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해양(이하 대우조선) 하청노사의 협상이 사실상 마지노선에 다다랐다. 하청노사가 살얼음판 협상을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노노갈등과 공권력 가능성까지 언급되고 있어 대우조선 옥포조선소에 전운이 감돌고 있다.

21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대우조선은 25일부터 2주간 하계 휴가에 돌입한다. 25일은 월요일이기 때문에 실질적인 휴가는 23일부터 시작된다. 이 기간동안 현장에 사람이 없고 선박 생산 작업도 멈추게 된다. 이에 대부분 조선업계는 여름휴가 전 임금 및 단체협상을 타결한다.

대우조선 하청노사도 여름휴가 시작 전까지 협상을 타결해야 한다는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지만 여전히 신경전을 펼치고 있다.

임금부분은 타협점을 찾았다. 당초 임금 30% 인상을 주장하던 금속노조 산하 거제·통영·고성 조선하청지회(이하 하청지회)가 사측이 제시한 4.5% 인상안을 받아들이기로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노조 활동 인정에 대해서도 노조의 요구안 절반 가량을 수용하는 방향으로 정리된 것으로 전해진다.

금속노조 산하 거제·통영·고성 조선하청지회 기자회견. / 금속노조
금속노조 산하 거제·통영·고성 조선하청지회 기자회견. / 금속노조
협상타결이 코앞까지 온 것으로 보여졌으나 손해배상 청구를 두고 양측이 갈등을 빚고 있다. 하청지회는 파업 행위와 관련한 손해배상 소송 제기 계획 철회 등 민·형사상 책임을 묻지 않을 것을 요구했다. 사측은 구두상으로 약속했다가 내부 협의 후 개별 협력사가 결정할 문제이기 때문에 협상 내용으로는 받아들일 수 없다고 입장을 바꿨다.

아직까지 사측이 하청지회에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한 것은 없으나 일부 협력업체들이 소송 의지가 강한 것으로 파악됐다. 원청인 대우조선 역시 파업으로 인한 피해가 7000억원 규모일 것이라고 판단하고 손해배상을 청구하겠다는 입장으로 알려졌다.

이외에 폐업한 하청업체에서 근무한 조합원의 고용승계 문제도 이견이 크다. 하청지회는 폐업으로 직장을 잃은 조합원에 대한 고용 약속을 요구했지만 사측은 이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하청지회는 임금 등 파업의 성과가 크지 않은만큼 손해배상 청구 철회 등을 관철시키겠다는 입장을 밝히며 첨예한 대립을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공권력 투입이 임박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대우조선 여름휴가 시작과 더불어 22일 경찰의 하청지회 간부에 대한 4차 출석요구 기한이 지난났기 때문에 협상이 결렬될 경우 공권력이 투입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이에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이하 민주노총)은 하청지회 파업 현장에 공권력을 투입할 경우 정권 퇴진운동에 나서겠다고 경고했다.

민주노총 지도부는 21일 대우조선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가 해야 할 일을 하지 않고 공권력 투입을 준비하는 건 절박한 생존 위기에 몰린 노동자를 적대하고 생존권을 짓밟겠다는 것이다"며 "윤석열 정부가 대우조선 하청노동자의 투쟁을 폭력으로 짓밟는다면 이는 정부와 노동자의 전면 대결 신호탄이 될 것이다"고 밝혔다.

1도크 정상화 기원 리본 달기 챌린지. / 대우조선해양
1도크 정상화 기원 리본 달기 챌린지. / 대우조선해양
노노갈등도 불거진 상황이다. 20일 금속노조가 거제에서 총파업 결의대회를 진행했는데 같은 날 대우조선 옥포조선소 직원 4000여명도 하청지회의 불법 파업을 중단하라며 맞불 집회를 진행했다.

대우조선 직원들은 "2만여명의 구성원이 1도크를 불법 점거하고 있는 하청지회로 인해 전체 구성원의 생존권이 위협 받고 있다"며 "수년간 조선업 불황으로 구성원들 모두 엄청난 어려움을 겪은 후 이제 조선업이 호황기에 접어 들며 우리의 형편도 조금씩 나아지려는 시점에 도저히 있을 수 없는 하청지회의 1도크 불법 점거로 형편이 나아지는 것이 아니라 2만 구성원 전체의 생존권이 위협을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금속노조 관계자는 "노조는 계속 협상을 진행해 나갈 것이다"며 "협상 시한을 두지 않고 있다. 지속적으로 협상을 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조성우 기자 good_sw@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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