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업계가 윤석열 정부를 향한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게임 산업이 국내외 콘텐츠 시장에서 높은 성과를 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홀대당하고 있기 때문이다. 게임 업계는 대선 이후 정부의 무관심이 도를 넘었다고 지적한다. 여기에 업계에 산적한 현안 해소도 요원해지는 분위기라며 우려를 표했다.

대통령 업무보고는 패싱…기본 자료는 허술

2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문화체육관광부(문체부)가 28일 국회 전체회의에서 게임산업 진흥 정책을 발표했으나 업계는 싸늘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앞서 문체부가 대통령 업무보고를 하며 게임을 누락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문체부는 전체회의 자료에 잘못된 지표를 사용했다.

문체부는 28일 회의에서 확률형 아이템 정보공개 법제화, e스포츠 진흥 등을 약속하고 기획·제작·유통·인력양성 등 게임 개발 단계별 지원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한류 주요 성과로 게임 분야는 크래프톤의 배틀그라운드와 넥슨의 던전앤파이터 모바일(던파 모바일)이 소개됐다.

문제는 던파 모바일을 주요 성과로 소개한 점이다. 던파 모바일은 아직 글로벌 시장에 출시되지 않은 게임이다. 국내에만 출시된 만큼 글로벌 시장 성과가 아직 없다. 그럼에도 문체부는 던파 모바일의 구글플레이, 애플 앱스토어 매출 1위를 내세우며 한류 성과로 포장했다. 대통령 업무보고에도 없던 내용을 급하게 추가하다 허술함이 들통난 것이다.

이상헌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한류 주요 성과로 근거 삼은 던파 모바일의 매출 지표는 국내 양대 마켓 매출 기준이다"라며 "틀린 내용을 성과인 것처럼 포장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앞서 21일 진행한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문체부가 제출한 보고서에는 한류 주요 성과에 게임 산업은 언급조차 되지 않았다. 문화 강국으로 거듭나기 위한 핵심 추진 과제에 게임 산업 부흥 관련한 내용도 전무하다. 콘텐츠 융복합 미래 인재를 3년간 1만명 양성한다는 전략에 ‘영화·게임·웹툰·음악·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등 장르별 특화 인재 교육’으로 단 한번 언급됐다.

정치권은 비판의 목소리를 높인다. 조승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8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회에 제출하는 자료에 뒤늦게 부랴부랴 게임 분야를 포함 시킨다고 해서 윤석열 대통령의 무관심, 무대응이 면피되지 않는다"며 "이런 꼼수식 대응으로는 게임 공약이 표심 잡기용 쇼였냐는 비판을 피해 갈 수 없다"고 꼬집었다.

표심잡기용이었나…업계선 "씁쓸하다"

업계에서는 산적한 이슈 해소와 규제 완화 등은 기대하기 어렵다는 목소리가 벌써부터 나온다. 대선 직후 공개된 ‘110대 국정 과제’에 게임 정책은 단 한개도 포함되지 않았는데 게임 산업 소관 부처인 문체부마저 게임 산업계를 배제하는 태도 때문이다.

현재 국내 게임 업계는 중국 판호 발급 이슈와 국내 블록체인 게임 가이드라인 마련, 게임질병코드 도입 재논의, e스포츠 지역연고제 도입, 국내대리인제도 도입, 확률형 아이템 확률 정보 공개 의무화 등 이슈가 산적하다. 그럼에도 문체부는 확률형 아이템 확률 정보 공개 의무화 내용을 제외한 대부분의 이슈를 업무 보고에 포함하지 않고 누락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국내외에서 성과를 견인한 게임 산업의 공을 인정해주지는 못하더라도 언급조차 하지 않는 산업으로 취급받는 것은 업계인으로서 씁쓸하다"고 말했다.

송가영 기자 sgy0116@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