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츠하이머 치매 등 퇴행성 노인 질환 치료를 위한 대표적인 ‘아밀로이드 베타(Aβ)가설’이 조작 논란에 휩싸이면서 전세계 제약바이오 업계가 패닉 상태다.

논문 발표 이후 15년간 수많은 제약사들이 아밀로이드 베타 가설을 기반으로 신약을 연구해 온 만큼 조작이 확실시될 경우 수 조원에 달하는 경제적 손실이 예상된다.

아밀로이드 베타 축적을 차단하는 ‘아두헬름(성분명 아두카누맙)’. / 바이오젠
아밀로이드 베타 축적을 차단하는 ‘아두헬름(성분명 아두카누맙)’. / 바이오젠
제약바이오 업계에 따르면 최근 매튜 슈러그 미국 밴더빌트 대학 신경과 전문의는 사이언스(Science)지를 통해 2006년 네이처(Nature)지에 게재된 실뱅 레스네박사 논문이 조작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해당 논문은 ‘뇌의 특정 아밀로이드 베타 단백질 집합은 기억력을 손상시킨다’는 제목으로, 전세계 최대 3500건 이상에 인용됐을 만큼 치매 질환을 대표하는 레퍼런스 논문으로 인정받아왔다.

해당 논문은 아밀로이드 베타가 알츠하이머 환자의 뇌에서 발견되는 노인반의 주성분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해당 단백질들이 산화 스트레스 및 뇌 신경세포 손상을 유발하고, 아밀로이드 베타 올리고머(Aβ oligomer)의 한 종류인 Aβ*56(56kDa 크기의 아밀로이드 베타 올리고머, Aβ42의 12량체)을 마우스에 투여했을 때, 인지 장애가 관찰됐다는 결과를 담았다. 이에 Aβ*56는 신경 독성을 가진다는 근거가 돼 왔다.

알츠하이머 치매의 명확한 원인이 아직 규명되지 않았기에 ‘아밀로이드 가설’은 지금까지 인류 질병학을 한단계 발전시킬 획기적인 정설로 평가받았다.

하지만 사이언스지는 6개월 간 조사 끝에 해당 논문은 조작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발표했다. 특히 이 논문에 포함된 70개의 이미지 중 다수가 조작된 것으로 사이언스지는 보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아밀로이드 베타 가설을 기반으로 신약 개발하는 기업 상당수는 해당 논문을 기반으로 연구를 진행했기에, 큰 파장이 예상되고 있다.

실제로, 일본 제약사 에자이와 미국 바이오젠은 1조6000억원을 투자해 아밀로이드 베타 축적을 차단하는 ‘아두헬름(성분명 아두카누맙)’을 개발했다. 문제는 아두헬름을 복용받은 환자 4명이 사망하는 등 관련 부작용 사례가 잇따르면서 미국 건강보험 시장에서 퇴출된 상태다.

특히 아두헬름이 미국식품의약국(FDA)에 통과될 당시 알츠하이머 치료가 국가적으로 시급한 상황이었으며, 이에 따라 아밀로이드 베타 축적을 줄이는 기전을 갖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승인을 받았기 때문에 논란이 일어난 바 있다.

결국 바이오젠은 아두헬름 생산시설을 철수했고, 바이오젠 대표까지 사임하는 수순에 돌입했다. 문제는 바이오젠뿐 아니라 로슈가 진행하는 크레네주맙, 일라이릴리의 소라네주맙이 아밀로이드 베타 축적을 지연시키는 기전으로 신약을 개발되고 있으며, 수년동안 임상 실패를 반복하고 있다는 점이다.

다만 박재경 하나금융그룹 애널리스트는 "아밀로이드 베타 올리고머의 종류는 해당 논문의 주제인 Aβ*56 외에도 다양하다"라며 "최악의 상황으로 논문의 결론이 바뀐다고 해도, 아밀로이드 베타 가설과 관련 파이프라인을 부정하는 것은 과도한 해석일 수 있다"고 전했다.

업계 관계자는 "이미 너무 많은 기업들이 아밀로이드 베타 제거에 매달려 있는 상황이다"며 "알츠하이머는 근본적으로 신경세포 손상을 발생시키기 때문에 재생 의학적인 접을 시도하는 등 새로운 기전의 치료물질 탐구로 발빠르게 전환해야한다"고 말했다.

김동명 기자 simalo@chosunbiz.com