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해양(이하 대우조선) 하청노조 파업사태가 50여일 만에 마무리된 가운데 현대중공업 노사가 올해 임금및 단체협상(이하 임단협)에 돌입했다. 지난해 임단협을 두고 올해까지 진통을 겪었던 현대중공업 노사는 올해 임단협을 빠르게 타결하자는 것에 대해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지만, 갈등을 빚을 요소가 존재한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25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현대중공업 노사는 19일 상견례를 시작으로 2022 임단협에 돌입했다. 5월 지난해 임단협을 타결한 이후 2개월 만에 올해 임금협상을 시작한 것이다.

2021 임금 및 단체협상 잠정합의안 찬반투표 개표를 진행하는 현대중공업 노조. / 현대중공업 노조
2021 임금 및 단체협상 잠정합의안 찬반투표 개표를 진행하는 현대중공업 노조. / 현대중공업 노조
현대중공업 노사는 지난해 임단협으로 진통을 겪은만큼 올해 임단협은 속도감 있게 마무리하자는데 공감대를 형성했다. 실제로 상견례 자리에서 이상균 현대중공업 사장은 "조선 경기가 많이 좋아졌다고 하지만 금리 인상과 고물가 현상 등으로 대외환경의 불확실성이 급격히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며 "올해는 변화된 모습으로 서로 양보해 빠른 시일 내에 교섭을 마무리 할 수 있길 바란다"고 밝혔다.

정병천 현대중공업 노조 지부장도 "올해는 소모적인 형태에서 벗어나 생산적인 교섭으로 노사관계를 변화시켜 나가길 바란다"며 "필요한 상황이 오면 결단을 할테니 창사 50주년을 노사가 함께 멋지게 마무리하자"고 말했다.

양측 모두 전향적인 자세로 협상에 임하겠다는 입장이지만 갈등의 씨앗이 존재한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우려되는 부분은 현대중공업그룹 조선 3사의 공동요구안이다.

현대중공업그룹 조선 3사 노조는 그간 작업의 성격이 같은데도 매년 단체교섭 때마다 각사 임금 인상 규모 등이 달라서 조합원들 불만이 쌓이고 교섭 진행도 비효율적이라고 주장해 왔다.

이에 현대중공업 노조는 올해 현대미포조선, 현대삼호중공업 등 현대중공업그룹 조선3사와 사측의 공동교섭을 요구하며 공동요구안을 제시했다.

세부적으로 ▲기본급 14만2300원(호봉승급분 제외) 인상 ▲임금피크제 폐지 ▲노동이사제 조합 추천권 도입 ▲교육비 지원 현실화 등의 내용이 담겨있다. 또 협상 테이블에서 ▲하청노동자 임금·복지 개선 ▲신규인력 채용 및 숙련 노동자 유지 방안 마련 등을 다루자고 제안한 것으로 전해진다.

노조의 요구안을 사측이 수용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현대중공업, 현대미포조선, 현대삼호중공업의 경영 상황이 달라 공동요구안으로 협상을 진행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또 그룹 조선3사와 공동교섭을 진행하려면 조선부문 지주사인 한국조선해양이 협상 테이블에 나서야 하는데 한국조선해양에는 교섭을 담당하는 부서가 없는 상황이다.

현대중공업 노조는 지주사와 협상 진행이 어렵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다는 입장이며 이에 개별적으로 협상을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다만 공동요구안을 두고 협상을 진행할 예정이며 협상이 지지부진할 경우 공동 투쟁 노선을 구축한다는 방침이다.

파업 중인 현대중공업 노조. / 현대중공업 노조
파업 중인 현대중공업 노조. / 현대중공업 노조
현대중공업 노조 관계자는 "조선 3사가 각 사에 공동교구안을 전달한 상황이다"면서 "다만 교섭 준비를 늦게 했고 사전의 협의가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에 지주사, 중간지주사와 교섭을 두고 실갱이를 하지 않을 것이다"고 밝혔다.

또 "올해는 사측에 슬기롭게 교섭을 했으면 좋겠다는 입장을 전달한 상황이다"며 "대우조선처럼 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이야기를 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3개 사업장에서 공동요구안을 가지고 각 사별로 교섭을 진행할 것이다"며 "9월 추석 전까지 교섭을 진행한 이후 상황을 보면서 조정신청 등 쟁의행위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해를 넘기지 않기 위해서 쟁의행위도 불사할 것이라는 입장을 사측에 밝힌 상황이다"고 전했다.

조성우 기자 good_sw@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