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은행 횡령 피의자가 1년이나 무단 결근을 했는데도 은행 측은 이를 전혀 몰랐다는 사실이 금융당국의 조사 결과 밝혀졌다.

서울 여의도에 위치한 금감원 전경. / 박소영 IT조선 기자
서울 여의도에 위치한 금감원 전경. / 박소영 IT조선 기자
금감원은 26일 우리은행에서 발생한 횡령사고를 현장검사하고 결과를 발표했다. 현장검사는 지난 4월 28일부터 6월 30일까지 약 두 달간 진행됐다.

금감원은 횡령을 위해 주도면밀하게 범죄를 저지른 A씨에게 주된 사고 원인이 있다고 파악했다. A씨가 횡령을 위해 직인·비밀번호(OTP)를 도용하거나 각종 공·사문서를 수차례 위조했기 때문. 횡령금액은 당초 알려진 것보다 많은 700억원에 상당한다.

우리은행 내부 시스템은 한 마디로 엉망이었다. 금감원은 "A씨가 동일한 부서에서 장기근무를 했다는 점과 약 1년간 무단결근했지만 은행이 파악하지 못했다"며 "우리은행 대내외 문서의 등록‧관리 부실 등 사고예방을 위한 내부통제 절차가 미흡했다"고 진단했다.

금감원 조사에 따르면 우리은행 본점 기업개선부 직원 A는 2012년 6월부터 2020년 6월까지 8년간 8회에 걸쳐 총 697억3000만원을 횡령했다. 먼저 A씨는 2012년 6월 우리은행이 보유하던 출자전환주식 42만9493주를 무단 인출했고, 같은 해 11월 무단인출 주식을 재입고, 횡령 사실을 은폐했다. 해당 주식은 당시 시가로 따지면 23억5000만원에 달한다.

A씨는 이후 2012년 10월부터 2018년 6월에 해당하는 기간 동안 우리은행이 채권단을 대표해 관리 중이던 대우일렉트로닉스 매각 계약금 614억5000만원을 3회에 걸쳐 횡령했다. 여기서 더 나아가 2014년 8월부터 2020년 6월까지는 우리은행이 채권단을 대표하여 관리 중이던 대우일렉트로닉스 인천공장 매각 계약금 등 59억3000만원을 4회에 걸쳐 횡령했다.

이번 사건을 토대로 금감원은 "금융위원회와 함께 향후 은행권 등 금융권에서 이러한 거액 금융사고가 재발하지 않도록 금융사고 예방을 위한 보다 실효성 있는 내부통제 개선방안을 마련하겠다"고 전했다. 이를 위해 금융위‧금감원 공동 테스크포스(TF)를 구성해 운영할 예정이다. 또한 경영실태평가 시, 사고예방 내부통제에 대한 평가비중을 확대할 계획이다.

한편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4부(부장판사 조용래)는 우리은행 직원 A씨와 동생 B씨, 공범 C씨에 대한 공판을 진행하고 있다. 은행 측의 추가 공시와 금감원 조사를 통해 A씨 형제가 총 697억원을 횡령한 사실이 밝혀졌지만, 우선적으로 공소장에 기재된 횡령액은 614억원이다. 다가올 세 번째 공판의 예정일은 오는 8월 26일. 피고인들에 대한 증인신문이 진행된다.

박소영 기자 sozero@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