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디스플레이는 올해 2분기 영업적자 전환이 유력하다. 영업손실은 최대 4000억원대다. 2020년 2분기 이후 8분기 만에 적자 전환이다. LG디스플레이의 실적 부진은 중국 상하이 봉쇄, 수요 위축 등 외부 영향이 컸다.

LG디스플레이 매출 중 해외가 차지하는 비중은 97%에 달하는데, 코로나19 확산의 직격탄을 맞았다. LG디스플레이는 코로나19로 지역 자체가 봉쇄된 상하이 상황에 따라, 중국에 생산 공장을 둔 애플, HP, 델 등 글로벌 고객사에 대한 납품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 고물가, 고금리, 소비둔화 등 악재가 겹치며 TV 및 IT용 제품 판매도 주춤했다.

외부 영향이 LG디스플레이 실적에 타격을 준 것은 맞지만, 규모를 최소화할 수 있는 기회는 있었다. 하지만 LG디스플레이의 소극적 사업 전략이 그 기회를 날렸다는 지적이 나온다. 보기에 따라 LG디스플레이가 스포츠에서 말하는 본헤드 플레이(bonehead play, 잘못된 판단이나 미숙한 상황 대처로 발생한 이해할 수 없는 실책)’를 한 것으로 비춰질 수 있다.

사실상 결렬된 것으로 알려진 삼성전자와의 화이트(W)OLED 패널 거래 협상은 미래 먹거리 확보 측면에서 가장 중요한 기회였다. TV 시장 1위인 삼성전자를 주요 거래처로 확보했다면 기존 고객사인 LG전자와 함께 대형 OLED 시장의 본격 성장을 기대할 수 있었지만 거의 무산 분위기다.

이 여파로 LG디스플레이는 100%를 유지했던 OLED 생산라인 가동률을 5월부터 단계적으로 줄어드는 중이다. 올해 목표로 세운 TV용 OLED 출하량 1000만대 달성도 물건너 갔다. 이견을 좁혀 삼성전자가 OLED TV 시장에 적극 뛰어들도록 유도했다면 디스플레이 수요에 대한 기대감이 지금보다 높았을 것이란 아쉬움도 든다.

사업 환경 변화는 LG디스플레이의 LCD 사업 비중 축소 속도를 늦추는 나비효과로 이어졌다. 경쟁사인 삼성디스플레이는 수년간 적자에 시달린 LCD 사업을 6월 종료했다. 그 결과 패널값 하락에 따른 타격을 최소화했다. 반면, LG디스플레이는 여전히 전체 매출 중 65%를 LCD에 의존한다. LCD 수요 부진의 직격탄을 맞을 수밖에 없는 처지다.

LG디스플레이는 지난해 2분기에 영업이익 7000억원을 넘어서는 ‘깜짝 실적(어닝서프라이즈)’을 달성했다. LCD 가격 상승 호재가 실적 개선을 이끌었다. 1년 전 맛 본 달콤한 흑자는 국내 LCD 사업의 단계적 철수 계획을 늦췄는데, 이 판단은 결과적으로 독이 됐다.

위기상황일수록 판단력이 흐려지고 실수할 가능성이 높다. 결단력과 과감성도 사라진다. 그러면서 본헤드 플레이가 나온다. LG디스플레이가 그랬다. 하지만 타성에 오래 젖어있을 여유는 없다. 다음 기회를 잡기 위한 과감한 시도와 도전이 필요하다. 위기를 극복하는 열쇠는 외부요인이 아닌 LG디스플레이가 스스로 쥐고 있기 때문이다. 상반기 복합 악재를 만나 주춤한 LG디스플레이가 LCD 감산, OLED로 빠른 전환 등 자구 노력을 통해 하반기 눈부신 반전을 일으키길 기대해본다.

이광영 기자 gwang0e@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