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지열의 블랙머니] 기대되는 은행의 가상자산업 진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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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지열
입력 2022.08.08 06:00 | 수정 2022.08.09 12:41
최근 은행의 가상자산업 진출 논의가 활발하다. 금융위원회는 지난달 19일 제1차 금융규제혁신회의를 개최, 관련 안건을 의논했다. 현재 은행들은 은행법에 따라 비금융자회사의 지분 소유는 15% 이내만 가능한데 이것을 전향적으로 개정, 업종에 관계없이 은행의 자기자본 1% 이내의 투자를 허용하자는 내용이다. 이렇게 되면 은행은 다양한 업종의 회사에 대한 지분 투자 및 인수가 가능해진다.

그동안 은행들이 진출하고 싶어하는 업권 중 하나가 가상자산업이었다. 은행들은 기존의 투자제한 속에서도 미래산업인 가상자산 산업에 대한 관심을 놓지 않았다. 국민은행은 한국디지털에셋(KODA), 농협은행은 카르도, 신한은행은 한국디지털자산수탁(KDAC), 우리은행은 디커스터디에 투자했다. 은행의 투자대상은 주로 가상자산 보관관리업자에 집중됐다. 보관관리의 수탁(Custody) 업무가 그동안 은행들이 수행해왔던 대여금고 업무, 보호예수 업무 및 신탁업무와 매우 유사하기 때문이다. 은행들 입장에서는 본인들이 잘 알고 있는 분야에 먼저 투자, 가상자산 시장에 대한 이해도를 높인 후 향후 본격적인 투자로 발전시키려는 전략이다.

이러한 은행들의 전략에 대해 가상자산 업권내에 다양한 의견이 있을 수 있겠으나 필자는 은행의 가상자산업 진출을 환영한다. 아래와 같은 이유 에서다.

첫째, 은행이 가상자산 사업을 수행하게 되면 가상자산에 대한 금융소비자의 신뢰감이 상승, 전체 가상자산 시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 그동안 금융소비자들은 가상자산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 때문에 투자에 소극적이었다. 그런데, 신뢰의 대명사인 은행이 가상자산을 관리한다면 새롭게 가상자산 투자에 나설 것이다. 이러한 신규 투자는 전체 가상자산 시장과 가상자산 생태계를 확대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둘째, 은행이 가상자산업에 진출을 하게 되면 그동안 누려왔던 ‘실명확인이 가능한 입출금 계정(이하, 실명계좌)’의 발행에 대한 독점적 권한이 사라질 것으로 기대된다. 특정금융정보법(이하, 특금법)에 의하면 가상자산사업자가 가상자산과 법정화폐(Fiat)의 교환 행위를 하려면 은행이 발급해준 실명계좌가 반드시 있어야 한다. 여기서 말하는 ‘가상자산과 법정화폐의 교환행위’ 란 코인과 현금을 환전하는 것을 말한다. 언론에서는 이렇게 환전이 가능한 가상자산 거래소를 ‘원화 마켓 거래소’ 라고 부르고, 환전이 불가능한 가상자산 거래소는 ‘코인 마켓 거래소’ 라고 부른다.

현재 금융위원회의 금융정보분석원에 신고·수리를 마친 가상자산사업자는 총 35개사다. 그러나 ‘원화 마켓 거래소’ 는 업비트·빗썸·코인원·코빗·고팍스 5개 거래소 뿐이다. 그외의 거래소들은 은행으로부터 실명계좌를 발급받지 못했다. 현재 특금법 시행령에 따라 실명계좌를 발급할 수 있는 은행은 은행법에 따른 은행과 수협은행까지만 가능하다.

가상자산 시장에서 5개의 원화마켓 거래소가 차지하는 시장점유율은 무려 90% 이상이며, 나머지 코인 마켓 거래소는 파리만 날리는 개점휴업 상태인 것을 감안하면 가상자산 거래소 입장에서는 실명계좌 보유 여부가 회사의 성패를 가르는 매우 중요한 항목이다. 그런데 이러한 강력한 목줄을 금융당국이 아닌 은행이 쥐고 있다는 것이다.

국회와 학계에서도 은행이 실명계좌 발급을 통해 사실상의 행정행위를 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만약 은행이 가상자산업을 진출한다면 그와 동시에 불합리했던 특금법의 개정을 기대할 수 있다. 필자가 기대하는 특금법의 개정 방향은 다른 나라에는 존재하지 않는 ‘실명계좌 조항의 삭제’ 또는 ‘실명계좌 발급 금융회사의 확대’ 등이다.

이는 가상자산 거래소간 공정한 경쟁의 기회를 제공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그동안 실명계좌가 없어 한국에 신고를 하지 않고 영업하고 있는 바이낸스와 같은 외국의 가상자산 거래소들의 신고 및 한국 사무소 개설을 유도할 수 있다. 외국 가상자산 거래소의 신고는 국제적 자금세탁방지 및 테러자금방지의 공조를 완성하는 효과가 있으며, 한국 사무소 개설은 신규 고용 창출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다만, 거래소 입장에서는 세 번째 이슈가 가장 중요하다. 바로 증권회사가 가상자산 업무를 하는 것이다. 은행에게 허용한다면 다음 단계는 증권사가 요구할 것이다. 현재 증권회사는 가상자산을 거래할 수 없으며, 실명계좌 발급 금융회사에도 제외됐다. 2020년 특금법 시행령 개정 당시 금융당국은 ‘자금세탁방지 역량 및 실적이 우수한 은행부터 실명계좌를 도입한 이후, 제도 안착 정도에 따라 타 금융회사 등으로의 허용 여부를 검토하겠다’ 고 했다. 이에 은행권에 가상자산업 진출의 문을 열어주면 열린 문을 통해 증권회사들이 바로 따라 들어올 것이다.

증권회사 입장에서는 법률적이나 기술적으로 전혀 문제가 없다. 증권계좌의 실명계좌 발급 기능은 현재 자신들이 보유하고 있는 증권계좌와 현금관리계좌(CMA)를 통해 바로 가능하다. 또 증권회사는 가상자산을 거래하는데 기술적으로도 전혀 문제가 없다. 증권회사가 고객들에게 제공하고 있는 거래 프로그램과 거래 앱(App)에 증권코드 대신 가상자산 코드만 등록하면 바로 거래가 가능하다. 아울러, 윤석열 정부는 국정과제로 가상자산을 증권형과 비증권형으로 나누어서 규제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하였기에 이 또한 증권회사에 유리한 국면이다.

우리는 역사를 통해 시장이 개방되면 될수록 금융소비자의 편리와 이익이 증진되었음을 경험한 바 있다. 그렇기 때문에 필자는 ‘특금법의 정상화’ 와 ‘자금세탁방지 및 테러자금 방지의 국제공조 완성’ 및 ‘금융소비자 보호’ 를 위해서 은행의 가상자산업 진출을 찬성하고 환영한다. 국민들이 신뢰하는 금융회사의 가상자산업 진출이 대한민국의 가상자산 및 블록체인 생태계를 한층 발전시키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라 믿는다.


*본고는 필자의 개인적인 견해일 , IT조선의 입장을 대변하는 것은 아닙니다.


정지열 프로비트 이사 kebkeeper@naver.com
외환은행과 하나은행에서 29년간 근무한 정통 은행원으로 현재 가상자산 거래소인 프로비트의 자금세탁 방지본부 이사를 맡고 있다. 경찰수사연구원 외래교수와 성균관대학교 경영연구소 자금세탁방지 교수, 한국자금세탁방지협회 초대 회장을 역임했다. 한국블록체인협회, 한국투명성기구 및 광주과학기술원 자문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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