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형 발사체 누리호(KSLV-II) 발사 성공 이후 ‘뉴 스페이스'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누리호의 심장이라고 불리는 엔진의 제작, 공급을 담당한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뉴 스페이스 시대의 중심에 설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누리호 엔진 제작·생산·총조립 담당…극한 조건 견딜 수 있어

누리호는 독자적인 우주 수송 능력 확보를 위해 1.5톤(t)급 실용위성을 지구 상공 600~800㎞ 저궤도에 추진할 수 있는 3단형 한국형 발사체이다. 누리호 1단에 75t급 액체엔진 4기, 2단에 75t급 1기, 3단에 7t급 1기까지 총 6개의 엔진이 탑재됐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6기의 엔진을 조립, 납품하는 역할을 수행했다. 엔진 부품인 터보펌프, 밸브류 제작과 함께 엔진 전체의 조립까지 담당한 것이다. 특히 75t급 액체엔진은 누리호의 심장이라 불리는 핵심부품이다.

누리호 발사 모습. / 한국항공우주연구원
누리호 발사 모습. / 한국항공우주연구원
누리호 75t급 엔진은 한국의 독자 기술로 개발됐으며 비행시험을 통해 성능 검증까지 마친 최초의 우주발사체 엔진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이 엔진에 대해 영하 180도에 달하는 극저온의 액체 산소와 연소 시 발생하는 3300도의 초고온을 모두 견딜 수 있도록 제작됐다고 설명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2016년 3월 누리호 75t급 엔진 납품을 시작으로 현재까지 75t급 엔진 34기, 7t급 엔진 12기 등 총 46기의 엔진을 제작했다. 내년 상반기로 예상되는 누리호 3차 발사에 사용할 엔진 제작도 완료한 상태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우주발사체 엔진 기술을 확보하는데 어려움을 겪었다. 우주발사체 엔진 기술은 미국, 러시아 등 우주 선진국들이 극비로 취급하기 때문에 국가간 기술이전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모든 관련 기술을 자체적으로 개발해야 하기 때문에 기술 난이도가 높기 때문이다.

신현우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사장은 "누리호의 심장이라 불리는 엔진 제작을 담당한 기업으로서 큰 자부심을 느낀다"며 "‘아폴로 키즈’들이 지금의 뉴스페이스를 만들었듯이 ‘누리호 키즈’들이 미래의 우주를 만들게 될 것이다"고 밝혔다.

뉴 스페이스 시대 향하는 한화…우주 사업 세분화 통해 시장 선점

한화그룹은 누리호 발사 성공에 큰 기여를 하고 우주발사체 기술력을 확보한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함께 뉴 스페이스 시대 선점을 위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창원사업장에서 엔지니어들이 누리호 엔진을 정비하고 있는 모습. /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창원사업장에서 엔지니어들이 누리호 엔진을 정비하고 있는 모습. /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미국 투자은행 모건 스탠리는 글로벌 우주 산업의 규모는 2018년 3500억 달러(420조원)에서 2040년까지 1조1000억 달러(1320조원)로 커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는 연평균 성장률 5.3%에 달하는 수치다.

한화그룹은 지난해 각 계열사에 흩어져 있던 우주산업 핵심 기술 간의 유기적인 결합을 위해 우주사업 협의체인 ‘스페이스 허브’를 출범시켰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를 필두로 한화시스템, 한화, 쎄트렉아이 등으로 구성된 스페이스 허브는 발사체, 위성 등 제작 분야와 통신 등 서비스 분야로 나눠 연구·투자에 집중하고 있다.

세부적으로 쎄트렉아이와 한화시스템 등은 위성체 제조 및 지상체 제작, 운용에 집중하며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등은 발사체 엔진 기술력 증대에 주력한다.

한화 방산부문은 고체연료 기술 확보에 나서며 한화디펜스는 발사대 등을 중점 추진 분야로 선정했다.

조성우 기자 good_sw@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