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이월드가 최근 ‘디지털 상속권 보호 서비스’를 시작하면서 갑론을박이 한창이다. 고인이 남긴 기록에 가족이 접근할 수 있는 ‘디지털 유산’으로 볼 수 있다는 의견과 고인일지라도 ‘잊힐 권리’를 보장받아야 한다는 의견이 충돌하고 있다.

/싸이월드 화면 갈무리
/싸이월드 화면 갈무리
1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국내 토종 SNS인 싸이월드가 세상을 떠난 사용자의 글과 사진 등을 유족에게 넘기겠다고 해 논란이 일고 있다. 고인이 된 과거 싸이월드 이용자가 남겼던 게시물, 사진, 다이어리 중 ‘공개’로 설정된 기록을 유족이 신청을 통해 볼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디지털 상속권 보호 서비스를 신청한 경우는 약 2400건에 달한다. 싸이월드는 본격적인 서비스 시작을 위해 지난달 중순 이용약관을 수정하기도 했다. 개정된 약관 13조를 보면 "회원 사망시 게시글 저작권은 별도 절차없이 그 상속인에 상속된다"는 내용을 담았다.

싸이월드의 서비스가 시작되자 온라인 상에는 여러 의견이 나온다. 서비스 지지자 측은 고인의 SNS에 남아있는 흔적을 유산으로 볼 수 있다고 주장한다. 고인의 생전 기록이나 유품을 유가족이 물려받는 것과 비슷한 개념이라는 것이다.

반대하는 측은 고인일지라도 ‘잊힐 권리’를 보장받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당시에는 ‘전체공개’된 게시물이었다 할지라도 이후 생각이 바뀌어 잊혀지길 원했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즉 고인의 의사를 확인할 수 없는 상황에서 그가 세상을 떠났다는 이유로 개인의 데이터 상속 여부를 스스로 결정할 수 없도록 한 것은 고인의 권리를 침해한다는 주장이다.

우리나라는 아직 ‘디지털 유산’을 어떻게 봐야하는지 법으로 정리되지 않았다. 대부분의 기업은 고인의 게시물을 ‘개인정보’ 차원에서 다룰 뿐이다. 예컨대 네이버는 고인이 된 회원의 블로그, 이메일 등 데이터를 유족이더라도 제공하지 않는다. 유족이 요청할 경우 계정에 로그인하지 않아도 확인할 수 있는 데이터만 백업해 제공한다. 별도의 관리 규정이 없는 대부분 회사는 유족이 원하면 사망한 회원의 계정 폐쇄 요구 정도만 들어준다.

반면 해외에서는 ‘디지털 상속권'을 적극 인정하는 추세다. 2018년 독일연방법원은 사망한 15세 소녀의 어머니에게 자식의 페이스북 계정 접속 권한을 부여했다. 사망자가 생전 페이스북과 맺은 계약을 유산의 일부로 봤다. 부모가 고인이 된 딸 계정에 접근할 권리가 있다고 판단했다.

글로벌 주요 빅테크도 ‘디지털 상속권’ 개념을 인정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애플은 당시 업데이트된 소프트웨어 iOS 15.2 버전에서 애플 계정의 소유주가 ‘유산 관리자’를 최대 5명까지 지정할 수 있도록 ‘디지털 유산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구글은 휴면 계정 휴면 사실을 신뢰할 수 있는 사람에게 알리고, 그 사람이 계정 데이터를 다운받을 수 있도록 ‘휴면 계정 관리자’ 정책을 운영한다.

이은주 기자 leeeunju@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