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불황 속에서도 쏘카가 기업공개(IPO) 도전장을 내면서 시장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작년 도입된 유니콘 특례상장 트랙(시장평가 우수기업 특례)을 이용해 유가증권 시장에 입성하는 1호 기업인 만큼, 후발 주자의 흥행 바로미터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1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쏘카는 다음 달 4~5일 기관투자자 대상 수요예측을 진행할 예정이다. 공모가를 확정한 후 11~12일 일반청약을 받는다. 희망 공모가 밴드는 3만4000~4만5000원이며 시가총액은 1조2060억~1조5943억원이다. 밴드 상단 기준 2048억원을 모집할 예정이다.

쏘카는 유니콘 특례상장 트랙을 통한 상장을 준비 중이다. 유니콘 특례상장은 한국거래소가 유니콘 기업의 기술평가 절차를 간소화하기 위해 지난해 신설됐다. 시가총액이 1조원 넘을 것으로 예상되는 기업은 기술성 사전 평가 절차를 생략, 예심 청구 이후 외부 전문가 회의를 통해 심사한다. 기존에는 기술특례 인정을 위해 예심 청구 전 여러 전문평가 기관으로부터 기술평가를 받아야 했다.

시장에서는 쏘카가 유니콘 특례상장 1호 기업이라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1호 기업의 흥행 성적에 따라 2호 기업의 성적 역시 자연스럽게 따라올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현재 유니콘 특례상장 2호 기업이 유력한 곳은 장보기 애플리케이션 마켓컬리를 운영하고 있는 컬리다. 컬리는 지난 3월 28일 유가증권 상장을 위한 예비심사를 청구했다.

익명을 요구한 시장 관계자는 "새로운 특례상장 트랙 1호 기업의 공모 성적과 상장 후 주가 흐름이 해당 트랙을 준비 중인 다른 기업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최근 시장이 좋지 못한 상황에서 컬리와 마찬가지로 규모가 큰 쏘카의 공모를 주목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쏘카의 흥행여부가 컬리에게 중요한 부분 중 하나는 공모밴드다. 불투명한 시장상황에다 쏘카 몸값이 비싸게 책정됐다는 인식이 퍼져 있어 기관투자자들에게 외면받을 가능성이 아직은 농후하다. 이 경우 원하는 수준의 몸값을 받기 어려워 상장을 미룰 가능성이 있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하지만 컬리의 경우 영업적자가 지속되고 있어 그럴만한 시간적 여유가 없을 것이라는 게 시장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공모를 통한 자금 확보가 시급한 상황이라는 것. 이 때문에 컬리는 몸값을 대폭 낮춰 증시 입성을 노릴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지난달 24일 상장한 코스닥 유니콘 특례상장 1호인 보로노이 역시 몸값을 낮춰 상장에 성공했다. 보로노이는 지난 3월 기관 수요예측에서 흥행에 실패한 뒤 IPO 계획을 철회했다. 이후 지난달 증권신고서를 새로 제출하며 상장에 재도전했다. 보로노이는 할인율을 높여 공모가를 기존 5만~6만5000원에서 4만~4만6000원으로 약 45% 낮췄다. 보로노이 역시 적자가 3년째 이어지며 자금조달이 시급한 상황이었다.

앞선 관계자는 "쏘카의 상장이 불발된다면 같은 상장 트랙을 활용하는 컬리에게는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다만 컬리는 영업적자가 지속되는 등 현금 니즈가 커 상장을 미루기엔 힘든 상황이라 몸값을 대폭 낮출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김민아 기자 jkim@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