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0월 서울 영등포에 신혼집을 마련한 30대 A씨 부부. 전세대출 2억원 가량 끼고 집을 구했는데, 당시 3.63%였던 대출금리가 올해 초 1%포인트 가까이 올라 버렸다. 한 달에 나가는 이자만 80만원이 됐다. 외벌이에 곧 아이가 태어날 예정이라 가계 사정이 빠듯한 상황, 마이너스통장이라도 융통하고자 했지만, 이 역시 금리가 1년 만에 2%포인트 가량 올라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

이는 비단 A씨의 사례에 그치지 않는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 5월 금융통화위원회 직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기준금리가 0.25%포인트 오를 때마다 가계의 이자부담이 3조원씩 늘어난다고 했다. 만약 연말까지 기준금리가 3.0%를 찍으면 가계 이자부담액은 차주(대출자) 1인당 161만원이 된다.

서민들의 이자 부담은 고스란히 은행들의 수익으로 이어진다. 올해 상반기 4대 은행의 이자이익은 15조3361억원으로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전년 동기 12조6051억원 보다 21.7% 증가한 수치다. 각 은행별로 보자면, 올해 상반기 KB국민은행이 4조4402억원, 신한은행은 3조8902억원, 하나은행이 3조5247억원, 우리은행은 3조4810억원의 이자이익을 냈다.

이는 각 사의 ‘순이자마진(NIM)’이 최근 10년 들어, 올해 상반기에 가장 크게 상승했기 때문이다. NIM은 은행의 수익성을 나타내는 핵심지표다. 수치가 높을수록 "이자로 벌어들이는 수익이 좋다"는 의미를 내포한다.

올해 2분기 NIM의 경우, ▲국민은행 1.73% ▲신한은행 1.63% ▲하나은행 1.59% ▲우리은행 1.58%에 달했다. 각 은행들은 실적발표와 함께 진행한 컨퍼런스콜에서 "하반기까지 기준금리 인상이 계속되면서 4분기 NIM이 더 오를 것"이라는 예측을 내놨다.

금융당국은 연일 은행권에 경고의 메시지를 내고 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달 진행한 국내 은행장들과의 간담회에서 "금리 상승기 예대금리차가 확대되는 경향이 있어 은행의 지나친 이익 추구에 대한 비판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취약차주 지원 확대도 금융당국이 지난 한 달간 꾸준히 주문한 사항이다. 김주현 신임 금융위원장은 취임 후 5대 금융지주와 만난 첫 자리에서 ‘금융부문 민생안정 과제’ 이행을 위한 협조를 요청했다. 김 위원장은 "최근 물가 급등과 금리 상승 상황에서 대응 여력이 미약한 자영업자와 소상공인, 취약 계층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고 전했다.

은행권도 눈치가 보이는 상황이다 보니 일제히 주택담보대출을 포함, 가계대출 상품 금리를 내리고 있다. 서민 지원 중심의 대책마련을 내놓겠다고 호언하고 나서기도 했다. 이원덕 우리은행장이 지난 22일 개최한 하반기 경영전략회의에서 "다양한 취약계층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다"며 당국의 메시지에 화답하는 동시에, 고객 달래기에 나선 것도 그러한 연유일 것이다.

일각에선 금융당국의 시장 간섭에 우려의 목소리를 내기도 한다. 이복현 원장이 저축은행장 간담회가 끝난 직후 "시장에서의 가격 결정 기능을 관여할 의도는 없다"고는 했지만, 관치금융 논란은 계속될 전망이다. 하지만 지금은 그러한 우려를 따질 게재가 아니다. 금리와 환율 상승속도가 너무 가파르고, 이는 곧 우리 경제가 그만큼 어두운 터널을 지나고 있다는 얘기이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은 앞으로 계속해서 금리를 올릴 전망이다.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연체급증으로 취약차주부터 무너질 가능성이 높다. 빚을 갚지 못하는 취약차주가 늘어나면 연쇄효과로 은행이 그 피해를 떠안아야 한다. 취약차주 지원에 대한 은행권의 생각이 확장돼야 할 시기가 아닐까 싶다.

박소영 기자 sozero@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