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가 충북 청주공장 증설 계획을 보류한다. 세계 경기 침체에 따른 반도체 수요 위축 영향이다.

19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6월 29일 이사회를 열어 청주공장 증설 안건을 의결하려고 했지만, 논의 끝에 결국 최종 결정을 보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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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최근 고환율·고물가 등 경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기존에 세운 투자 계획이 변경될 가능성이 있다고 언급했는데, SK하이닉스 이사회가 글로벌 경영 불확실성 등의 이유로 공장증설 계획에 제동을 건 것이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증설 필요성에 대해 이사회 내에서도 좀 더 신중하게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SK하이닉스는 메모리 반도체 수요가 지속 증가할 것으로 보고, 청주 테크노폴리스 산업단지에 신규 반도체 공장(M17)을 지을 계획이었다. 4조3000억원쯤을 투자해 2025년 완공이 목표였다.

향후 2~3년 내 글로벌 시장에서 메모리 반도체에 대한 수요가 지속해서 늘 것에 대비해 클린룸(먼지·세균이 없는 생산시설)을 미리 확보해놓겠다는 것이다. 계획대로라면 내년 초 착공해 2025년 완공돼야 하지만, 이사회의 보류 결정에 따라 착공이 연기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공장 증설 보류는 최근 세계 경기가 급속도로 침체하면서 반도체 업황 전망도 불투명해진 것이 주 요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원화 약세로 원자잿값 등 수입 물가도 가파르게 오르고 있어 투자비가 당초 계획보다 훨씬 더 늘어날 것이라는 우려도 보류 결정의 배경이 된 것으로 보인다.

SK하이닉스가 2023년 설비투자 계획을 조정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블룸버그통신은 최근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SK하이닉스가 2023년 자본지출을 25%쯤 줄여 16조원 수준으로 낮추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라고 보도했다. 스마트폰부터 서버까지 모든 분야에 들어가는 반도체 수요 감소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당초 운 내년도 생산능력 확장을 재검토한다는 것이다.

최태원 회장은 14일 '대한상의 제주포럼'에서 취재진과 만나 "작년에 세운 투자계획은 당연히 바뀔 가능성이 존재한다"며 "원재료 부분이 너무 많이 올랐기 때문에 원래 투자대로 하기에는 계획이 잘 안 맞는다"고 말했다.

글로벌 반도체업체들도 경제 불확실성에 따른 수요 둔화에 대비하기 위한 투자계획 조정에 나섰다.

세계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1위 대만 TSMC는 장비 리드타임(주문부터 실제 납품까지 걸리는 시간) 증가와 재고 상황을 고려해 시설투자(CAPEX) 계획을 기존 400억∼440억달러에서 400억달러로 하향 조정했다.

메모리반도체 3위 미국 마이크론도 6월 말 실적발표에서 "향후 수개 분기에 걸쳐 공급 증가를 조절하기 위한 대응을 하고 있다"며 "신규 공장·설비투자를 줄여 공급과잉이 일어나지 않도록 할 것이다"라고 밝혔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향후 공장 증설 일정 등에 대해 결정된 바 없다"고 언급했다.

이광영 기자 gwang0e@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