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11월 제도 개편 때부터 우려하던 상황이 오고야 말았다"

지난달 20~21일 진행한 발전 플랜트 종합 정비 솔루션 기업 수산인더스트리의 일반청약 결과를 본 업계의 공통된 반응이다. 대부분 올 것이 왔다는 분위기다.

지난 1일 상장한 수산인더스트리는 올해 초 LG에너지솔루션 이후 7개월 만에 유가증권 시장에 입성한 두 번째 기업이다. 공모 당시 예상 시가총액은 5000억~6157억원으로 규모는 다소 작지만 오랜만의 코스피 상장사라는 점에서 시장의 관심을 받았다.

하지만 공모 성적은 처참했다. 지난달 14~15일 진행한 기관투자자 대상 수요예측에서 130.4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하는데 그쳤다. 같은 달 수요예측을 진행한 성일하이텍(2269.7대 1), 새빗켐(1670.9대 1), 에이치와이티씨(1480.8대 1) 등과 비교하면 부진한 성적이다. 수산인더스트리의 공모가는 밴드(3만5000~4만3100원) 최하단인 3만5000원에 결정됐다.

수요예측의 부진은 청약으로도 이어졌다. 통합 경쟁률은 3.4대 1로 집계됐다. 전체 일반청약 물량의 97%를 모집한 삼성증권에서 경쟁률이 2.5대 1을 기록했다. 이에 삼성증권에서 균등 배정을 청약한 투자자는 인당 46~47주를 받게 되는 과배정이 발생했다. 투자자들은 추가 납입을 거절했다. 균등배정물량 79만7243주 중 21만9622주에 추가납입이 발생하지 않아 비례배정으로 재배정됐다. 이에 비례배정 비중은 전체 물량의 62.9%로 높아졌고 균등배정은 37.1%로 낮아졌다.

공모주 미달 사태는 지난달 19~20일 일반청약을 받은 아이씨에이치에서도 발생했다. 아이씨에이치는 수요예측에서 57.3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하면서 공모가를 밴드 최하단에서 확정했다. 청약 역시 2.5대 1이라는 낮은 경쟁률을 나타냈다. 균등배정 물량 14만7500주 중 미달분 4만2093주가 발생하면서 비례배정으로 넘어갔다.

시장에서는 번갯불에 콩 볶아 먹듯 급하게 개편안을 내놓은 결과라고 입을 모은다. 당초 공모주 청약은 납입한 증거금에 비례해 배분하는 차등배정하는 방식을 사용해 왔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공모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청약경쟁률이 치솟으면서 공모주 배정에 대한 불만이 제기되기 시작했다. 많은 증거금을 내더라도 1주도 배정받기 힘들다는 것이 개인들에게 불리하다는 것. 2020년 10월 보이그룹 BTS 소속사인 하이브(구 빅히트) 청약으로 개인투자자들의 불만은 절정에 달했다. 빅히트 청약에는 증거금 58조원이 몰리며 증거금 1억원을 넣어도 2주를 받을 수 있었다.

금융당국은 하이브 청약 약 한 달 만에 공모주 제도 개편안을 발표했다. 개인투자자 대상 공모주 배정 물량의 50%를 균등배분해야 한다는 것이 골자다. 최소 증거금 이상만 납입하면 동등한 배정기회를 부여받아 최소 1주는 무조건 받는 셈이다.

금융당국이 개편안을 발표하자마자 시장의 반발은 거셌다. 좋은 시장 상황만을 반영한 일차원적인 개편이라는 것이 이유다. 시장 거품이 꺼져 개인들의 참여가 줄어들면 미달 물량에 대한 시장의 부담도 커진다는 의견도 나왔었다.

익명을 요구한 시장 관계자는 "공모주 시장이 과열된 상황에서 만들어진 개편안이라 청약 참여가 저조할 시기를 고려하지 않은 것"이라며 "공모주 배정을 두고 개인투자자들의 불만이 고조되자 이를 막기 위해 급하게 쏟아낸 포퓰리즘성 정책이라 허점이 이제야 드러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금융당국은 공매도 대책을 긴급 발표, 제도 손질에 나섰다. 하지만 공모주 호황 시기에 진행했던 시장 개편안을 돌아 보건대 공매도 대책 역시 후유증을 남기지 말란 법 없다. 이번 공모주 미달 사태를 주의 깊게 봐야 하는 이유다.

시장이 호황일 때 만들어낸 정책을 시장이 침체됐다고 해서 다시 고칠 수는 없듯, 시장 침체기의 정책을 호황기에 다시 뜯어 고칠 수는 없는 법이다. 자본시장의 여론을 잠재우기 위한 포퓰리즘성 정책이 아닌 시장의 안정과 발전을 최우선으로 하는 정책이 필요하다.

김민아 기자 jkim@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