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대한통운이 택배업계 최초로 운송장 내 그대로 노출돼 왔던 택배기사의 이름을 삭제해 개인정보보호에 나선다. CJ대한통운은 불필요한 부분을 없애 운영 효율성을 높였다는 입장이다.

14일 물류업계에 따르면 CJ대한통운은 운송장에 노출돼 온 택배기사의 이름을 삭제하고 '개인번호'로 표기하기로 했다.

구체적인 도입 날짜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CJ대한통운 관계자들은 10월쯤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CJ대한통운은 택배기사별 개인번호 부여 작업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택배기사들은 개인번호를 전달받은 상태다.

CJ대한통운이 운송장 내 택배기사 이름을 삭제하고 개인번호로 표기하기로 했다. / 조선DB
CJ대한통운이 운송장 내 택배기사 이름을 삭제하고 개인번호로 표기하기로 했다. / 조선DB
개인번호는 서브터미널 내 분류작업 구역에 따라 정해진다. 예를 들어 A구역의 택배기사라면 A01, A02 등의 방식으로 주어진다.

그동안 운송장에 표기된 개인정보로 인해 택배업계는 진통을 겪어왔다. 소비자들의 이름, 주소, 전화번호 등 개인정보가 표기돼 개인정보 침해 및 범죄 노출 우려가 지속 제기돼왔다.

개인정보위원회와 국내 택배사 11곳은 지난해 8월 운송장 내 소비자 이름, 전화번호 등을 일부 마스킹 처리하는 데 협의했다. 하지만 택배기사들의 정보보호 방안은 마련되지 못했다. 운송장 내 그대로 택배기사들의 개인정보가 노출돼온 셈이다.

일각에서는 운송장에 택배기사 이름이 삭제된다면 분류 작업에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다만 CJ대한통운은 서브 터미널(지역별 거점 터미널) 내에 배송 분류 자동화 장치(Wheel Sorter, 휠 소터)가 설치돼 있기 때문에 원활한 분류작업이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CJ대한통운 관계자는 "터미널에 주소별 분류를 빠르게 해주는 휠소터 장비를 설치하기 전에는 운송장에 택배기사 정보가 있어야 식별이 가능했지만 이제는 그렇지 않다"면서 "전국 서브 터미널에 이미 휠소터가 설치돼 있고, 분류작업에 어려움이 없다는 판단하에 운송장에 택배기사의 이름 대신 개인번호를 표기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고 밝혔다.

국내 택배시장에서 절반에 가까운 점유율을 차지하는 CJ대한통운이 선도적으로 택배기사들의 개인정보 보호에 나서면서 다른 택배사들도 이를 따를지 주목되고 있다.

롯데글로벌로지스 관계자는 "필요시 발전적인 방향으로 검토해보겠다"고 밝혔다.

한진 관계자 또한 "이용자 및 택배기사들의 편의와 운영 효율성 제고를 위해 다각적인 검토를 지속하겠다"고 말했다.

황혜빈 기자 empty@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