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메타버스에서 아바타를 활용해 다른 이용자의 아바타에 성범죄 등을 저지르는 것을 처벌하는 법안도 발의된 가운데 조문 내용이 추상적이고 모호해 현실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향후 해당 법안이 메타버스 세상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관심이 쏠린다.

메타버스 / 픽사베이
메타버스 / 픽사베이
2일 국회에 따르면 윤영덕·권인숙·송갑석·위성곤·이동주·이병훈·이형석·조오섭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민형배·양향자 무소속 의원 등이 가상공간 범죄를 처벌하는 내용을 담은 정보통신망 이용촉진에 관한 법률(이하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을 7월 27일 발의했다.

개정안은 최근 메타버스 등 가상공간에서 이뤄지는 온라인 활동이 증가하면서 아바타를 이용해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는 행위, 스토킹 등의 행위 등을 금지하는 것이 골자다. 스토킹 등 행위는 상대방 의사에 반해 상대방의 아바타를 정당한 이유 없이 자신의 아바타로 접근하거나 따라다니거나 진로를 막아 지속해서 정상적 서비스 이용에 지장을 주는 행위를 말한다.

"최대 징역 1년"…메타버스 성범죄 및 처벌법 발의

메타버스의 법적 정의가 명확하지 않은 상황에 메타버스 범죄 처벌법이 우선 발의된 배경은 메타버스 범죄가 사회 문제로 대두됐기 때문으로 보인다. 실제 메타의 VR 영상 플랫폼 ‘호라이즌 베뉴(Horizon Venus)’에서 올해 1월 한 여성이 접속한 지 1분쯤 만에 3명의 남성 아바타에 둘러싸여 성추행당했다고 호소하자 메타가 아바타 간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는 정책을 시행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메타버스 산업이 발전하는 과도기 상황에서 정보통신망법을 통해 유연한 대처가 우선 필요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대검찰청 계간 논문집 형사법의 신동향에 게재된 ‘메타버스 공간에서의 성폭력 범죄와 형사법적 규제에 대한 연구’에 따르면 검찰 측은 장래 인간의 모든 감각이 VR에서 구현되는 이른바 4세대 메타버스를 염두에 두는 경우 이를 독립해 규제하는 것이 타당해 보인다고 밝혔다. 다만 2022년 현재 메타버스 플랫폼의 기술 수준, 규제와 기술발전의 조화, 일반인의 메타버스 인식 정도를 고려할 때 메타버스 내 성폭력 범죄를 정보통신망법을 통한 규제의 형식으로 접근, 과도기적 상황에 유연하게 대처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아바타 범죄 처벌법, 게임 타깃 가능성

일각에서는 개정안 내용이 모호해 실제 사례가 발생했을 때 법 적용에 관한 사회적 논란이 많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우선 조문 요건이 되는 장소는 정보통신망을 이용해 아바타가 활동할 수 있도록 구현된 공간이다. 온라인 게임의 경우 온라인과 아바타를 충족하기에 규제 대상으로 포함된다. 게임뿐 아니라 제페토, 이프랜드, 싸이타운 같은 메타버스 플랫폼도 해당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게임보다 아바타에 구현된 기능이 적은 메타버스 플랫폼의 경우는 아바타를 이용한 범죄행위가 일어나기 어렵다. 아바타를 이용한 행위는 게임 캐릭터를 조작하듯 아바타가 움직일 수 있어야 가능할 것으로 풀이된다. 단순 음성채팅이나 문자채팅으로 상대방에게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줬다면 성폭력특례법상 통신매체이용음란죄가 적용될 수 있다. 결국 메타버스 범죄 처벌법의 화살이 게임을 겨냥한 모양새다.

개정안의 내용이 모호해 가상공간에서 발생하는 사례가 법을 위반하는 것인지 아닌지 판단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많다. 또 진짜 현실 같은 느낌을 주는 가상현실(VR)에서 성범죄 등이 발생하는 것을 처벌하는 취지라면 맞지만, 대다수 온라인게임에도 해당 법이 적용된다면 게임사가 운영 정책상 관여하지 않는 게임 이용자의 이용 경험을 저해할 수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예를 들어 이용자 A가 몬스터 사냥을 위해 길을 지나가고 있는 이용자 B의 진로를 방해하면서 B의 캐릭터(아바타)를 따라다니면서 죽인다면 B 입장에서는 A를 스토킹으로 신고할 수도 있다. 게임사에서 시스템적으로 허용한 PVP(이용자 대 이용자) 콘텐츠를 즐긴 A가 징역형을 선고받을 가능성이 생기는 셈이다.

윤영덕 의원실 관계자는 "법안이 구체적인 사례에 어떻게 적용될 것인지는 본격적인 논의가 필요하다"며 "법이 통과되고 시행되면 행정관청의 구체적 행정 가이드를 통해 윤곽이 잡힐 것 같다"고 말했다.

게임업계 한 관계자는 "메타버스 범죄가 일어나도 이용자 간 분쟁으로 봐서 게임사가 사건에 관여하진 않을 것 같지만, 신고가 들어오면 운영정책에 따라 문제 이용자의 기록을 검토해 제재할 수 있다"며 "법이 통과돼 수사가 진행된다면 당국에는 CCTV 같은 자료를 제공할 수는 없겠지만, 누가 어디서 어디로 이동하고 뭘 사냥하고 어떤 아이템을 얻었는지 같은 기록은 대부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변인호 기자 jubar@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