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제철이 노조 리스크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현대제철 노사가 올해 임단협을 두고 갈등을 빚고 있기 때문이다. 노조가 일방적으로 시작한 임단협이 교섭방식부터 마찰을 빚고 있어 제대로 된 교섭이 진행되지 않고 있는 형국이다.

여기에 노조는 특별격려금 400만원을 요구하며 게릴라 파업까지 예고한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노조의 파업이 3분기 실적 하락을 더욱 부추길 것이라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9일 철강업계에 따르면 금속노조 현대제철지회는 11일 당진제철소에서 10차 교섭을 진행할 것이라고 사측에 통보했다. 현대제철지회는 임단협의 첫 시작인 상견례도 없이 일방적으로 교섭 일정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제철 당진제철소. / 현대제철
현대제철 당진제철소. / 현대제철
현대제철지회는 임단협 교섭방식도 공동교섭으로 진행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현대제철지회는 당진·인천·포항·순천·당진하이스코 등 5개 지회와 사측이 공동으로 교섭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사측은 사업장마다 임금체계 등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비슷한 상황에 놓은 사업장을 묶거나 혹은 별도 교섭을 진행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앞서 현대제철지회는 5월 ▲기본급 16만5200원 인상 ▲지난해 영업이익 15% 성과급 지급 등을 골자로 한 요구안을 사측에 발송했다. ▲연월차 제도 및 2015~2017년 특별 호봉 지급에 따른 이중임금제 개선 ▲차량구입지원금 개선 등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현대제철지회는 사측이 교섭에 제대로 임하지 않는다며 7월 조합원을 대상으로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진행했고 94.18%의 찬성을 얻어 가결시켰다. 같은달 25일에는 중앙노동위원회가 조정 중지 결정을 내려 합법적인 쟁의권까지 확보하게 됐다.

파업에 나설 수 있게 된 현대제철 지회는 선전문인 ‘교섭 속보’를 통해 "지금 당장이라도 제철소를 멈추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지만 효율적이고 타격을 줄 수 있는 투쟁을 위해 인내하겠다"며 "게릴라 파업은 신중하고 기습적일 것이다"고 밝히며 사측을 압박하고 있다.

현대제철 노사 갈등이 극에 달하는 상황이지만 갈등이 쉽사리 해결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특별격려금 400만원 지급을 요구하며 100일째 사장실을 점거하고 있는 현대제철지회가 임단협 테이블에 해당 문제를 끌고 들어올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앞서 현대제철지회는 현대자동차·기아·현대모비스 등 그룹 계열사 직원들이 특별격려금으로 400만원을 받은 현대제철 직원에게도 똑같이 이를 지급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5월2일부터 사장실 점거 농성에 돌입했다.

하지만 사측은 지난해 임금협상에서 기본급 7만5000원 및 성과급으로 기본급의 200%에 더해 770만원을 지급했기 때문에 현대제철지회의 요구를 받아들 일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임단협 및 특별격려금을 두고 갈등이 지속될 경우 현대제철의 3분기 실적에 더욱 부담이 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하반기 경기둔화 우려가 부각됨에 따라 철강 원재료 및 제품가격 하락이 심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자동차그룹 노조 그룹사 공동투쟁 선포. / 금속노조
현대자동차그룹 노조 그룹사 공동투쟁 선포. / 금속노조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현대제철은 3분기 5538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전년 동기보다 33.4% 줄어든 수치다.

한 철강업계 관계자는 "공동교섭이 가능하지 않다는 것을 현대제철지회도 인지를 하고 있을 것이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동교섭을 요구하는 이면에는 400만원의 특별격려금 관련 투쟁을 공동으로 하겠다는 것이 깔려 있을 것이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특별격려금을 임단협 테이블에 끌고 들어가려는 전략 같은데 사측이 받아들일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며 "현대제철지회가 사측이 교섭에 불성실하다고 주장하며 쟁의권 행사에 들어갈 가능성이 높고 노조의 파업으로 인해 현대제철의 3분기 실적에 대한 부담은 커질 것이다"고 밝혔다.

현대제철 관계자는 "통상임금에 대해 합의가 된 사업장이 있고 그렇지 않은 사업장이 있다. 이들은 임금체계가 다르다"며 "이러한 상황에서 공동교섭을 요구하면 사측은 내놓을 안이 없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특별격려금은 임단협 사안이 아니다"며 "별도의 진전을 보여야 할 상황이다"고 말했다.

조성우 기자 good_sw@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