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을 만든지 10년이 넘은 애플, 삼성전자도 못 고치는 고질병이 있다. 바로 사진을 촬영할 때 발생하는 '플리커 현상'이다. 실내 촬영 때마다 발생하는 검은 줄과 얼룩이 이용자의 짜증을 유발한다. 꾸준히 제기된 제품 결함이지만, 스마트폰 제조사는 개선 의지를 보이지 않는다. 카메라 모듈을 만드는 부품업체 역시 내 탓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IT조선은 플리커 현상 사례를 분석하고, 해결책을 살펴봤다. <편집자주>

#임지영씨(34·회사원)는 밝은 조명 아래서 스마트폰 카메라를 사용하는 중 정체 모를 검은 줄이 찍혀 깜짝 놀랐다. 같은 증상이 계속 발생한 것을 확인한 임씨는 제품에 중대 결함이 발생했다고 생각해 서비스 센터를 찾았다. 하지만 서비스센터에서는 기기 자체에 문제가 없다고 응대했다. 해결책을 찾지 못한 임씨는 발걸음을 돌려야 했다.

#아이폰 사용자 정승지(29)씨도 비슷한 상황에 처했다. 아이폰13을 구입한 후 사진 촬영하는 재미에 빠졌는데, 유독 밝은 조명 아래서 흰 물체 사진을 찍을 때 화면에 검은 줄이 나타났다. 자연광에서 사진을 찍을 때는 발생하지 않는 문제여서 그 원인에 대한 궁금증과 함께 불만도 동시에 커졌다.

아이폰13 카메라에 플리커 현상이 나타난 모습 / 이유정 기자
아이폰13 카메라에 플리커 현상이 나타난 모습 / 이유정 기자
갤럭시·화웨이·아이폰 등 최신 단말기로 실내에서 사진촬영을 하면, 스마트폰 화면 뿐 아니라 사진 결과물에 검은 줄이나 검은 얼룩이 부분적으로 나타난다. 사용자 입장에서는 매우 거슬리는 부분이고, 불만도 꾸준히 제기된다. 하지만 여전히 해결책은 없는 상황이다.

카메라 촬영시 나타나는 검은 줄 문제는 일명 ‘플리커(flicker) 현상’이라고 부른다. 플리커 현상은 빛을 내는 LED 라이트나 전자기기 화면 속 밝기가 일정하지 않고 깜빡이며 화면이 떨리는 증상을 일컫는다. 떨리는 속도가 매우 빠르기 때문에 눈으로 쉽게 감지되지 않는다. 이런 플리커 현상을 플리커링(flickering)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우리가 평상시 사용하는 조명은 보통 직류를 사용하고, 조명을 밝히기 위해 사용되는 전기는 교류다. 교류는 계속해서 극성이 바뀐다. 사람의 눈으로는 확인이 어렵지만, 알고보면 조명은 계속해서 꺼졌다 켜졌다를 수없이 빠르게 반복한다. 이런 깜빡임이 발생하는 횟수를 주파수(㎐)라고 한다. 보통 60㎐는 1초에 60번 깜빡이는 것을 말한다. 플리커현상은 주파수보다 셔터스피드가 빠를 경우, 광원이 깜빡이는 순간 잔상으로 남아 발생한다. 검은 줄이 생기는 원인이다.

플리커 현상은 LCD 패널에서는 발생하지 않고 주로 LED 패널에서 발생한다. 발생원인은 교류의 특징 때문이다. LED조명의 경우, 직류 전원에서만 빛을 발하기 때문에 교류 전원을 직류로 바꾸는 컨버터가 필요하다. 그 과정에서 미세하게 반복적으로 깜빡이는 현상이 발생한다. 일부 스마트폰 카메라에서는 화면에 얼룩이 지는 일명 ‘카메라 멍’ 현상도 발생하지만, 엄밀히 말해 이것과 플리커 현상은 다른 문제다. 플리커 현상은 가로나 세로 형태의 줄로 나타나는 게 차이점이다.

앞서 살펴본 임지영씨의 경우처럼, 일부 소비자들은 플리커 현상이 심각한 기기 결함 중 하나라고 생각해 서비스 센터를 방문하기도 한다. 일반적으로 육안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하지만, 사진을 찍을 때 검은색 줄이 확연히 드러나는 경우가 꽤 있는 탓이다.

소비자들은 새로 산 휴대폰에서 발생한 문제인 만큼 개선이 필요하다는 입장이지만, 스마트폰 제조사 중 이 문제를 해결했다고 밝힌 곳은 아직 없다. 오히려 정상적인 제품이라는 식의 응대 때문에 스마트폰 카메라 품질에 대한 고객 불만만 커지는 처지다.

박순장 소비자주권시민회의 사무처장은 "플리커 현상이 조명의 문제라고 해도 화면상에서 명백한 현상이 발생하는 것은 제조사에도 책임소지가 있다"며 "제조사에서 제품을 출시할 때 사전에 면밀히 검토하고 확인한 후 시장에 내놓아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개별적인 소비자가 아니라 수많은 사람이 불편을 호소하고 있는 만큼 지속적으로 이같은 문제가 발생한다면, 제조사에서 결함에 대한 문제 조사를 면밀히 한 후 해결을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하는 게 당연하다"고 말했다.

이유정 기자 uzzoni@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