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 그 시절 IT]
두 기업은 팽팽한 경쟁 구도를 유지했다. 하지만 영원히 팽팽할 것 같았던 경쟁의 끈이 한 때는 느슨해지다 못해 한 데 뭉쳤을 때가 있었다. 1991년이다. 1991년 8월호 마이크로소프트웨어에는 ‘IBM과 애플의 악수’라는 제목으로 이와 관련된 내용이 실렸다.
글은 이렇게 시작하고 있다.
"지난 6월 10일(1991년) 미국 컴퓨터 역사 상 충격적인 일이 벌어졌다. 소프트웨어의 일인자 마이크로소프트사가 IBM PC용 MS-DOS 버전 5.0의 등장을 자축하고 있을 때, 뉴욕 주의 IBM 본사에서는 애플사의 중역과 IBM사의 중역이 의미 심장한 악수를 나누고 있었다. IBM사와 애플 컴퓨터사가 손을 잡는다? 세상 오래 살고 볼 일이다."
왜 손 잡았나?
당시 컴퓨팅 시장 일인자는 IBM이었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표면적으로 보이는 것일뿐 사실상 키를 쥐고 있는 기업은 마이크로소프트였다. IBM PC에는 MS-DOS, 윈도를, 애플에는 워드와 엑셀 프로그램을 공급하고 있었다.
더욱이 마이크로소프트의 윈도와 인텔의 CPU가 결합한 ‘윈텔(Windows + Intel)’이 시장 지배력을 키워나가고 있던 시기였다. 윈도와 인텔 CPU를 기반으로 한 PC를 여러 기업들에서 생산하기 시작했다. IBM은 더 이상 자사의 PC만이 컴퓨팅의 답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았고, 애플은 모토로라의 68000 시리즈(프로세서)에 한계를 느끼던 시기였다.
타도 윈텔
애플과 IBM의 이례적인 만남은 그 해 가을 AIM(Apple, IBM, Motorola) 동맹 결성으로 이어졌다. 동맹의 목표는 ‘타도 윈텔’이었다.
2022년, IBM과 애플은 너무도 다른 길을 가고 있지만 당시 두 기업의 ‘악수’에 세상은 PC 시장을 다시금 변화시킬 만큼 큰 기대를 가졌었던 것 같다.
‘IBM과 애플의 악수’ 기사의 맺음말로 끝을 대신한다.
"IBM 특유의 RISC 마이크로프로세서와 애플 특유의 소프트웨어가 결합하면 가장 강력한 미래의 운영체제가 될 수 있고, 다른 회사들에게 힘을 행사할 수 있다."
조상록 기자 jsrok@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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