끝을 대신한다.

"IBM 특유의 RISC 마이크로프로세서와 애플 특유의 소프트웨어가 결합하면 가장 강력한 미래의 운영체제가 될 수 있고, 다른 회사들에게 힘을 행사할 수 있다."

조상록 기자 jsrok@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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