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확산세가 뚜렷해지면서 이전에 코로나에 걸린 적 있는 사람들의 재감염률도 크게 올라가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번 대규모 코로나19 유행이 오미크론 변이주인 BA.5의 우세종화가 본격화하면서 지난 유행때 사용했던 백신과 진단키트 등이 힘을 발휘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코로나바이러스. / 픽사베이
코로나바이러스. / 픽사베이
중앙방역대책본부와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최근 코로나19 바이러스 재감염 사례가 크게 늘고 있는 양상이다. 재감염 추정 사례는 최초 확진일로부터 45일 이후 유전자증폭(PCR)·전문가용 신속항원검사로 코로나19 양성이 확인된 경우를 일컫는다.

가장 최근 통계지표인 7월 둘 째주까지 재감염 추정 사례는 누적 8만6092명으로, 7월 첫 째주(누적 7만7200명) 대비 1주일 새 8892명 늘었다. 누적 재감염 추정사례 발생률은 0.464%다.

한 사람이 3번 감염된 사례는 7월 둘 째주(10~16일)에 11명이 발생해 누적 119명으로 집계됐다. 이 때는 신규 확진자가 하루 3~4만명 발생하던 때다. 이 기간 신규 확진자 중 재감염 추정사례가 차지하는 비율은 3.72%로 나타났다. 전체 신규 확진자 100명 중 3~4명은 2~3번 확진된 셈이다.

이 비율은 직전 주(7월 3~9일) 2.88%보다 늘었다. 확진자 규모가 커진 만큼 재감염 환자도 함께 늘어난 것으로 파악된다. 신규 확진자 중 재감염 추정사례의 비율은 5월 첫째 주 0.59%에 그쳤으나 6월 첫 째주 1.22%, 6월 넷 째주 2.94%로 계속 증가한 뒤 4%에 육박한 상황이다.

활동반경 넓은 청소년 재감염 비율 증가 추세

특히 소아청소년을 비롯한 젊은층의 재감염이 크게 늘고 있다. 1주일 새 17세 이하 재감염 사례자(두 번 감염자·세 번 감염자 포함)는 4791명 늘었다. 신규 재감염 사례자 8892명 가운데 53.9%를 차지했다.

이에 17세 이하 누적 감염자는 3만411명으로, 재감염자 8만6902명의 35%를 차지했다. 18~29세도 1주일 새 재감염자가 1411명 늘었는데 8892명 가운데 15.8%의 비중을 차지한다. 이로써 총 1만6252명이 돼, 누적 재감염자 8만6902명의 18.7%로 나타났다.

최근 신규 재감염자 8892명 중 20대 이하가 69.7%나 차지해 젊은층의 재감염 비중이 특히 높았다. 누적 재감염자 중 20대 이하 비중 역시 53.7%로 높은 편이다.

방대본 역학조사팀 관계자는 "세부 요인에 대해서는 추가 분석이 필요한 상황이다"며 "활동 반경이 넓은 젊은 층에 재감염 비율이 높게 측정되고 있는 만큼, 재유행 확산에 있어 외부활동을 최소화 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재감염자 증상 오히려 약해…이번 재유행, 첫 감염자 중심으로 진행될 듯

재감염 환자가 처음 코로나에 확진된 환자보다 증상이 가벼울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존재한다. BA.5가 우세종인 미국은 발열 증상이 많은 반면 영국은 이보다 가벼운 콧물 증상이 흔하다.

이는 올 초 미국은 원조 오미크론인 BA.1, 영국은 스텔스 오미크론인 BA.2가 유행했는데 영국 런던대학은 이 차이 때문으로 분석했다. 즉 BA.2 변이가 BA.5와 겹치는 유전자가 더 많다 보니, BA.2에 걸린 사람이 BA.5에 재감염돼도 상대적으로 가볍게 앓는다. 국내에서는 BA.2가 유행을 주도한 바 있다.

또한 기본적인 코로나 면역이 생성된 상태에서 확진되는 재감염은 우리 몸이 어느정도 대비를 한 상태에서 앓는 질병이기에, 첫 감염자 보다 증상이 덜한 것은 당연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재감염이란 자체는 면역이 있는 상태에서 한 번 다시 감염이 되는 상태를 뜻함으로, 한번 코로나에 걸린 적이 있는 대부분의 사람은 가볍게 지나가는 경향이 많다"고 설명했다.

특히 이번 재유행은 아직 코로나에 한 번도 감염되지 않은 ‘네버 코비드(Never COVID) 족’ 위주로 감염되고 있다. 최근 들어 재감염율이 높아진 편이지만, 현재 대유행의 전체 확진자 중 97%이상이 코로나19에 처음 걸린 감염자들이다.

불안한 진단키드 변별력…확산 막기 위해 방역 물품 점검 필요

일각에서는 새 변이 바이러스가 다수 출현하면서 감염 여부를 측정하는 진단키트의 정확도에 대한 의문이 생기는 추세다. 미국 캘리포니아 공대(Caltech) 연구에서도 오미크론 하위 변이에 감염된 확진자의 경우 신속항원 검사의 변별력이 PCR(유전자 증폭) 검사와 대비해 현저히 떨어진다는 결과가 나온 바 있다.

이에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진단키트 제조사들에게 기존에 허가받은 코로나19 신속항원 진단키트가 오미크론 하위변이인 BA.5와 BA.2.75 등 새 변이에 변별력이 있는지 자료 제출을 요구할 계획이다. 기존 제품을 오미크론 변이용 키트로 사용하려면 기존의 허가를 변경해야 하는데, 변별력이 떨어진다고 판단하면 허가 변경이 불가능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연초 오미크론 대유행을 주도했던 BA.2(스텔스 오미크론)보다 전파력이 35.1% 높은 BA.5를 대비한 방역 용품 점검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또 기존 백신의 방어력이나 앞선 감염으로 형성된 항체를 무력화하는 능력이 3배나 강한 것으로 파악됨에 따라 개량백신 도입도 강조하고 있다.

한 감염내과 전문의는 "대규모 재확산을 막기 위해서는 확진 여부에 대한 변별력이 무엇보다 중요한데 코로나 진단 키트도 변이주에 따라 업데이트가 필요하지 않나 생각이 든다"며 "특히 오미크론을 겨냥한 개량백신을 도입해 고위험층부터 순차적인 접종이 요구된다"고 설명했다.

김동명 기자 simalo@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