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구조 개편 추진
경영권 매각설 제기… 왓챠 "사실무근" 반박

국내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시장이 격전을 거듭하는 가운데, 왓챠가 사업구조 개편을 진행하고 있다. 다른 토종 OTT가 넷플릭스 등 글로벌 OTT에 맞서 콘텐츠에 투자하는 것과는 사뭇 다른 모양새다. 왓챠가 활로를 찾기 위해 경영권 매각을 추진한다는 이야기도 나왔으나 이는 사실 무근으로 파악됐다.

왓챠 로고/왓챠
왓챠 로고/왓챠
2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왓챠가 희망퇴직을 받고 있다. 또 사업구조를 개편하는 등 조직 경량화에도 나섰다. 연내 출시를 목표로 했던 종합 엔터테인먼트 구독 플랫폼 ‘왓챠 2.0’도 사업구조 개편 이후로 미뤘다.

계속된 적자로 인해 조직 경량화가 불가피하기 때문으로 판단된다. 왓챠의 지난해 영업손실은 248억원쯤에 달한다. 왓챠는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 측면에서도 웹툰·웹소설 등 주요 IP가 부족하고, 플랫폼으로서의 경쟁력도 높다고 할 수 없는 상태다.

콘텐츠 투자를 통해 흑자전환을 노릴 체력도 부족해 졌다. 1000억원 규모의 상장 전 투자유치(프리IPO)가 시장 악화로 원활히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업계 일각에서는 경영권 매각설도 불거졌다.

왓챠 측은 사업구조 개편은 인정하면서도 경영권 매각은 사실무근이라고 밝혔다. 왓챠 관계자는 "매각설은 사실무근이다"라면서 "조직 경량화를 진행 중으로 사업구조를 개편하고 제작 조직을 대폭 축소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왓차, 경쟁 OTT와 다른 행보 보이는 이유는

왓차의 조직개편은 타 OTT 서비스가 악화된 경영환경에서도 콘텐츠 확보를 최우선으로 하는 것과는 다른 행보다.

실제 국내 OTT 기업은 넷플릭스의 한국 진출 이후 서로 콘텐츠 확보를 위한 투자에 열을 올리고 있다. 적자에도 콘텐츠 투자는 계속 늘려가고 있다. ‘쩐의 전쟁’으로 불릴 정도다. 지난해 558억원의 영업손실을 본 웨이브는 2025년까지 1조원을 투자해 오리지널 콘텐츠를 강화하기로 했다. 티빙도 762억원의 손실을 봤지만, 내년까지 4000억원을 투자해 오리지널 콘텐츠 100여편을 제작한다는 계획이다.

이는 콘텐츠 투자를 뒷받침해줄 모회사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웨이브는 SK텔레콤과 지상파3사 연합으로 탄생했으며, 티빙은 CJ ENM을 등에 업고 있다. 시즌(seezn) 역시 KT라는 굴지의 통신사가 뒷배다.

하지만 모회사가 없는 왓챠는 ‘쩐의 전쟁’에 참여하기 어려울 수밖에 없다. 이런 자본력의 차이는 콘텐츠 경쟁력 차이가 되고 이는 가입자로 이어진다. 왓챠는 상대적으로 MAU가 다른 OTT보다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올해 6월 왓챠는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 iOS 통합 국내 OTT MAU 분석 결과 108만7233명에 불과헀다. 넷플릭스가 1117만5910명, 웨이브 423만5246명, 티빙 401만9581명, 쿠팡플레이 373만3269명, 디즈니 플러스가 168만2355명이라는 점과 비교하면 초라하다.

여기에 왓챠는 ‘좋좋소’, ‘시맨틱 에러’ 등 오리지널 콘텐츠를 제작해왔지만 이용자 유입에 효과적인 오리지널 콘텐츠의 양은 경쟁 OTT와 비교해 턱없이 부족하다. 영상 콘텐츠 플랫폼의 경계를 넘기 위한 왓챠 2.0도 추진했지만 영업손실이 컸다. ‘왓챠 2.0’ 출시까지 견디는 것도 경제적 여유 부족으로 어려운 상황에 놓이게 됐다.

업계 한 관계자는 "OTT는 프로그램 판권과 가입자 수로 가치를 평가하게 되는데, 왓챠의 판권은 다른 OTT와 겹치는 부분이 많고 가입자 수에 중점을 두고 보기에는 왓챠의 규모가 작아 투자 유치가 어려울 것이다"라며 "선점 사업자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국내 콘텐츠 제작비가 계속 증가하는데 왓챠가 투자로 버틸 수 있는 한계가 온 것 같다"고 말했다.

변인호 기자 jubar@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