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전화, 가전제품 등 전기를 사용하는 기기에서는 전자파가 발생한다. 한국은 전자파에 대한 국내 기준인 전파법에 따라 ‘전자파인체보호기준’을 운영 중이며, 전자파 측정 방법은 국제전기기술위원회가 발간된 ‘IEC 62233’ 문서를 따른다.

가전제품의 측정 주파수 범위는 10㎐~40㎑이며, 주파수별로 전자파량 측정법이 조금씩 다르다. 일반적으로 60㎐를 많이 사용하는 전자기기 분야에서 허용되는 전자파는 833mG(밀리가우스)다.

그런데 한 시민단체는 60㎐ 대역 기기에서 허용하는 전자파 수치를 4mG로 내려야 소아암 등 질병에서 자유롭다고 주장하며, 현재 시중에서 판매되는 휴대폰 선풍기 전자파가 심각한 수준이라고 주장했다. 주파수 분야를 관할하는 과기정통부는 시민단체가 잘못된 정보를 알리며 국민 혼란을 부추긴다는 입장이다.

환경보건시민센터는 26일 휴대용 선풍기에서 발생하는 자기장 측정 결과값이라며 관련 사진 등 내용을 공개했다. / 환경보건시민센터
환경보건시민센터는 26일 휴대용 선풍기에서 발생하는 자기장 측정 결과값이라며 관련 사진 등 내용을 공개했다. / 환경보건시민센터
환경보건시민센터는 26일 ‘보고서 398호, 2022년-14호 휴대용 목선풍기, 손선풍기 전자파 조사’를 통해 손 선풍기와 목 선풍기 전자파가 인체에 유해하다고 밝혔다. 어린이가 사용하지 않도록 적극적인 안내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더했다.

센터 측의 주장 요지는 간단하다.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가 4mG 이상 전자파에 장기 노출될 경우 소아백혈병 발병률이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하는 만큼, 한국의 전자파 허용 기준을 4mG로 해야한다는 것이다. 이 기준으로 했을 때, 휴대용 선풍기의 전자파 수준은 기준치의 수백배에 달한다는 것이다.

환경보건시민센터 측은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가 4mG 이상에 장기 노출될 경우 소아백혈병 발병률이 높아질 가능성을 지적했다"며 "국회는 4mG를 국민 건강 안전 기준으로 제도화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한국에서 인정하는 전자파 기준은 법에 따라 833mG다. 센터 측이 제시한 4mG라는 수치와 큰 차이가 있다. 센터 측 의견처럼 인체 안전 기준을 임의로 변경한 후 제품에 문제가 있다는 주장은 문제가 될 수 있다.

과기정통부 측은 WHO가 과학적 근거를 가지고 내놓은 국가별 기준에 따라 전자파를 관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단순하게 기기 하나로 전자파를 측정하는 것이 아니라 전문 기관에서 인체 영향도나 종합적인 부분을 고려해 평가하고 있다는 얘기다.

과기정통부는 2018년과 2021년 두 차례에 걸쳐 시민단체의 요구에 따라 휴대용 선풍기의 전자파 세기를 측정하기도 했다. 2018년에는 45개 제품을, 2021년에는 10개 제품의 전자파를 분석했다. 그 결과, 인체 보호 기준 대비 낮은 수준이었다.

과기정통부 한 관계자는 "시민단체가 경각심을 주려고 설명하는 것은 이해할 수 있으나, 인체 보호 기준을 4mG로 임의로 낮추는 등 손을 대는 것은 안된다"며 "한국은 투명하고 정확한 평가를 거친 후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기준에 따라 평가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과기정통부는 국민들의 전자파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국제전기기술위원회(IEC)의 표준절차에 따라 센터 측이 제시한 휴대용 선풍기 제품의 전자파 관련 검증을 실시한 후 그 결과를 공개할 방침이다.

이인애 기자 22nae@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