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8월 10일 언팩 행사를 통해 공개할 신형 스마트폰 이름에서 영어 이니셜 ‘Z’가 일부 국가에서 빠진 채 출시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 군은 피아식별용으로 ‘Z’라는 영어를 사용하는데, 삼성전자가 유럽처럼 우크라이나 전쟁 관련 부담이 되는 국가에서 해당 단어를 뺀다는 것이다. 삼성전자는 제품 출시 전 해당 내용을 확인해줄 수 없다는 입장이다.

미국 IT전문매체 폰아레나 등 외신은 3일(이하 현지시각) 삼성전자가 출시할 예정인 ‘갤럭시Z폴더4’, ‘갤럭시Z플립4’ 등 신제품 이름에서 영어 이니셜 ‘Z’를 뺄 수 있다고 보도했다.

스누피테크(@snoopytech) 트위터
스누피테크(@snoopytech) 트위터
외신 보도의 소스는 IT 팁스터 스누피테크(트위터 @SnoopyTech)다. 그는 3일 트위터를 통해 "삼성전자가 곧 출시할 폴더블 폰에는 Z가 없고, ‘갤럭시폴드4·플립4’라고 불릴 것이다"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2020년 첫 선을 보인 ‘갤럭시Z플립’에 처음으로 Z라는 단어를 넣었다. 2019년 출시했던 가로로 접는 스마트폰 이름은 Z가 없는 ‘갤럭시폴더’였다.

Z 브랜드 출시 당시 삼성전자 관계자는 "Z 시리즈를 통해 다양한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범주를 확장하려는 의지를 보여주는 새로운 폴더블 포트폴리오 명명 규칙을 채택했다"며 "이 시리즈에 'Z'를 선택한 이유는 접는다는 개념을 직관적으로 전달하면서 역동적이고 젊은 느낌을 전달하기 때문이다"고 밝혔다.

삼성전자가 신제품 모델명에서 Z를 뺄 것이라는 루머는 최근 국제정치 이슈가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후 ‘Z’는 푸틴을 지지하는 선전물의 상징 알파벳으로 통한다. ‘Z’는 러시아어 ‘Za pobedy(승리를 위하여)’에서 유래했다는 주장과 ‘Zapad(서쪽·러시아 서쪽 세력)’에서 나왔다는 주장 등 다양한 의견이 있다.

‘Z’는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 군 장비뿐 아니라 러시아에서 전쟁을 지지하는 상징이 됐다. Z는 우크라이나에 있는 탱크와 트럭에 그려지기도 하고, 빌딩·도로·자동차·티셔츠·후드티 등에 두루 사용된다.

미국에서 2018년 스파이 혐의로 기소됐던 러시아 정치인 마리아 부티나는 3월 동료들과 Z를 새긴 티셔츠를 입고 찍은 사진을 소셜 미디어에 올렸다. 정치인 미하일 델라진은 Z 배지를 달고 국가 듀마에 참석했다. 러시아인들이 검은 셔츠에 흰색 Z를 새겨 넣고 찍은 영상들도 소셜 미디어에서 어렵잖게 찾아볼 수 있다.

삼성전자는 3월말 에스토니아·리투아니아·라트비아 등 일부 유럽 국가에서 판매한 폴더블폰 모델명에서 Z라는 문자를 뺐다. 당시 삼성전자가 Z브랜딩 전략을 수정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한 기업이 글로벌 시장에서 판매할 제품 관련 브랜드 마케팅에는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들어간다. Z 브랜딩 역시 쉽게 중단하기 어려울 수 있다. 일각에서는 삼성전자가 국가에 따라 각기 다른 모델명으로 제품을 내놓을 수 있다고 전망한다. 이를테면 EU 등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과 직접적 관련이 있는 일부 국가에서는 Z 이니셜을 빼지만, 한국처럼 먼 나라에서는 원래 이름 그대로 낼 수 있다는 것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아직 출시되지 않은 신제품과 관련된 사항은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말했다.

이유정 기자 uzzoni@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