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현 금융위원회 위원장이 대대적인 금융규제 혁신을 공언했다. 금산분리·전업주의와 같은 전통 규제의 대안을 모색하는 한편, 신기술 투자를 활성화하기 위해 자회사 투자 제한을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가상자산발행(ICO)을 허용하고 은행권이 가상자산 관련 업무를 영위할 수 있도록 검토할 방침이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이 1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본관에서 금융부문 민생안정과제 관련해 제기된 '도덕적 해이' 논란에 대한 설명을 하고 있다./금융위원회
김주현 금융위원장이 1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본관에서 금융부문 민생안정과제 관련해 제기된 '도덕적 해이' 논란에 대한 설명을 하고 있다./금융위원회
19일 김주현 위원장은 "금융규제혁신의 목표는 우리 금융산업에서도 BTS와 같이 글로벌 금융시장을 선도하는 플레이어가 출현할 수 있도록 새로운 장을 조성하는 것"이라며 규제 개혁을 위한 36개 추진과제를 선정했다.

앞서 금융위는 지난 두달 동안 수요조사를 진행했다. 업계 요청을 중심으로 사업 추진에 걸림돌이 되는 규제 사항을 중점적으로 발굴했다.

금융위는 우선 금융산업의 디지털 전환에 따라 시대에 뒤떨어진 제도를 대폭 손 본다.

현재 은행법 상 비금융회사는 15% 이내에서 지분투자만 가능하다. 이 때문에 국내 은행은 부동산 등 생활서비스 업체나 디지털 인식 기술 업체 등을 인수하는 데 한계가 있다. 금융위는 금융과 비금융간 서비스와 데이터 융합을 촉진하기 위해 금산분리 제도를 개선하고 비금융정보 활용을 활성화할 방침이다.

업무 위탁 금지와 실명확인, 보험모집 규제 등도 개선 대상이다. 일례로 은행은 신용평가업무나 부동산담보평가업무를 다른 기업에 위탁해야 한다. 업무 위탁 금지로 규제 샌드박스를 통해서만 사업이 가능한 실정이다. 금융위는 외부자원과 디지털 신기술 활용을 활성화해 이 같은 규제를 완화할 계획이다.

금융사가 다양한 플랫폼 사업을 영위할 수 있도록 규제 체계도 구축한다. 은행이 통합앱에서 카드나 보험, 증권 등 다양한 상품을 추천하려면 은행 고객 정보와 계열사간 공유가 필요하다. 고객 동의를 받아도 고객 정보를 공유하기 어렵다는 애로사항이 제기, 규제가 개선될 전망이다.

디지털 금융 혁신을 위한 신기술 활용 인프라 구축을 돕는다. 정부는 마이데이터, 오픈뱅킹, 규제샌드박스 등 데이터(Data), 인공지능(AI) 등 신기술을 활용할 수 있도록 금융상품 정보 활용도를 높일 계획이다. 또 가상자산 발행과 조각 투자를 허용하는 등 디지털 신사업의 책임있는 성장을 유도하기 위해 규율 체계를 정비한다.

자본시장 선진화도 주요 과제로 꼽았다. 신탁 제도를 개선하고 대체거래소(ATS)를 도입해 자본시장 참여자들의 자율성을 확대하고 경쟁을 촉진한다. 자본시장 규제를 글로벌 수준에 부합하도록 정비해 투자 수요도 활성화한다. 이와 함께 상장사 등 일반 기업의 회계, 감사, 상장 유지 등 부담을 완화할 방침이다.

마지막으로 금융위는 행정지도 및 감독·제재·검사 관행을 개선하고, 금융 영토 확대를 위한 금융회사의 해외진출을 적극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금융위는 경제·금융·디지털·법률·언론을 대표하는 민간전문가 17인으로 구성된 금융규제혁신회의를 통해 규제 혁신 전략과 방향을 수립한다. 규제혁신 세부 과제를 발굴·검토하기 위해 금융산업분과, 디지털혁신분과, 현장소통분과를 설치·운영한다.


김주현 위원장은 "금융산업을 지배하고 있는 어떠한 고정관념에도 권위를 부여하지 않겠다. 근본부터 의심하여 금융규제의 새로운 판을 짜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기존 규제 틀 안에 안주하면 당분간은 편안할 수 있다. 규제를 바꿀 경우 이해관계자들이 불편을 겪을 수도 있다"면서도 "그런 이유로 변화를 두려워한다면, 디지털화라는 거대한 바람 앞에 촛불 하나를 들고 꺼질까봐 걱정하는 어리석음을 범하는 것이다. 규제혁신을 통해 변화를 적극 수용하고 새로운 발전 기회를 만들어 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아라 기자 archo@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