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업계가 올해 수주 목표량을 착실히 채워나가고 있지만 여전히 적자의 늪에서 벗어나고 있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후판가격 인하 등이 예상됨에 따라 하반기에는 흑자로 전환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고 있지만 과거 저가 수주 영향 및 러시아발 리스크 등으로 인해 장담할 수 없다는 분석이다.

3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국내 조선 빅3의 올해 수주목표량 달성에 청신호가 켜졌다. 현대중공업그룹의 조선부문 중간지주사인 한국조선해양은 벌써 올해 수주목표량을 달성했다. 한국조선해양은 현재까지 154척, 177억7000만달러(23조2165억원)를 수주했다. 이는 연간 수주 목표인 174억4000만달러(22조7853억원)의 101.9% 수준이다.

삼성중공업은 목표액 88억달러(11조4972억원)의 71.6% 수준인 63억달러(8조2309억원)를 수주했으며 대우조선해양(이하 대우조선)은 목표액 89억달러(11조6278억원)의 72.2%인 64억3000만달러(8조4007억원)를 수주하는데 성공했다.

수주 실적과 다르게 경영실적은 여전히 적자의 늪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한국조선해양은 2분기 ▲매출 4조1886억원 ▲영업손실 2651억원을 기록했다. 한국조선해양은 1분기에도 3964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한 바 있다.

현대중공업이 건조한 17만4000입방미터급 액화천연가스 운반선 시운전 모습. / 한국조선해양
현대중공업이 건조한 17만4000입방미터급 액화천연가스 운반선 시운전 모습. / 한국조선해양
삼성중공업도 2분기 ▲매출 1조4262억원 ▲영업손실 2558억원을 기록했다. 이로 인해 삼성중공업은 19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하게 됐다.

대우조선은 아직 2분기 실적을 발표하지 않았으나 이번 분기 역시 적자를 기록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특히 금속노조 산하 거제·통영·고성 조선하청지회의 50여일에 걸친 파업으로 인해 당초 예상했던 손실보다 더 큰 손실을 기록할 것이라는 예상도 나오고 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 2분까지 적자를 기록하고 있는 조선업계가 하반기에 흑자전환이 가능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고 있다. 철광석 가격 인하로 인해 후판 가격도 낮아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후판은 두께 6㎜ 이상의 두꺼운 철판을 일컫는데 선박용으로 많이 사용된다. 후판 가격이 선박 건조비용의 20%를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후판 가격은 1년에 2번 협상을 통해 결정되는데 철강업계는 철광석 등 원료값 인상으로 인해 후판가격을 인상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실제로 지난해에는 상·하반기 각각 톤(t)당 10만원, 40만원 인상됐다. 올 상반기에도 t당 10만원 가량 오른 것으로 전해진다. 이로인해 후판가격은 t당 60만원에서 현재 120만원 수준까지 올랐다.

그런데 고점을 유지하던 철광석 가격이 안정을 찾으면서 후판가격 인하론이 대두되고 있다. 실제로 김원배 현대제철 상무는 2분기 컨퍼런스콜에서 "원료 가격이 급락했고 시장 가격도 내리고 있다. 원료 가격은 적용하기까지 일정 기간 갭이 있는데 하락된 가격은 3분기 말이나 4분기에 본격적으로 원가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런 요인들로 하반기 조선사향 가격은 하락할 수 밖에 없지 않나 보여진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올해 흑자전환이 어려울 것이라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올해 경영실적으로 반영되는 선박들이 선가가 낮았을 당시 수주한 것들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조선업계의 수주실적이 경영실적으로 반영되는데 2~3년 정도 걸린다. 즉 현재 경영실적으로 반영되는 것은 2019~2020년에 수주한 선박들이다.

이 선박들을 수주할 당시에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글로벌 경제가 침체됐고 선주들은 선박 발주에 소극적으로 나섰다. 이로 인해 선가는 낮아졌고 적은 물량을 확보하기 위해 저가 수주 경쟁까지 펼쳐졌다. 결국 싼 가격에 수주한 선박을 비싼 가격의 후판 등으로 건조했기 때문에 이익이 남지 않은 것이다.

러시아발 리스크도 존재한다. 대우조선의 경우 러시아로부터 5억달러(3조2600억원)를 수주한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해 금융관련 대러제재가 시행돼 대금을 받기 어려워졌다.

대우조선해양 1도크. / 대우조선해양
대우조선해양 1도크. /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의 경우 러시아 프로젝트들의 생산 착수가 지연됨에 따라 매출에 차질이 생겼다.

특히 두 조선사가 러시아로부터 수주한 선박이 쇄빙선이여서 되팔기도 어려운 실정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조선업계 관계자는 "후판가격이 인하된다면 조선업계의 부담을 덜 수는 있겠으나 이것만으로 흑자 전환이 가능할 것이라고 보기에는 어렵다"며 "선가가 낮은 상태에서 수주를 했지만 후판가격은 비싸 이익이 크게 남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러시아발 리스크 등 다른 변수도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다"면서 "2019~2020년 수주한 물량을 올해 안에 털어낼 것으로 보이는데 조선업계가 안정적으로 흑자전환을 하는 시기는 내년쯤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다만 이 관계자는 "한국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 대우조선의 상황은 약간 다르다"며 "한국조선해양은 환율, 후판가격 인하 등 우호적인 조건 등에 따라 올해 흑자전환이 가능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한국조선해양은 러시아발 리스크에도 자유롭다. 걸려있던 3척의 선박도 판매한 상황이다"며 "시장이 기대하는 다이나믹한 흑자전환은 아니겠지만 하반기 흑자전환을 기대해볼 만한 분위기다"고 밝혔다.

이어 "대우조선은 러시아발 선박의 공정을 거의 마무리한 상황이다. 삼성중공업은 러시아발 매출이 상당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해당 선박들이 쇄빙선 등이여서 되팔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런 것을 고려했을 때 두 조선사의 흑자전환 시점은 늦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조성우 기자 good_sw@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