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국내 바이오 업계를 넘어 코스피를 주도하던 셀트리온이 최근 자본조달 시장에서 힘을 못쓰고 있는 가운데, 서정진 명예회장 은퇴 이후 아직까지 강력한 리더가 존재하지 않아 위기가 지속되고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셀트리온 본사 전경 / 셀트리온
셀트리온 본사 전경 / 셀트리온
셀트리온은 거듭된 자사주 매입과 3사 합병을 통해 주가 상승을 노리겠다는 계획이지만, 여러 이해관계자의 반대와 더불어 2세 경영에 대한 고민으로 인해 난감한 상황이다.

제약바이오 업계에 따르면 최근 셀트리온 주가는 18만원대를 넘어서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는 2020년말 40만원대까지 치솟던 때와 대조되는 분위기다. 심지어 올해 5월 19일에는 장중 한때 13만9000원까지 떨어지는 역대급 폭락을 경험하는 등 좀처럼 힘을 못내고 있다.

투자은행(IB)들은 올해 셀트리온의 목표주가를 평균 25만원대로 유지해왔지만, 한화투자증권은 21만원으로 하향 조정했고, 신한금융투자도 19만8000원까지 내리는 등 평가액을 다소 보수적으로 잡는 추세였다.

다만 하반기 바이오시밀러 판매에 따른 수익성 개선에 따라 실적 반등이 전망되면서 한화투자증권이 23만원으로 신한금융투자는 22만2000원으로 평가액을 상향 조정했으나, 당초 25만원선까지 예상하진 않고 있어 올해에도 큰 주가 반등은 힘들어보인다.

석연치 않은 ‘소유·경영 분리’ 전략…오너 2세 능력도 ‘글쎄’

앞서 서정진은 2020년 12월말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 셀트리온그룹을 ‘소유와 경영이 분리된 전문경영인 체제’로 운영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즉, 나중에 지분은 아들에게 물려주겠지만 2021년부터 셀트리온그룹의 경영은 전문가의 손에 맡기겠다는 것이었다.


서진석 셀트리온 이사회 의장(왼쪽)과 서준석 셀트리온헬스케어 이사회 의장. / 셀트리온
서진석 셀트리온 이사회 의장(왼쪽)과 서준석 셀트리온헬스케어 이사회 의장. / 셀트리온
하지만 현재 셀트리온 최고 경영진은 서진석 이사회 의장과 기우성 대표이사 부회장이다. 여기서 서진석 의장은 서정진 셀트리온그룹 명예회장의 장남이다. 국내 정서상 아직 서정진 회장이 주식을 증여하지 않았다해도 이사회 의장으로 있는 한 경영에 관여하지 않을 수는 없다.

서 의장은 2014년 셀트리온에 입사한 후 연구개발(R&D) 본부 제품기획담당장과 생명공학 1연구소장 등 핵심 조직을 이끌었다. 이후 셀트리온 제품개발부문장과 셀트리온스킨큐어 경영총괄 수석부사장을 역임했다.

특히 서 의장은 셀트리온스킨큐어 부사장으로 있을 당시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한 것으로 전해진다.

2013년부터 적자를 면치 못하던 셀트리온스킨큐어는 2017년 10월 당시 서진석 부사장이 셀트리온 스킨큐어 대표에 올랐으나, 실적을 높이는 데는 실패했다.

서 의장이 부사장으로 재직할 당시인 2018년에는 172억원의 영업손실이 발생했고, 2019년에는 130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결국 서 의장은 2019년 초 셀트리온으로 복귀해 제품개발부문장을 맡게 됐다.

차남인 서준석 셀트리온헬스케어 이사회 의장은 현재 캐나다법인장을 맡고 있다. 1987년생인 서준석 의장은 인하대 생물공학 박사를 딴 이후 2017년 셀트리온 과장으로 입사, 2년만에 초고속으로 미등기 이사직을 달았다.

한 기업을 지휘해 본 장남 서진석 의장과 달리 서준석 의장은 경영 실패나 성공 경험도 없이 셀트리온 해외 매출을 책임지는 계열사의 이사회 의장자리에 올라선 셈이다.

업계 내에서도 바이오시밀러와 같은 핵심 전략을 담당하는 회사에 경영 성과가 없는 차남을 의장으로 두는 것은 다소 무리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지부진한 계열사 3사 합병 계획…주주 눈치 보느라 급급

2020년 9월 셀트리온그룹은 계열사 3사 합병을 위해 셀트리온헬스케어의 지주회사인 셀트리온헬스케어 홀딩스를 설립했다. 공정거래법상 그룹 내 홀딩스가 1년 이상 존속해야 하기 때문이다.

 서정진 셀트리온그룹 명예회장. / 조선DB
서정진 셀트리온그룹 명예회장. / 조선DB
이후 셀트리온은 올해 1월부터 54만7946주, 2월에 50만7937주 등 자사주 105만5883주를 매입하는 데 이어 5월에는 추가로 50만주를 매입을 공시하면서, 본격적인 합병 작업에 돌입하는 것 아니냐는 소문이 돌기도 했다.

하지만 소액주주 비율이 상당한 셀트리온의 구조상 3사 합병은 쉽지 않다는게 업계 분석이다. 2021년 말 기준 소액주주 비율은 셀트리온 67.49%, 셀트리온헬스케어 55.5%, 셀트리온제약 45.07%에 달한다.

셀트리온홀딩스 최대주주인 서정진 셀트리온 명예회장이 셀트리온과 셀트리온헬스케어, 셀트리온제약을 합병하는 방향으로 이뤄질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문제는 셀트리온 소액주주들은 합병 이후 3사의 매출이 줄어들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소액주주 비상상대책위는 2021년 말부터 셀트리온 측에 셀트리온홀딩스 주주보다 많은 차등배당을 요구해왔다. 특히 소액주주 비대위는 3조원 규모의 셀트리온 지분 10% 가량을 모은 것으로 전해진다. 만약 셀트리온이 3사 합병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소액주주들이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하게 된다면 합병은 무산될 가능성이 크다.

게다가 합병을 진도지휘할 뚜렷한 리더십마저 실종된 상태라 올해에도 3사 합병이 이뤄질 가능성은 낮다. 결론적으로 합병이 물건너갈 경우 현재 셀트리온 주가를 움직일 만한 카드가 현재까지는 없다는 게 여러 투자사들의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 초기때에 비해 주저앉은 셀트리온 주가를 일으키기 위해서는 회사에 대대적인 변화가 필요한데, 국내 상장사 중 주주 역학관계가 가장 복잡하게 얽혀있는 셀트리온 입장에서는 무엇 하나 쉽게 결정하지 못하는 상황이다"며 "특히 일반적인 국내 재벌 경영 처럼 창업자가 물러난 후 오너2세가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해야 하지만 회사 내부와 외부 모두 차기 경영 능력에 의문을 제기한 상태라 서정진 회장으로써는 모든게 난감할 것이다"고 설명했다.

김동명 기자 simalo@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