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화제가 된 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에는 트럭에 물건을 싣고 돌아다니며 장사를 하는 동석이 나온다. "골라~골라~"를 외치며 물건을 늘어놓고 파는 동석은 내키지 않으면 물건을 고르는 손님에게 "오늘 장사는 접었다"고 덜컥 화도 낸다. 말 걸기가 무서울 정도다. 제주도의 작은 시골 마을에서는 그저 무뚝뚝한 동석의 물건을 아무 말 없이 5000원에 골라잡는 게 일상이었다.

현실의 유통업계는 이미 드라마를 훌쩍 뛰어넘었다. 시공간의 벽을 허물고 온라인상에 자리를 잡더니 이제는 기술로 온·오프라인을 넘나든다. 더 이상 소비자들은 ‘고르라고’ 해서 물건을 골라잡지 않는다. 되레 내 마음에 들면 필요하지 않아도 산다. 때로는 밈(인터넷상의 재미있는 말이나 그림)이 구매의 원동력이 되기도 한다. 이런 조류를 가장 잘 느끼게 해주는 것이 롯데와 신세계가 나란히 내놓은 귀여운 곰NFT다. 롯데는 벨리곰 NFT로, 신세계는 푸빌라 NFT로 소비자들을 끌어모으고 있다. 한국을 대표하는 두 유통회사들의 자존심을 건 NFT 대결이 시작된 것이다.

먼저 NFT에 발을 들인 건 신세계의 푸빌라 쪽이다. 푸빌라는 2017년 탄생한 덩치 큰 순둥이 느낌의 곰 마스코트다. 여러 브랜드와 협업하며 얼굴을 알리다 지난 6월 푸빌라 소사이어티라는 NFT 프로젝트로 재탄생했다. 대표 캐릭터인 푸빌라를 활용해 1만장의 NFT가 발행된 것인데 12만원 가량 하는 NFT가 1초만에 완판됐다. NFT 등급에 따라 각종 혜택이 제공되니 VIP 카드 대신 PFP(Profile Picture) NFT를 내걸면 신세계 최대의 VIP가 되는 셈이다. 소속감은 덤으로 생긴다. NFT 기술을 기반으로 커뮤니티를 만들어 실물 경제를 더 활성화시키는 그림이다.

뒤이어 등장한 롯데의 벨리곰 NFT도 벌써 화제다. 2018년 탄생한 벨리곰이 주인공이다. 벨리곰은 구독자 53만7000명의 유튜브 크리에이터다. 놀래키기, 핫플가기, 유튜브 제목 쓰기가 특기란다. 역시 발행량은 1만개. 벨리곰을 가지면 롯데월드 줄 서기에서 면제된다. 한정판 굿즈도 홀더들 몫이다. 2030이 솔깃해 할 만한 혜택들이 많다. 롯데홈쇼핑은 가상자산거래소들이 시도하고 있는 NFT 마켓 플레이스를 직접 만들 정도로 NFT에 공을 들이는 중이다.

야심 차게 NFT를 시작했지만 두 기업이 마주한 과제와 한계도 분명해 보인다. 바로 대중화다. 아직까지 NFT는 가상화폐를 통해 구매가 가능하다. 현금을 내거나 신용카드로 쉽게 구매할 수 있어야 대중화의 길이 열린다. 다만 NFT 거래소 오픈씨에서 신용카드 결제 기능을 예고하기도 하는 등 변화가 예고된다.

NFT 시장을 둘러싼 잡음도 계속되고 있다. 당장 신세계가 협업하고 있는 메타콩즈가 삐걱댄다는 이야기가 들린다. 규제도 마련되지 않은 NFT 생태계에서 옥석 가리기가 진행 중인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신세계와 롯데의 자존심을 건 NFT 한 판 승부를 지켜보는 것은 또 하나의 관전 포인트가 될 것이다.

*본고는 필자의 개인적인 견해로 IT조선의 입장을 대변하는 것은 아닙니다.

신지은 작가 sjesje1004@gmail.com
서강대 경영학 학사, 국제통상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10년 이상 경제 방송 진행자 및 기자로 활동했다. 유튜브 ‘신지은의 경제백과’를 운영 중이며 저서로 ‘누워서 과학 먹기’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