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직장인 A씨는 여름 휴가지에서 티빙으로 영화를 보려던 계획을 실패했다. 보고 싶던 영화를 선택한 순간 티빙은 PC 웹을 통해 결제하라고만 안내했다. 모바일 기기만으로는 결제를 할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 가볍게 떠나려고 짐을 최소화했던 그가 노트북을 챙기지 않은 걸 후회한 순간이었다.

OTT 플랫폼 간 콘텐츠 경쟁이 활발한 가운데, 티빙이 전략적으로 자사가 보유한 영화 콘텐츠를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결제 방식의 문제로 티빙 앱을 통해 즉시 시청할 수 있는 영화 서비스가 3개월째 막히다시피 한 상태이기 때문이다.

티빙 측은 구글의 인앱결제 강제 정책에 따른 가격인상을 피하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설명한다. 하지만 OTT 시청이 주로 모바일을 통해 이뤄지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티빙이 주요 서비스를 방치하며 고객 편의를 소홀히 한다는 지적을 피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iOS기반 티빙앱에서 개별 구매가 필요한 영화를 시청하려고 할 때 뜨는 화면. 티빙 캐시가 부족하다는 메시지와 함께, PC웹에서 구매하라는 안내가 전부다. / 티빙 화면 갈무리
iOS기반 티빙앱에서 개별 구매가 필요한 영화를 시청하려고 할 때 뜨는 화면. 티빙 캐시가 부족하다는 메시지와 함께, PC웹에서 구매하라는 안내가 전부다. / 티빙 화면 갈무리
12일 티빙에 따르면 티빙 내 ‘개별 구매’가 필요한 영화 콘텐츠는 모바일로 시청이 불가능하다. 모바일의 경우, 앱은 물론 사파리나 크롬 등의 브라우저를 통한 웹 모두에서 네이버페이나 카카오페이, 휴대폰을 통한 결제를 할 수 없기 때문이다. 모바일로 이용자가 콘텐츠를 결제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티빙캐시 소진뿐이다. 그러나 이 마저도 티빙이 올해 3월 31일부터 충전을 막으면서 불가능해졌다.

결국 이용자는 해당 콘텐츠를 시청하기 위해 PC를 통해 웹에 접속한 후 결제해야 한다. 많은 이용자가 PC가 아닌 패드나 스마트폰 등 모바일 기기를 통해 콘텐츠를 결제하고 시청하는 습관을 가지고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콘텐츠 시청 과정에서 편의성이 제한된 셈이다.

티빙 측은 이같은 결제 제한 배경을 구글 정책 변화의 여파라고 설명한다. 구글은 올해 4월 1일부터 자사의 인앱결제 정책을 따르지 않는 앱은 업데이트를 진행할 수 없고, 6월 1일부터는 구글플레이에서 앱을 삭제키로 했다. 그러면서 그동안은 받지 않던 수수료를 30%씩 부과한다는 정책을 내놨다.

이에 따라 다수 콘텐츠 기업은 요금 인상을 택했다. 티빙 역시 정기이용권인 ‘베이직’ 요금은 기존 월 7900원에서 9000원, ‘스탠다드’는 1만900원에서 1만2500원, ‘프리미엄’은 1만3900원에서 1만6000원으로 올렸다. 다만 개별 구매로만 볼 수 있는 영화 콘텐츠는 가격인상을 포기하고 PC 웹을 통해서만 볼 수 있도록 정책을 변경했다. 가격인상에 따른 소비자 부담이 지나치게 높아질 수밖에 없다는 점을 고려했다는 설명이다.

다만 이용자 입장에서는 이같은 정책을 이해하기 어렵다. 티빙 측 설명이 타당하더라도, 3개월 동안 추가 대책을 마련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예컨대 구글과 애플의 정책에 적용받지 않는 모바일 웹을 통한 결제를 열어두는 방법을 마련할 수 있었다. 경쟁 OTT인 웨이브의 경우 앱 외에도 모바일 웹 접속을 통한 결제가 가능하다. 기술적으로 불가능하지 않다는 의미다.

티빙을 애용해 온 한 이용자는 "인앱결제 정책이 적용되지 않는 모바일 웹에서 콘텐츠 결제와 시청이 가능하도록 방법을 마련하지 않은 이유를 납득하기 어렵다"며 "디테일한 부분에서 이용자 시청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주의를 기울이지 않는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지적했다.

티빙 관계자는 "이용자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이용자가 PC를 통해 인상되지 않은 가격으로 결제할 수 있도록 유도하기 위한 불가피한 결정이었다"고 설명했다.

이은주 기자 leeeunju@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